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고령자가 청년일자리 차지, “상관관계 없다”

2025-10-17 13:00:03 게재

독일도 ‘일자리, 고령자 유리하면 청년 불리’ 논란

고령 일자리, 청년 대체 도입했지만 13년 만에 중단

정년연장이 거론되면 독일이든 한국이든 다른 나라에서도 청년 일자리가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1996년 독일에서 연금개혁 정책이 제안되자 언론은 고령자의 정년연장이 청년 일자리의 적인 것처럼 소란했다. 그 후에도 같은 논란은 종종 재점화됐다.

고령자가 조기에 퇴직하지 않게 되면 일자리에 공석이 생기지 않아 양성훈련을 마친 젊은 청년들로 채워져야 할 일자리 수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정년 연장을 비판하는 쪽의 입장은 전체 일자리의 수는 변하지 않고 일자리에 분배만 바뀌는데 정해진 수의 일자리를 고령자에게 유리하게 분배하면 청년이 불리해진다는 얘기다.

◆고령자·청년, 실업률·고용률 동반 상승 또는 하락 = 이런 논란은 고령자의 정년이 빨라져야 노동시장 진입과정에 있는 청년실업이 줄어든다는 연구의 가설이 된 바 있다. 독일의 ‘노동과 직업연구소(IAB)’는 1978~1990년 12년간 수집한 피고용자조사 자료에서 141명 화학업체 기능인력, 83명 항공기 정비사, 633명 화학실험 조수(보조인력), 703명의 광고전문가, 626명의 화학 및 물리학 전문기술인력, 611명의 화학자의 자료를 뽑아 이 가설이 설득력을 갖는지 연구했다.

정년이 연장돼 퇴직이 늦어져 평균 근로년수가 1년 길어지면 젊은 숙련인력이 실업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증가하는지를 분석을 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통계적 상관관계는 찾을 수 없었다.

1996년에는 독일에서 고령자의 일자리를 청년층의 일자리로 대체하는 정책을 펼쳤다. 이 정책은 세대간 일자리 대체이론에 따른 정책으로 ‘고령자 파트타임제’로 불리워졌다. 고령자가 부분 퇴직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내면 그 자리에 실업자나 훈련을 막 종료한 청년 또는 훈련생을 채용하도록 지원하는 제도다. 독일 연방고용청은 기업이 고령자 파트타임제를 도입할 경우 최대 6년 동안 사용자에게 고용보조금을 제공했다. 정부는 이 정책으로 고령층의 일자리가 청년층에 의해 대체될 것을 기대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은 고령자가 부분퇴직을 통해 만든 일자리에 대한 지원금을 고령자의 기술과 업무를 계승하는데 사용하지 않았다. 고령자가 퇴직하며 남긴 일자리를 없애고 인력을 감축하거나 연속성이 없는 새로운 업무, 신기술을 습득한 청년층으로 채용하는 데 사용했다. 기업이 채용을 계획했던 다른 신규인력을 뽑는데 정부지원금이 쓰여지곤 했다. 독일 정부는 2009년 이 제도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다.

2014년 다시 고령자 정년연장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다시 고령자의 취업률이 늘어나는 것이 청년실업률을 증가시키는 것과의 상관관계가 있는지 유럽연합(EU) 국가들의 2008년~2012년 고용자료를 분석했다.

그러나 둘 사이에 상관관계는 찾아내지 못했다. 오히려 고령자의 실업률과 청년층의 실업률이 동반하여 상승하거나 하락했다. 그 이유는 청년의 노동과 고령자의 노동은 업무 특성이 달랐다.

고령 노동자는 일반적으로 업무 경험이 많다. 동시에 덜 역동적으로 발전할 수 있는 보다 전통적인 산업에서 더 집중돼 있었다. 고령자는 또 젊은 직원만큼 신체적 회복력이 없다. 고령자의 학교 교육은 일반적으로 오래전에 이뤄졌다.

반면에 젊은 노동자는 종종 이전 세대에는 존재하지 않는 새로운 트렌드와 기술에 따른다. 청년은 일과 관련해 지식을 쌓기 시작하는 단계에 있으므로 더 유연하지만 경험이 거의 없다. 이렇게 두 연령대의 작업 프로필이 서로 크게 다르므로 직접 대체 가능성이 거의 없었다.

◆청년을 실업으로 몰지 않고 더 오래 일하는 방법 = 젊은이들을 실업으로 몰아넣지 않고 고령자들이 일자리를 더 오래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2015년 이 답을 찾아 오스트리아의 학자들이 1960~2013년 EU 20개 회원국의 자료를 분석했다.

청년실업은 고령층의 고용증감보다 실질 국내총생산과 경제성장률에 유의한 영향을 받았다. 그리고 고령층의 고용증가는 청년층의 실업을 오히려 감소시켰다.

이유는 고령자 고용률이 높을수록 이들의 구매력이 높아져 상품과 서비스의 수요가 증가하고 여기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기 때문이었다. 경제가 활성화되고 전반적인 고용이 확대되는 것이 청년과 고령자가 함께 실업을 줄이는 방법이었다.

최근 10년 디지털화·탈탄소화·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전문인력부족이 큰 사회적 문제가 됐다. 일손이 부족한 실정, 고령자와 청년 사이에 일자리 대체이론은 설자리가 없어졌다.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