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위반 사업장, 노동부 공표보다 9배 많아
노동부, 2021~2023년 18곳 공표
실제로는 164곳이 보고의무 위반
강득구 의원 “공표 기준 바꿔야”
고용노동부가 공표한 ‘산업재해 보고의무 위반’ 사업장 수가 실제 위반 사업장 수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산재 보고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한 사업장이 18곳이라고 지난해 12월 발표했다.
그러나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더불어민주당 경기 안양시만안구)이 고용노동부로부터 제출받은 산재 미보고 사업장 내역을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산재 보고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한 사업장은 164곳으로 확인됐다.
가장 많이 위반한 곳은 9회나 위반했으며, 3회 18곳, 4회 9곳 등 3회 이상 위반한 사업장은 34곳이나 됐다.
고용노동부 공표 보고 위반 사업장과 강 의원실에 제공된 산재 미보고 사업장 수치가 큰 차이를 보인 것은 ‘공표 기준’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공표는 산재가 ‘발생’된 시점을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고, 산재 미보고로 의원실에 제출된 실적은 보고의무 위반을 ‘적발’한 시점 기준으로 작성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르면 산업재해가 발생한 경우 3일 이상 휴업에 해당하는 질병이거나 사망사고의 경우 사업주는 고용노동부에 보고해야 하고, 고용노동부는 매년 최근 3년간 보고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한 사업장을 공표하도록 하고 있다. 이 기준대로라면 3년이 지나 보고의무 위반 사실을 적발한 경우에는 공표 대상에서 빠지게 된다.
고용노동부 공표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산재 보고의무를 2회 위반한 대기업이 삼성중공업이 유일했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강 의원실 분석 결과 30대 기업집단 계열사 사업장 중에서 같은 기간 산재 보고의무를 2회 이상 위반한 사업장은 최소 14곳인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장 기준이 아닌 기업 기준으로 하면 이 숫자는 더 늘어날 수 있다.
한국철도공사의 경우 이 기간 산재 보고의무를 최소 3회 이상 위반한 것으로 확인됐지만, 공표된 사업장 명단에서는 제외됐다. 한국철도공사는 2020년부터 올해 8월까지 2022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상습적으로 위반 사실이 적발되는 등 총 19회나 보고의무를 위반했다.
강득구 의원은 “위반 사업장이 공표에서 빠지는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표 기준을 변경하고, 정부기관·공공기관·지방정부기관과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 중대재해사고 반복 사업장 등에 대해서는 3년간 2회 이상이라는 조건 없이도 공표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산재 보고의무 위반 사업장 공표 기준을 강화해 경각심을 환기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산재 보고의무 상습 위반이 발생하는 데에는 솜방망이 처벌도 한몫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올해 8월까지 산재 보고의무 위반 적발 건수는 총 4759건, 부과된 과태료는 279억원으로 건당 평균 과태료는 587만원이다.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 과태료 부과기준에 따르면 △1차 위반 700만원 △2차 위반 1000만원 △3차 이상 위반 시 1500만원이지만, 감면 규정이 적용돼 과태료 평균 금액은 1차 위반 금액에도 미치지 않았다. 질서위반행위규제법 시행령에 따라 자진납부의 경우 20% 내에서 감면할 수 있고, 산업안전보건법 시행령의 과태료 부과기준에 의해서는 최대 50%까지 감면 가능하다.
강 의원은 “산재 보고의무 위반에 대한 제재가 너무 약하다”면서 “상습 위반 기업에 대해서는 감면 규정을 적용할 것이 아니라 더 강력한 가중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