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 선진시장 진입 ‘예정대로’…내년 4월 세계국채지수 편입 재확인

2025-10-10 13:00:02 게재

75조원 이상 해외자본 유입 효과

국채금리 인하에 이자비용도 감소

원화 수요 늘면 원·달러 환율도↓

정부, 연내 MSCI 진입 로드맵 발표

한국의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내년 4월로 확정됐다.

대규모 해외 자본 유입과 이에 따른 국채금리와 환율이 내려가는 효과도 기대된다. 추가로 남은 과제는 주식시장 선진화다. 정부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해 정책수단을 총동원한다는 방침이다.

10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글로벌 시장지수 산출기관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은 ‘9월 FTSE 채권시장 국가분류 검토 결과’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WGBI 편입 시점을 내년 4월로 거듭 확인했다.

FTSE 러셀은 올해 4월 보고서에서 한국의 WGBI 편입 시기를 올해 11월에서 내년 4월로 연기한 바 있다. 내년 4월까지는 추가 국가분류가 없어 일정이 확정적이라는 게 정부 설명이다. 한국의 WGBI 편입은 지난해 10월 결정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달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한국경제설명회 투자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통령, 제니퍼 존슨 프랭클린 탬플턴 CEO, 마크 나흐만 골드만삭스 사장,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인 최태원 SK그룹 회장, 헨리 페르난데스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 회장. 연합뉴스 한상균 기자

◆75조~90조원 자금유입 효과 = WGBI는 FTSE 러셀이 발표하는 채권 부문 선진국 지수다. 현재 26개국 국채가 편입돼 있다. 편입 예정인 한국이 WGBI에서 차지할 비중은 2.08%로, 전체 국가 중 9번째다. 각국의 지수 비중은 국채 시가총액 규모에 따라 결정된다.

WGBI에 편입되면 국채시장에 막대한 규모의 자금 유입이 예상된다. WGBI에 연동된 펀드 등이 자동으로 한국 국채를 매입하기 때문이다. WGBI를 추종하는 자금 규모는 2조5000억~3조달러로 알려져 있다. 시장은 WGBI에서 한국의 비중을 고려하면 약 75조~90조원 규모의 자금이 들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WGBI 편입은 확장 재정에 나선 새 정부로서도 반가운 소식이다. 한국 국채 수요가 증가하면 국채 가격이 상승하고, 금리는 떨어지게 된다. 시장은 WGBI 편입이 본격화하면 5년물 국채 금리가 0.25~0.7%p 가량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을 편성하면서 116조원 상당의 국채를 발행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이자 비용이 36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국채 금리가 내려가면 정부의 이자 부담이 줄어든다.

환율 안정화 효과도 있다. 해외 투자자가 한국 국채를 매입하는 과정에서 원화 수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은 WGBI 편입 이후 매월 50억달러의 신규 자금이 1년간 유입될 경우 원·달러 환율이 약 1.1%~6.2%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원·달러 환율은 1달러당 1400원을 훌쩍 넘어섰다.

◆MSCI 선진국지수 진입 기대감 = WGBI 편입이 확정되면서 MSCI 선진국 지수 등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두 지수 모두 편입의 전제조건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활한 시장 접근성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연내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뉴욕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대한민국 투자 서밋’ 행사를 마친 뒤 페이스북을 통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끝내고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겠다. MSCI 선진시장 편입을 위한 종합 로드맵을 연내 발표하겠다“고 확인한 바 있다. 그러면서 ”연내 MSCI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종합적 로드맵을 발표하는 등 우리 자본 시장에 투자하는 전 세계 투자자들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걱정하지 않고, ‘코리아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도록 각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자본시장을 경제성장의 핵심 플랫폼으로 육성하는 일은 우리 정부의 확고한 정책 기조“라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믿고 투자할 수 있는 예측 가능한 자본시장을 만드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같은 날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헨리 페르난데스 모건스탠리캐피털 인터내셔널(MSCI) 회장과 만나 양자면담을 갖고 ‘한국정부의 일관된 노력’을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페르난데스 회장에게 우리 정부의 외환·자본시장 혁신 의지와 함께, 외국인들의 금융시장 접근성 제고를 위한 정책 추진 현황을 설명했다. 기재부는 국내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하고, 역외 원화결제 시스템 구축해 외국인의 원화거래 불편 해소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외국 투자자의 거래공백을 상당 부분 해소하고 차액결제선물환(NDF) 수요 일부를 국내 현물환 시장으로 전환하겠다는 방침이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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