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의학에 첨단기술 더한 건강문화잔치
강서구 ‘동의보감’ 저술 415년 맞아
돌멩이약방 특별전+23회 허준축제
코끼리와 같은 대형 동물이 화석화된 용골(龍骨), 푸른색 빛나는 광물 공청(空靑), 색이 맑고 투명하며 광택이 있는 파려(玻瓈)….
지난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가양동 허준박물관. 저서 ‘동의보감’을 비롯해 각종 텔레비전 연속극 등으로 이름이 친숙한 허 준 선생이 출생한 곳으로 알려진 가양동에 강서구가 마련한 공립박물관이다. 김충배 박물관장이 진교훈 강서구청장 등 3층 기획전시실을 가득 메운 관람객들에게 동의보감을 비롯해 각종 의서에 기록된 광물 약재와 효능을 설명한다.
‘용의 뼈’로 알려진 용골은 혈관을 튼튼하게 하고 지혈에 효과가 있고, 공청은 눈에 열이 몰려 붉어지고 아픈 증상과 눈이 흐려지는 것을 치료해 준다고 한다. 파려 즉 수정은 마음을 편안하게 하고 충혈된 눈을 치료하는 데 쓴다. 산호 자수정 석고 종유석(석종유) 수은 구리 철 등 익숙한 광물까지 모두 ‘약이 되는 돌’이다.
17일 강서구에 따르면 구는 동의보감 편찬 415주년이자 허준박물관 개관 20주년에 맞춰 특별한 건강문화잔치를 준비했다. ‘돌멩이 약방 – 약이 되는 돌 이야기’ 특별전과 오는 18일부터 이틀간 마곡동 서울식물원 일대에서 펼쳐지는 제23회 허준축제다.
‘돌멩이 약방’ 특별전은 본격적인 축제에 앞서 지난 16일 개막했다. 병을 치료하고 건강을 지키기 위해 자연 속에서 약재를 구했던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자리다. 특히 우리 생활과 문화 속에서 다양한 역할을 해 온 광물의 모습을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100여종에 달하는 광물 약재를 생(生) 색(色) 미(美) 무(武)로 나눠 살폈다. 각각 생명이 남긴 흔적, 전통 회화나 건물 단청 색칠에 사용한 안료, 장신구나 예술품 관광자원, 생활에 도움이 되는 도구와 전쟁을 위한 무기를 의미한다.
오는 18일과 19일에는 서울식물원과 마곡중앙로 마곡광장에서 허준축제가 열린다. 선생의 애민정신과 동의보감에 담긴 지혜를 현대적으로 구현한 잔치다. 특히 구는 전통 의학과 첨단기술을 결합해 새로운 의료건강문화축제로 꾸밀 방침이다. 진 구청장은 “동의보감 415주년, 허준박물관 20년이라는 뜻깊은 해에 마곡중앙로 200m 구간을 통제하고 더 풍성한 잔치를 연다”며 “허 준 선생이 백성들을 위한 인술(仁術)을 고민했던 이야기, 흔적을 되새길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8일 오전 ‘허준런(run)’으로 축제의 문을 연 뒤 이틀간 5개 구역에서 80여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인공지능으로 복원한 허 준 영상을 비롯해 ‘사람을 살리는 따뜻한 의술’ 홀로그램 선포식 등 첨단기술이 결합된 볼거리가 눈길을 끌 전망이다.
무엇보다 축제를 즐기며 건강을 챙길 수 있다. 서울식물원 일대에 ‘의료건강체험’ ‘허 준 동의보감’ 체험관이 마련된다. 한의사회 의사회 의료기관 등이 참여해 양·한방 진료와 건강 상담을 한다. 인공지능 기반 건강체험도 가능하다. ‘돌멩이 약방’ 특별전도 광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가양동 주민 함희숙(63)씨는 “선조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는 전시”라며 “규모가 커진 허준축제가 한국문화 세계화 바람을 타고 세계적으로도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웃 조 모(70)씨는 “돌도 약이 된다는 걸 처음 알았다”며 “등잔 밑이 어둡다고 그동안 동네를 잘 몰랐는데 올해는 허준축제를 제대로 즐겨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진교훈 강서구청장은 “전통의학과 현대기술이 만나는 강서구 대표 축제이자 주민이 함께하는 건강문화의 장을 통해 선생의 정신을 되새기고 모두가 치유와 행복을 느끼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진명 기자 jm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