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사태 놓고 민주 “윤 정부 탓” 국힘 “무능 정권”

2025-10-16 13:00:01 게재

여당, ‘윤 정부 책임론’ 띄우고 군·경·외교관 의원단 급파

야당 “전 정권 타령만” 공세 … 혐오 키우는 적대 주장도

캄보디아 사태로 국민 불안이 높은 가운데 정치권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윤석열정부 책임론’을 주장하며 군·경찰·외교관 출신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단을 급파했다. 국민의힘은 ‘이재명정부 무능이 드러났다’며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 정책 철회와 함께 일각에선 ‘전쟁 선포라도 해야 한다’는 적대적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민주당 재외국민 안전대책단, 캄보디아로 출국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한 재외국민 안전대책단이 한국인 납치, 구금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15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캄보디아로 출국하고 있다. 영종도=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민주당은 15일 ‘재외국민 안전대책단’을 출범시킨 후 군·경찰·외교관 출신 의원들로 구성된 의원단을 캄보디아 현지로 급파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정부는 국가의 책무인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민주당도 집권 여당으로서 사태 해결에 총력을 다하겠다”며 “안전대책단을 출범하고 캄보디아에 급파한다”고 밝혔다. 민주당 의원 대책단은 4성 장군 출신의 김병주 최고위원이 단장을 맡고 행정학 박사인 황명선 최고위원, 외교관 출신의 홍기원 의원, 경찰 출신의 임호선 의원 등이 부단장으로 합류했다. 김병주 단장은 “청년들이 캄보디아에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다. 만사 제치고 구출부터 해야 한다”며 “이날 저녁 비행기로 캄보디아로 날아가 교민 구출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의원단은 이날 캄보디아로 파견된 정부 합동대응팀과 공조할 것이라고 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국무회의에서 “가용자원을 총동원해 신속·정확하고 확실하게 대응하라”고 주문했고, 15일 정부 대응팀이 현지로 파견됐다.

민주당은 한편으로 캄보디아 사태가 윤석열정부의 잘못된 대응에서 나타났다며 ‘윤 정부 책임론’을 폈다.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15일 “캄보디아 참사의 본질적 원인은 돈은 돈대로 퍼주고 국민 안전에는 말 한마디 못했던 윤석열 내란 정권의 ‘호구 외교’ 때문”이라며 “윤석열정권이 캄보디아 ODA(공적개발원조) 예산을 4배 증가시킨 이면에 통일교 관계자가 김건희에게 청탁했다는 의혹이 있다. 캄보디아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요청은 묵살했다”고 했다. 문대림 당 대변인도 서면 브리핑을 통해 “국민의힘이 1년 전 국정감사에서 캄보디아 내 한국인 피해가 폭증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하고도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국민의 안전을 저버린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은 정부의 대응이 매우 안이하다며 ‘무능’에 초점을 맞춰 공세를 펴고 있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지난 14일 “정부가 검토 중인 코리아데스크 설치, 경찰 영사 확대 배치 등은 매우 안이한 대응”이라며 “경각에 처한 우리 국민 생명과 안전을 각자 알아서 해결하라고 방치하는 것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송 원내대표는 “과거정부에서는 피랍된 국민을 구하기 위해 아덴만 여명 군사작전까지 전개한 바 있다”고도 했다. 15일 KBS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민주당은) 국민의 안전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하면서 전 정권 타령만 하고 있다”며 “캄보디아 경찰 파견 증원은 문재인정부 때도 있었는데, 과거 정부 잘못을 이야기하기 전에 우리가 무엇을 해야 국민을 구출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은 페이스북에 “(캄보디아 사태는) 중국계 범죄 조직이 주도하는 국제적 인신매매가 문제의 핵심”이라며 “국민이 납치되고 폭행당하고 죽어가는데도 (이재명 정부가) ‘셰셰 외교’로 일관하며 침묵한다면, 무능의 극치이자 책임의 외면”이라고 썼다.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가운데 외국에 대한 적대감과 혐오를 키우는 과격한 발언도 이어지고 있다.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지난 14일 채널A 유튜브에서 “지금 전쟁 선전포고라도 해야 맞는 것”이라며 “대한민국 국민을 건드리는 것은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와 같다는 정도의 강한 의지를 보일 때 이런 범죄가 사라진다”고 말했다. 그는 13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대한민국은 자국민 타깃으로 삼는 범죄단체에 보복하는 국가임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캄보디아 사태에 중국인 출신이 관여한 것을 들며 중국인 단체 관광객 무비자 입국 정책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은 13일 페이스북에서 “핵심은 국내 중국인 범죄”라며 “중국인 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해야 한다. 중국인 전면 무비자도 철회하라. 중국인 흉폭 범죄 ‘중폭’을 없애자”라고 적었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도 15일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캄보디아를 단속한다고 해도 풍선 효과로 인근 동남아 국가로 흘러 들어갈 가능성이 많고 범죄자들이 우리나라로 흘러들어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중국인 무비자 문제에 대해서도 이런 추이를 지켜보면서 재고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한편, 국회 외교통일위원회는 캄보디아의 보이스피싱 범죄 근거지, 일명 웬치(园区) 현장 방문을 추진하기로 했다. 외통위 아주(아시아)반 국회의원 8명은 오는 21~24일 캄보디아 출장 중 수도 프놈펜 외곽의 대규모 범죄단지 2곳을 직접 방문할 계획이다.

이명환·박소원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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