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경찰의 불송치결정권 의미와 한계
법학에 입문한 후 한동안 이런 의문이 있었다. 진실은 하나이고 명백할 텐데 왜 법적 다툼이 있고, 정해진 진실을 두고 변호사는 왜 돈을 벌까.
진실을 밝히기도 어렵지만 밝혀진 진실이 형법이 금지하는 범죄에 해당하는지 판단도 간단하지 않다. 이는 사람의 행위에 대한 유·무죄를 판단하는 것인데, 행위의 상황과 의도에 따라 그 행위가 다양한 의미를 가질 수 있고, 또 이를 처벌하는 형법규정에서 표현된 문언의 의미는 해석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형사절차는 진실을 밝히고 범죄혐의의 유·무를 판단하며 처벌 가능 여부 및 그 정도(양형)를 결정하는 절차다. 형사절차는 흔히 신고 수사 기소 재판 교정(집행)의 순서로 진행된다. 그런데 각 단계의 권한을 누가 어떻게 어느 정도로 행사하고 또 다음 단계에 영향을 미치도록 할지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다.
한국의 검찰청 검사는 형사절차의 중심에서 다양한 권한을 행사하면서 형사절차를 좌우해왔다. 검사의 형사절차상 권한이 상대를 압박하고 함부로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이다.
검사가 타인 함부로 할 수 없게 하는 검찰개혁
그런데 검찰공화국이란 말이 등장할 정도로 검사의 권한 오·남용이 심각해 결국 검찰청 폐지가 확정되었다. 내년 9월 검찰청은 중수청과 공소청으로 분리된다. 검찰청을 폐지하고 이를 대신하거나 보완하는 기구를 신설시킬 법률들은 검사가 타인을 함부로 할 수 없게 하는 법률이라고 말할 수 있다.
경찰의 수사에 대한 검사의 지휘권을 2021년부터 폐지했다. 수사에 관한 경찰과 검찰의 관계를 상명하복의 지휘관계에서 상호협력관계로 바꾼 것이다. 이렇게 하면서 전건송치제도를 선별송치제도로 전환하고 경찰에게 불송치결정권을 부여했다. 여기에는 검사가 수사하는 경찰을 함부로 하지 말고 그 판단을 존중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불송치결정권은 경찰이 수사한 결과 범죄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면 사건을 검사에게 송치하지 않을 수 있는 권한이다. 2020년까지는 경찰이 수사 후 범죄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더라도 무조건 검사에게 송치해야만 했다. 송치하면서 기소나 불기소의 의견만 제시할 수 있었을 뿐이다. 경찰에게는 범죄혐의 여부를 결정할 권한을 주지 않고, 검사에게만 준 것이다.
그런데 중수청과 공소청을 신설하면서 전건송치제도를 부활해 불송치결정권을 폐지하자는 주장이 나왔다. 사건의 신속한 처리와 수사경찰의 권한 오·남용에 대한 검사의 통제 필요성이 그 이유다. 그러나 불송치결정권에 대한 검사의 통제장치는 현재도 마련되어있다. 진실을 밝히기 어려운 사건, 법리적 다툼이 있는 사건, 증거 확보에 어려움이 있는 사건 등은 경찰이 아니라 검사가 하더라도 신속한 처리가 어려울 수 있다.
오히려 경찰이 불송치결정을 하면서 고소인에게 그 취지와 이유를 모두 통지해야 하는 것이 신속한 처리에 장애가 될 수 있다. 현재 검사는 불기소결정을 할 경우 그 취지만 고소인에게 통지하고, 고소인의 청구가 있는 때만 불기소결정의 이유서를 통지한다. 경찰도 불송치결정을 하면서 그 취지만 고소인에게 통지하고, 고소인이 요구할 때만 이유서를 통지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경찰의 불송치결정은 잠정적 결정이다. 이후 검사가 기소결정으로 변경할 수 있다. 불송치결정은 받은 피의자는 일단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다. 그러나 고소인이 이의신청을 하면 검사에게 송치되고, 검사가 기소결정으로 변경하면 다시 대응을 해야 한다.
따라서 경찰은 범죄혐의 여부가 의심스러운 경우에는 불송치결정이 아니라 송치결정을 하여 사건 처리가 신속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하나의 사건에 대해서 불송치결정과 송치결정이 병존하는 사건은 분리하지 않고 모두 송치결정을 하여 검사가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경찰의 불송치결정 존치 타당하나 개선 필요
보안업체 직원이 근무 도중 협력사인 물류 기업 사무실 냉장고에 있던 1050원 가량의 음식을 무단으로 취식한 것을 두고 법원이 절도죄를 인정했다.
그런데 이처럼 지극히 경미한 사건은 검사의 기소유예결정이 옳고, 나아가서 경찰이 이런 사건도 검사에게 송치하지 않을 수 있도록 제도적 설계를 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