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진단

10월 18일, 미국에 주목해 보자

2025-10-17 13:00:01 게재

한미 관세협상이 트럼프정부의 막무가내 요구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10월 31일부터 시작되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의 한미 정상회담이 어떻게 전개될지 우려가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2025년 취임 직후부터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전세계를 대상으로 관세폭탄을 던졌고 유럽연합 영국 일본 중국 우리나라 등을 대상으로 일방적인 각개격파 전략을 구사해왔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국가의 미국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10%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미국에 무역흑자를 내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최고 25%의 관세를 추가로 부과하겠다는 충격적인 조치를 발표했다. 그리고 미국과 별도의 1:1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8월 1일부터 미국의 일방적인 관세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엄포를 놓았고, 한국 협상단은 7월 30일 미국정부와 어렵게 협상안을 타결했다.

당시 발표된 합의안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의 평가는 한국정부의 신중한 접근과 치밀한 준비로 인한 성공적인 협상이라는 호평이 압도적이었다. 트럼프정부가 위협했던 25% 상호관세율은 15%로 조정되었고, 반도체나 의약품에 대해서는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으며, 우리나라 기업들이 미리 결정했거나 향후 오랜 기간에 걸쳐 집행될 투자 계획을 포함해 대미 3500억달러 투자를 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8월 말 한미 정상회담 후 트럼프정부의 말이 바뀌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2029년 1월까지 3500억달러를 현금으로 내놓으라는 막무가내 요구까지 나아갔다. 3500억달러는 우리나라 외환보유고의 84% 수준이다. 우리 정부는 미국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 한국은 외환위기에 직면할 수밖에 없는 절박한 현실을 근거로 미국정부와 다양한 협상을 진행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 할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나 미국 정부 관료들이 여기저기서 툭툭 협박성 발언을 쏟아내며 압박수위를 높이고 있는 가운데 10월 31일부터 시작되는 경주 APEC 정상회의 시간이 시시각각 다가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APEC에 오기는 오는데 정상회의는 참석하지 않겠다”고 하고, 경주에서 “미중 정상회담을 하겠다”고 했다가 “하지 않겠다”고 했다가, 또 “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말을 흘리며 종잡을 수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중이다.

이쯤 되면 누가 보더라도 총을 든 무법자나 폭군의 모습이 연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10월 18일 미국 전역에 걸쳐 트럼프 정부 반대 시위가 예정되어 있는데, 미국 시민들의 저항이 트럼프정부의 국내외적인 행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괴적 행태는 미국 국내에서 훨씬 심각하다. 우리는 지난 9월 초 불법 이민자 단속을 명분으로 우리나라 현지 파견기업 노동자 317명을 구금했던 트럼프정부의 어처구니없는 조처로 큰 충격을 받은 바 있다.

트럼프정부와 반트럼프 진영 갈등 격화

트럼프정부는 불법 이민자 단속 명분으로 지난 6월부터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일리노이주 시카고, 오리건주 포틀랜드, 워싱턴 D.C 등의 도시에 군대를 파견했거나 하겠다고 위협하면서 해당 주의 주지사, 시장과 정치적 갈등을 벌여 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방 법원까지 군대 파견을 금지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트럼프정부와 반트럼프 진영 사이의 갈등이 점점 더 격화되고 있는 상태다.

지난 10월 4일에는 시카고에서 트럼프정부의 이민자 단속에 항의하던 시위대를 강제 진압하는 과정에서 연방 공무원이 쏜 총에 맞아 시민이 부상당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자는 미국 시민이다. 미국정부는 피해자가 “연방 공무원의 직무집행을 방해했기 때문에 정당한 발포였다”는 입장을 내놓았고, 연방 검찰은 피해자를 기소한 상태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 사건은 그렇지 않아도 다양한 영역에서 일어나고 있던 트럼프정부 반대 움직임에 기름을 부은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 전역 ‘노킹스(No Kings)’ 시위 예정

지난 9월에는 미국의 유명 심야 토크쇼 진행자였던 지미 키멜(Jimmy Kimmel)의 방송 중 발언을 둘러싼 논란이 큰 이슈가 되었다. ABC 방송의 ‘지미 키멜 라이브’는 미국 전역에 방송되는 프로그램으로 2003년부터 진행되고 있는 오래된 인기 프로그램이다.

