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결산’ 시정요구 방치…피감기관 ‘나 몰라라’

2025-10-15 13:00:07 게재

국회의원들 수천건 지적해 놓고 후속조치엔 ‘무관심’ 관행

시정요구 20% ‘조치중’, ‘조치완료’도 부실보완 수두룩 경실련 “국감 시정처리결과보고서 제출 16.4%로 추락”

국정감사와 결산심사에서 국회의원들이 지적한 ‘시정요구’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화려한 국감장과 결산 상임위에 주력하고는 ‘사후관리’는 관심 밖으로 밀어놓고 있는 셈이다. 그러다보니 피감기관들이 시정요구에 대한 개선에 관심을 덜 갖게 돼 결과적으로 같은 문제가 계속 지적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예산정책처가 지난해 제기된 ‘2023년 회계연도 결산 국회 시정요구사항’에 대해 올해 정부가 제출한 조치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체 시정요구 2319건 중 20%인 464건이 조치 미완료 상태로 남아있다. 이는 정부가 지난 1월 ‘조치결과’를 제출한 이후 올 4월말 기준으로 조치결과를 재점검해 5월에 ‘후속조치 결과’를 추가로 국회에 보내온 결과다. 결산 시정요구 사항에 대해 조치를 완료하지 못한 비율은 2019회계연도 16.4%, 2020회계연도 18.4%, 2021회계연도 17.0%, 2022회계연도 17.4%로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같은 시정요구가 반복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2023회계연도 결산심사에서 지적된 시정요구가 직전 2개 회계연도(2021회계연도, 2022회계연도)에 한 차례이상 동일하거나 유사한 사업으로 시정요구를 받은 사례가 전체의 12.8%인 297건에 달했다. 이 중 61건은 3년 연속 시정요구가 나왔다.

정부가 ‘시정 완료’ 보고한 내용도 실상을 들여다보면 부실한 게 적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주거급여 부정수급 환수금 귀속 방식을 개선하라’는 시정요구와 관련해 국토부는 제도 개선 없이 단순히 요청 의사만 전달했으면서도 ‘조치 완료’로 보고했다. 청년취업진로 및 일 경험지원 사업 예산의 빈번한 세목조정과 이·전용을 지적받은 고용노동부은 ‘시정했다’고 했지만 실제로는 또다시 이·전용을 반복했다. 보상금 잔액의 반복적 이·전용을 지적받은 국가보훈부는 2024회계연도 보상금 이전용 규모를 오히려 확대하기도 했다.

조달청의 세계잉여금의 과소 추계, 해양경찰청의 지방관서 인건비와 관련한 과도한 이·전용, 농림축산식품부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 구조개선사업계정에서의 세입재원 없는 이월, 통일부의 통일⁺센터 설치·운영 사업과 관련한 보조금 이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출연연구기관 시설지원 사업의 낮은 집행률도 ‘시정완료했다’고 보고했지만 문제점은 해결되지 않은 채 반복됐다.

결산심사때 국회가 의결한 부대의견 34건에 대해서도 정부의 조치 미완료 건수는 38.2%인 13건이었다.

국회 예산정책처 김지수 예산분석관은 “조치가 완료되지 않은 시정요구 사항에 대해서는 최종 조치가 완료될 때까지 그 이행 여부를 지속적으로 보고하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며 “시정조치의 이행 상황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조치 이행 단계를 ‘계획–착수–진행–완료’ 등으로 구분하고, 국회 예결산정보시스템에서 이를 모니터링하는 방안 등 시정요구 이행 관리체계 및 투명성 강화 방안도 함께 고려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또 “국회의 시정요구 사항이 예산 조정과 직접적으로 연결되는 경우,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해당 조치가 실질적으로 반영되었는지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동일 사안이 반복되는 경우에는 차년도 예산심사를 통해 적절한 환류 조치를 마련하는 등 후속 관리 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정감사 역시 ‘사후관리’가 미흡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 따르면 국정감사 결과보고서를 채택한 위원회 비율은 2019년 70.6%에서 매년 줄어 지난 2023년에는 35.3%로 떨어졌다. 피감기관들의 시정처리결과보고서 제출 비율은 같은 기간 42.9%에서 16.4%로 추락했다.

정지웅 경실련 시민입법위원장은 “감사는 사실을 평가해서 어떻게 시정하겠다는 결과보고서까지 받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 정도밖에 제출하지 않았다는 것은 감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명징하게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감 결과보고서 채택 의무화, 미이행 기관에 대한 차년도 국감 우선 질의 및 강제 보고 지정 등을 제시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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