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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베이비붐세대 대량은퇴 대비 20년 연구·실천

2025-10-17 13:00:01 게재

정년연장과 고령자 노동의 미래, 기업 변화가 핵심 … 고령자 고용률, EU 28개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

초고령 사회다. 고령자가 사회에 참여하고 기여하고 자기 몫을 다하는 것이 당연해진다. 국가 경제의 성장동력을 유지하고 복지 부담을 줄이기 위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해, 고령의 삶을 건강하고 당당하게 누리는데 고령자의 노동 참여가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정년을 65세로 연장하자는데 논란이 뜨겁다. 정년연장이 단순히 고령 노동자의 고용기간을 연장하는 법 개정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기업의 인력관리와 조직문화 전반에 변화가 필요하다. 독일의 정년연장도 쉽지 않았다. 그러나 독일은 1990년대 말, 베이비붐 세대의 대량은퇴가 발생하기 훨씬 전에 대량은퇴가 경제와 사회에 주는 영향을 줄이기 위해 준비를 시작했다. 독일 정부는 2020년대 노동력 고령화에 대비해 생산과 서비스 현장인 기업에 인력개발 및 관리의 변화가 중요함을 알아차렸다. 1999년 말 독일교육연구부는 유럽연합(EU)과 협력해 ‘노동과 고령화’를 주제로 전문가 회의를 베를린에서 열었다. 독일교육연구부의 관심은 무엇보다 기업이 고령 노동자를 지속적으로 고용하도록 유급 노동의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었다.

먼저 독일이 추진한 것은 기업이 고령자에 대한 선입견을 버리는 것이었다. 또 고령자의 학습과 노동에 대한 동기부여가 필요했다. 업무설계, 건강관리, 임금 및 노동시간의 구조변화 등 고령자에 맞게 고용환경을 바꾸는 방안이 연구·개발했다. 2006년 독일은 고령 고용 확대의 목표를 정했다. 구체적으로 △2010년까지 55세 이상의 고용률을 50%대로 높이자는 EU의 목표를 달성하고 2012년까지 독일이 고령 고용에서 EU의 리더가 된다. △55세 이상 노동자의 조기퇴직을 획기적으로 줄인다. △고령 실업자의 노동시장 재통합 여건을 향상한다. 이는 고령자 고용을 금전적으로 돕는 방안이다. △미래 노동시장에서 필요한 새로운 직업자격을 미리 갖추기 위해 고령자의 직업훈련 참여를 크게 늘린다는 것이다. 목표 달성을 위해 2007년 5월 1일 ‘이니셔티브 50+, 고령자 고용기회 개선법’을 시행했다. 같은해 ‘67세 퇴직 모델’을 도입하는 ‘연금보험 연령조정법’이 제정됐다.

◆고령자 혁신참여, 고용증가 = ‘이니셔티브 50+, 고령자 고용기회 개선법’의 하나로 채용보조금제도가 기업의 고령고용을 촉진했다. 사업주가 50세 이상의 고령자를 고용할 경우 사용자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했다. 그간 장애가 있는 실업자를 채용할 경우 사업주에게 임금의 최대 50%를 최장 1년 동안 채용 보조하는 제도가 있었다. 이 채용보조금제도를 50세 이상의 고령자에게로 확대됐다.

6개월 동안 실업상태에 있는 고령자 또는 고용촉진프로그램(공공근로 등)에 참여한 바 있는 고령자 등 노동시장에 통합할 필요가 있는 고령자를 고용할 경우 사용자는 최소 1년에서 최대 3년간 임금 비용의 30~50%를 지원받을 수 있다. 55세 이상 고령자를 고용한 경우 최대 8년까지 임금을 지원받았다.

좋은 근로조건은 노동자가 더 오랫동안 일할 수 있고 또 일하고 싶어지도록 동기를 부여한다. 정부의 ‘이니셔티브 50+’정책의 하나로 ‘노동의 질을 새롭게 향상하는 이니셔티브(INQA)’라는 프로그램이 시행됐다. 이 프로그램은 고령직원의 건강과 자격향상에 대한 기업의 투자를 강조한다.