진행자 지미 키멜이 방송 중에 찰리 커크 사망 사건과 관련한 트럼프정부의 대응에 대해 비판적 언급을 했고, 트럼프정부는 방송중단 압력을 넣었으며 ABC 방송은 이 프로그램을 중단했다. 그러자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 언론인들이 직접 나서 공개적인 비판을 쏟아냈고 결국 ABC 방송은 1주일만에 방송 재개를 결정했다.

이 사태를 계기로 10월 초 제인 폰다, 나탈리 포트만, 앤 해서웨이, 우피 골드버그 등 배우 감독 가수 작가 550여명이 참여한 ‘수정헌법 제1조 위원회’가 결성되었다. 수정헌법 제1조는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조항으로, 1947년 당시 미국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데 반대한 유명 인사들이 최초로 결성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 같은 이름으로 다시 결성된 것이다. 위원회에 참여한 인사들은 방송 인터뷰 소셜미디어(SNS) 등을 통해 표현의 자유에 대한 다양한 지지 입장을 표명하고 있다.

한편 지금까지 트럼프정부에 의해 대량 해고를 당했고 지금도 해고 위협에 시달리고 있는 연방정부 공무원노동조합(AFGE)도 10월 18일 시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공언했다. 미국 연방정부 공무원은 240만명에 달하는데 트럼프정부는 취임하자마자 연방 공무원 30만명을 해고하겠다고 나섰다. 지금까지 20만명 이상이 이미 해고되었으며, 해고되었거나 해고 위협에 시달리는 공무원들은 연방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10월 18일 ‘노 킹스’ 시위는 6월 14일에 이어 2번째로 기획된 전국 규모 시위다. 6월 14일은 트럼프 대통령의 생일이었고 미 육군 창설 250주년 기념 퍼레이드가 예정된 날이었다. 미 전역의 시민단체들은 이날을 기해 전국 곳곳에서 비폭력 평화시위를 기획했고, 주최 측 추산 이날 시위에 참여한 사람은 500만명에 이른다고 한다.

이번 두 번째 시위는 국내 갈등이 더 격화된 상황에서 진행되고 200여 개가 넘는 전국의 시민단체들이 함께 준비하고 있기 때문에 그 규모는 1차보다 훨씬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위의 이름이 ‘왕은 없다’인 이유는 말뜻 그대로 취임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언행과 정책이 민주주의 사회에서 선출된 공직자가 아니라 왕정에서 군림하려는 왕과 같고 미국 시민들은 ‘왕이 필요없다’는 뜻을 담은 것이다.

미국 국내 정치 대외에도 영향 미칠 것

우리나라 정치도 골치 아픈데 미국 국내 정치까지 알아야 하나 싶지만 트럼프 정부가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 보니 우리나라 시민들의 관심이 필요하다. 한두 번의 대규모 시위로 트럼프정부가 당장 어떻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국 국내 정치의 변화는 트럼프정부의 대외정책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당장 트럼프정부의 관세정책은 평범한 미국인의 일상생활에도 심각한 여파를 미치고 있다. 높아진 관세는 의류 가구 커피, 공구, 가전제품 등 수입 의존도가 높은 제품을 중심으로 미국 국내 물가를 상승시키기 시작했고, 이런 상황은 관세정책에 대한 부정적 여론으로 이어지고 있다. 2025년 8월 퓨리서치센터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1%가 트럼프의 관세정책에 반대의견을 나타냈다.

우리 정부가 미국정부와 국익의 관점에서 협상을 잘 할 수 있도록 바라면서, 다른 한편으로 미국 국내의 저항이 트럼프 정부의 막무가내식 대외정책에도 제어장치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