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돈세탁’ 구인광고 방치
버젓이 ‘계좌매입·자금세탁’ 홍보, 방미심위 ‘개점휴업’
외교부, 8월 이후 캄보디아 한국인 안전실태 파악 미진
캄보디아 한국인 납치·고문사태 파장으로 정부가 뒤늦게 대응에 나섰지만 정작 관련 범죄 온상으로 지목된 커뮤니티 사이트는 버젓이 ‘영업’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지 한국인 안전실태 파악에도 구멍이 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데스카페’ 성업 중 = 커뮤니티 사이트 ‘하데스카페’에는 15일 ‘고가에 대량의 개인 및 법인 계좌를 매입하고 있으며, 이는 자금 세탁 행위에 연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제목의 구인글이 올라왔다. ‘프리미엄’ 딱지가 버젓이 붙었고, 게시자 이름은 ‘캄보디아 최대 자금세탁 회사’였다.
작성자는 “계좌 소유자는 저희와 함께 일하기 위해 프놈펜으로 출국해야 한다”며 “업무 기간 동안 호텔, 항공료, 식비는 저희가 부담한다”고 홍보했다. 업무 기간은 7~10일이 소요되고 개인 계좌는 1300만원, 법인 계좌는 4000만원에 매입한다고 썼다.
2023년 개설된 하데스카페는 ‘비즈니스 마케팅 정보 종합 커뮤니티’를 표방하고 있다. 그러나 보이스피싱과 대포통장 모집 등 이른바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중개해주는 대표 플랫폼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카페 운영진은 공지사항을 통해 “‘총판’(모집책) 또는 사행성 사이트를 홍보하거나 회원을 모집하기 위한 글이 등록 가능하다”고 알리고 있다. 또 “대출, 통장, ‘보피’(보이스피싱), 마약 관련 글들은 통보 없이 삭제되며 제재를 받게 된다”고 경고하면서도 이른바 ‘보증금’을 낸 ‘프리미엄’ 업체는 예외를 두고 홍보 중이다.
이 사이트가 2년동안 성업하며 한국인들의 캄보디아행을 유도하고 있지만 당국의 대처는 소극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1년간 이 카페에 게시된 글 1만8000여건 중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가 문제 삼은 것은 아이디 불법 거래 관련 글 100~200건에 불과했다. 나머지 상당수는 캄보디아 등 해외에서 일할 ‘TM(텔레마케팅) 직원’을 구한다거나 대포통장 명의자를 모집한다는 내용이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르면 방미심위는 범죄를 목적으로 하거나 교사·방조하는 내용의 인터넷 페이지 정보를 차단할 수 있다. 특히 사이트의 주된 목적이나 대부분 콘텐츠가 불법일 경우 사이트 전체를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방심위는 위원회 구성이 지연되며 지난 6월 2일부터 4개월간 모든 심의가 완전히 멈췄다. 지난 1일 방미심위가 새롭게 출범했으나 기존 위원들의 승계 여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중이다.
◆현지 한국인 안전 파악 ‘제각각’ = 현지 한국인들의 안전 실태 파악도 미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4일 외교부 등 관련 당국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가 파악한 캄보디아 내 안전 확인이 안 되는 한국인 숫자는 지난 8월 기준으로 80여명이다.
8월은 캄보디아 현지에서 20대 한국인이 고문받다가 사망해 숨진 채 발견된 시기다.
8월 이후 이미 한 달 넘는 시간이 지났음을 고려하면 그간 몇 명이 더 캄보디아로 갔는지 당국이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외교부는 국내 경찰에 들어간 신고와 외교부 소속 현지 공관이 받은 신고에 중복이 있을 수 있어 교차검증이 필요하다고 하는 등 8월까지의 수치도 정확한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부터 이달 13일까지 캄보디아 관련 실종·감금 의심 사건을 143건 접수했고 이 가운데 52건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고 이날 밝혔다.
외교부가 밝힌 지난해부터 올해 8월까지의 신고 건수 550여명, 안전 확인 470여명, 안전 미확인 80여명과는 차이가 있다.
경찰 관계자는 “경찰은 국내에서 신고가 들어와 수사 중인 사건을 집계한 것이고, 외교부는 영사콜센터 등으로 받은 신고라서 애초 다른 범주”라며 “재외국민 보호와 관련한 공식적인 통계는 외교부 통계이므로 국내 수사도 이를 토대로 이어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걸 기자 claritas@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