예를 들어 디지털화와 같은 기술의 혁신은 생산과 영업활동뿐 아니라 기업의 전반적인 활동에 영향을 준다. 매신저 웹을 통한 소통방식과 같은 새로운 소통방법이 등장하고 이에 따라 조직과 문화가 변화한다. 정부는 이러한 변화에 모든 연령대의 직원이 다 참여하도록 지원할 것을 촉구했다.

건강하고 정보화되고 의욕이 넘치는 인력을 가진 기업만이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로 장기적으로 글로벌 경쟁을 할 수 있다. 고령자가 이러한 변화에 도태되지 않도록 연방정부, 주정부, 사회적 파트너, 사회보험, 관련 재단과 기업이 해법을 개발하고 기업의 모범사례를 수집했다. 가능한 많은 기업이 ‘노동의 질을 새롭게 향상하는 이니셔티브’에 참여하도록 지원했다.

2000~2014년 독일의 고령자 고용률은 EU 28개국 중 가장 빠르게 성장했다. 이러한 성과는 기업의 참여를 중심으로 ‘퍼스펙티브 50+’와 같은 여러 다른 고령고용촉진 프로그램이 또한 중요한 역할을 했다.

2020년 ‘노동과 고령화 - 20년 연구와 실천의 결산’이라는 책이 출판됐다. 이 책은 1999년 연방교육연구부에서 제기한 초고령화시대 유급 노동의 미래를 연구한 결과이다. 이 책은 ‘노동과 고령화’에 대해 축적된 지식, 고령노동에 필요한 업무의 설계 및 인사관리의 발전 상황을 평가했다.

그리고 ‘노동과 고령화’ 문제를 다루는 연구결과와 실천모델을 소개했다. 노동시장의 변화, 인사관리, 고령자의 학습과 동기부여의 방법, 업무설계, 고령자 성차별과 및 사회적 차별, 건강, 평의회의 협약과 노동조합 단체협약의 개요를 제공한다.

독일 폭스바겐 드레스덴공장에 도입된 수동 흡착식 리프팅 장치와 같은 리프팅 보조 장치는 고령 직원들의 근골격계 부담을 줄여준다. 출처: https://aug.dguv.de/

◆기업의 가치는 인간, 정부 컨설팅 지원 = 이러한 성과와 함께 독일 연방노동사회부 ‘기업의 가치: 인간’ 프로그램이 2015~2022년까지 유럽사회기금(ESF)과 연방노동사회부(BMAS)의 지원을 받았다. 그간 발굴한 사례를 확산하기 위해 한시적 집중적으로 기업 컨설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목표는 중소기업이 직원의 연령에 맞춘 인사조직전략과 방법을 개발하고 실행하도록 중소기업의 컨설팅을 지원하는 것이다. 고령자와 관련된 인적자원관리, 기회균등과 다양성, 건강, 지식 및 역량과 관련된 컨설팅이 지원됐다.

이 정책은 2017년 ‘기업의 가치: 인간+’로 확대됐다. 디지털화·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에 과제가 부여될 때 필요한 인사정책 및 업무조직 혁신과정을 컨설팅했다.

2022년 연방노동사회부는 ‘노동: 안전+건강’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디지털화·기후위기· 고령화가 초래한 근무조건의 변화를 전문가와 기업의 노사가 현대적이고 인간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고자 조직됐다.

고령화에 대응해 모든 연령이 적합하다고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을 펼친다. 고령자의 결근율 이직률을 낮추고 고령직원의 역량을 활용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독일의 고령자 고용확대 정책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2006년 설정한 목표를 2012년에 성공적으로 달성했다.

한국 정부와 국회는 65세 정년연장을 2033년까지 단계적으로 실현할 목표를 세우고 있다. 정년이 단계적으로 연장되는 동안 기업은 바쁘게 인사노무관리제도를 고령자 동반형으로 혁신해야 한다. 독일 사례가 보여주듯이 정년연장을 구현하는 데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 속에 고령고용 확대를 위해 노사가 협력해야 한다.

■ 글 =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가천대 겸임교수로 있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
■ 글 = 정미경 독일정치경제연구소 소장은 가천대 겸임교수로 있다. 독일프랑크푸르트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를 취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