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매 갈등은 ‘봉합’ … 부자 갈등은 ‘진행 중’
콜마BNH, 윤여원·윤상현·이승화 ‘3인 각자대표’ 체제로
윤동환 회장, 아들 상대 증여 지분 반환 소송은 계속 진행
콜마비앤에이치(콜마BNH)가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 이승화 사내이사를 대표이사로 선임하고 윤여원 대표이사와 3인 각자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콜마BNH 경영권을 둘러싼 오너가 남매의 갈등은 표면적으로나마 봉합됐지만 그룹 전체 경영권이 걸린 부자간 갈등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콜마BNH는 14일 이사회를 열고 지난해 1월부터 이어진 윤여원 단독 대표이사 체제에서 3인 각자 대표이사 체제로 전환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CJ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서 신사업을 두루 담당했던 이승화 신임 대표이사는 사업과 경영 전반을 이끈다. 그룹의 전략적 방향성과 정렬된 실행 체계를 바탕으로 콜마BNH의 미래성장동력 발굴과 사업 경쟁력 강화, 수익성 제고를 중심으로 한 경영 혁신을 추진할 계획이다.
윤상현 대표는 콜마그룹의 부회장으로서 무보수로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면서 콜마BNH의 중장기 비전 수립과 전략 자문 역할을 맡는다. 임기는 내년 3월 정기 이사회까지다.
윤 대표는 이 기간에 이승화 대표와 동생 윤여원 대표의 체제가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윤여원 대표는 대외 사회공헌활동을 맡아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지속가능경영을 중심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에 집중할 예정이다. 다만 경영 의사결정 등 회사 경영 전반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이사회 의결을 통해 역할을 명확히 했다.
신임 이 대표는 “지주사인 홀딩스와 긴밀히 연계해 상장사에 걸맞은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영 체제를 확립하고, 기업 성장을 통해 재도약과 주주가치 제고를 실현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사회 결정으로 콜마BNH 경영권 분쟁은 표면적으로 봉합됐지만 콜마그룹 경영권 갈등은 진행형이다.
앞서 윤상현 콜마홀딩스 부회장은 콜마BNH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동생 윤여원 대표를 포함한 경영진 쇄신을 예고했다. 그러나 양측은 최근 물밑 대화를 통해 윤 대표의 대표직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윤동환 회장이 증여한 그룹 지주회사인 콜마홀딩스 지분 14%(460만주)를 다시 돌려달라며 아들인 윤 부회장에게 제기한 ‘주식 반환 소송’이 이어지고 있다. 윤 부회장이 지분 증여 당시인 2018년 체결한 경영 합의를 위반하고 콜마BNH 경영에 관여했다는 것이 이유다.
이번 소송은 그 결과에 따라 콜마그룹 지배구조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어 콜마 오너가 갈등의 핵심으로 꼽힌다. 다만 대법원까지 고려하면 소송의 결론까지 최소 1년 이상 걸릴 것으로 보여 갈등이 장기화될 조짐이다. 주식반환 소송의 첫 변론기일은 오는 23일이다.
윤 회장측 인사는 “이번 콜마BNH 이사회 결정과 주식 반환 소송은 별개”라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콜마홀딩스가 콜마BNH를 생명과학 중심 기업으로 전환한 뒤 계열사인 HK이노엔과 합병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 경우 조직 효율화를 앞세워 추가적인 경영진 재편의 가능성도 있다.
이날 이사회가 끝난 후 이승화 대표는 “건강기능식품과 의약품이 포괄하지 못했던 영역까지 사업을 확장해 라이프사이언스 기반의 신소재·신기술·신제형을 주요 사업모델로 만들고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 우위를 다지겠다”고 밝혔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