창업허브 만든다며 가장 비싼 건물 빌린 중기부

2025-10-10 08:07:47 게재

서울 홍대 인근 빌딩 6년간 844억원 임대료

권향엽 “가장 비싼 곳 … 특정인 영향력 의심”

윤석열정부 당시 중소벤처기업부가 추진한 ‘글로벌 창업 허브’ 구축사업이 특혜 시비에 휘말렸다. 정부가 구체적 예산내역을 숨기면서 후보지 가운데 가장 비싼 건물을 빌린 이유가 대통령실·중기부 고위관계자의 영향력이 미친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질의하는 권향엽 의원

질의하는 권향엽 의원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체기업위 소속 권향엽(민주당·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의원은 1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6년간 총 844억원의 월세가 들어가는 서울 홍대 인근 신축건물 임대차 계약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은폐와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권향엽 의원실 제공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체기업위 소속 권향엽(민주당·전남 순천광양곡성구례을) 의원은 10일 중소벤처기업부가 6년간 총 844억원의 월세가 들어가는 서울 홍대 인근 신축건물 임대차 계약과정에서 정부 차원의 은폐와 조작 시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권향엽 의원실에 따르면 중기부는 지난 2023년 8월 스타트업 코리아 대책으로 ‘글로벌 창업 허브 구축’ 계획을 발표했다. 프랑스의 ‘스테이션 F’처럼 해외 스타트업과 한국 스타트업, 벤처캐피털과 액셀러레이터를 한 공간에 모아 성장을 돕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100곳의 후보지 대상으로 사업지를 모색했고, 2024년 3~8월에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연구용역을 맡겨 후보지 3곳을 추렸다.

최종적으로 서울 홍대 인근 12층짜리 T건물을 ‘전부 임차’ 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보증금 73억원에 5년간(2025.2.1~2030.1.31) 임차하고 1년 자동연장(총 6년) 조건으로 △월 임차료 8억7000만원(부가세 10% 별도) △월 고정관리비 1억2000만원(부가세 10% 별도) △월 실비관리비(전기·가스·수도 등) 사용한 만큼 납부 등이다. 특히 △월 임차료와 고정관리비는 매년 최저 3.0%에서 최고 4.5% 범위 내에서 인상되는 조건을 달았다.

이 조건을 반영해 6년간 지출되는 임차료와 관리비를 계산해보면 811억~844억원 수준으로 한달에 11억원 이상, 1년에 130억원이 넘는 월세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 의원실이 해당사업 수행기관인 창업진흥원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정부가 후보지로 모색한 건물 가운데 ‘전부 임차’가 가능한 26곳 가운데 서울 소재 5개 건물에 대한 비용 검토가 이뤄졌는데 T 건물 임대료가 가장 높았다. 60억~107억 정도의 비용이 들 것이라는 서울 중구·성동구 등 다른 건물을 제외하고 118억원이 들어가는 T 건물을 선택한 것이다. 권 의원실은 “담당부서 실무자들에게 확인한 바 오영주 당시 중기부 장관이 최종후보지 세 곳 중 이곳을 직접 선택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권 의원실은 정부가 T 건물 임대를 결정한 후 고액 월세 계약을 의도적으로 숨겼다고 주장했다. KDI 중간보고서에 있던 후보지별 임차료 기재 내용이 최종보고서에서는 삭제됐다. 또 2025년 정부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월 임차료 예산을 다른 사업의 내내역사업으로 숨겨 제출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권향엽 의원 “고액의 임차료를 숨기고 국회의 예산심의 권한을 조롱했다”면서 “국고손실죄를 물어야 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특히 해당 건물 소유주인 자산운용사 관계자를 지목하며 “최종사업지 선정과정에서 윤 전 대통령실과 오영주 전 중기부 장관이 어떤 방식으로 개입했는지 향후 수사를 통해서라도 밝혀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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