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입법박람회가 흥행하려면

2025-10-13 13:00:02 게재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첫 입법박람회가 열렸다. 주제는 ‘국민참여로 열린 길, 입법으로 여는 미래’였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다양한 국민들의 의견과 해법을 한자리에 모으는 소통의 장”이라고 소개했다.

국회사무처에 따르면 국회의원 의원연구단체 정당 정부부처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시민단체 등 121개 기관·단체가 106개의 우수 입법·정책 홍보부스를 운영했고 시민들은 46개의 입법제안을 제출했다. 약 60명의 시민위원들이 주요 민생현안에 대한 입법과제를 도출하고 입법을 촉구한 ‘민생시민의회’가 시도됐고 ‘국가예산 안내센터’에서는 117건의 참여예산이 접수됐다.

행사가 끝난 후 국회사무처는 “수만명의 국민들이 국회에 방문해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공식 홈페이지 누적 방문자수가 약 59만명에 달하는 등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고 자평했다.

하지만 이 행사는 그리 주목받지 못했다. 국회는 초중고교에 ‘현장학습’으로 활용해달라는 공문까지 보냈지만 학생들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 있겠느냐”는 관계자의 말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흥행을 기대하긴 쉽지 않아 보인다. 지금 국회는 ‘현재의 유권자’나 ‘미래의 유권자’의 눈길을 잡을 매력을 보여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유권자들이나 학생들이 목격한 국회 본회의장은 고성과 삿대질, 반말과 퇴장, 윽박지름과 비아냥으로 가득했다. ‘다수’에 의해 ‘소수’가 묵살되는 의사결정과정, 대정부질문 도중에 소리치는 의원들, 투표도 하지 않은 채 퇴장해버리는 의원들의 모습에서 ‘민주주의’를 찾아내는 건 고역이다.

음식점은 음식이 맛있어야 한다. 연극무대에선 멋진 연기를 기대한다. 인테리어나 조명·음향 장치, 편리한 교통 등 인프라는 한번 방문을 끌어낼 수는 있지만 두 번은 쉽지 않다.

국회가 입법부의 본질에 집중하지 않는 한 국민과의 거리는 좁혀지기 어려울 것이다. 국회 앞마당에서 아무리 멋진 콘서트를 열고 영화제를 하더라도 국회가 매력적으로 바뀌진 않는다. 이런 행위들은 그냥 ‘액세서리’일 뿐이다.

22대 국회는 입법부의 본질에서 더 멀어졌다. 자정능력의 상징인 윤리특위마저 만들지 못하는 국회, 국민들의 목소리인 국민청원을 외면하는 상임위, 충분한 숙의나 대화와 타협이 없는 입법은 병세의 심각함을 보여준다.

이젠 ‘미래의 유권자들’에게 ‘교과서에 나오는 민주주의’는 아니더라도 ‘최소한의 민주주의’는 보여줘야 한다. 누구든 방해받지 않고 말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는 것은 ‘기본’이다.

국회가 최소한의 기본과 본질이라도 지켜냈을 때에야 입법박람회 같은 좋은 기획과 잘 준비된 행사도 ‘그들만의 행사’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박준규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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