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정상 “2주내 부다페스트서 회담”

2025-10-17 13:00:01 게재

트럼프-푸틴 2시간 30분 전화통화 … 젤렌스키엔 “푸틴 입장 직접 전달”

지난 8월 15일(현지시간) 알래스카 앵커리지 엘멘도르프-리처드슨 합동기지에 도착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활주로에서 인사하는 모습.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에 한 발짝 다가섰다. 두 정상은 16일(현지시간) 약 2시간 30분간 전화 통화를 진행하고, 이르면 2주 안에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이미 고위급 회담 준비에 착수했으며, 핵심 의제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과 전후 미러 관계 재정립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통화 직후 자신의 소셜미디어 플랫폼 ‘트루스소셜’을 통해 “방금 푸틴 대통령과 매우 생산적인 대화를 나눴다”며 “우리는 전후 무역 관계, 우크라이나 전쟁,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 문제를 폭넓게 논의했고 다음 주 고위급 회의를 열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미국 측에서는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예비 회담을 주도하며, 러시아 측은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이 대응할 예정이다. 회담 장소로는 트럼프 대통령이 제안한 헝가리 부다페스트가 확정됐다. 푸틴 대통령은 이를 즉시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공식 행사에서 “푸틴과의 회담은 2주 안에 열릴 것”이라며 “이 전쟁이 얼마나 영광스럽지 못한 것인지를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그는 우크라이나의 토마호크 미사일 요청을 푸틴에게 직접 전달한 사실도 공개했다. “그에게 ‘내가 당신의 적에게 수천 발의 토마호크를 줘도 되겠느냐’고 물었다. 그는 이 질문을 좋아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우리도 토마호크 미사일이 필요하다”며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여부는 여전히 검토 중임을 시사했다.

크렘린궁 우샤코프 외교정책 보좌관은 “이번 통화는 러시아 측 요청으로 진행됐고, 통화 시간은 약 2시간 30분에 달했다”며 “대화는 매우 솔직했고 상호 신뢰에 기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통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2기 임기 중 8번째라고 덧붙였다. 두 정상은 앞으로도 긴밀히 연락을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민간 및 에너지 시설을 공격하고 있다”며 “러시아군이 전선에서 전략적 주도권을 완전히 확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토마호크 미사일 지원이 실질적인 전황 변화는 없겠지만 평화적 해결 가능성과 미러 관계 모두에 심각한 손상을 줄 것이라는 우려를 전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날(17일) 백악관을 방문할 예정인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푸틴과의 통화 내용을 전달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푸틴과 젤렌스키가 서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의 만남이 필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행보는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중동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휴전 합의를 끌어낸 데 이은 또 하나의 ‘평화 중재’ 시도로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통화 도중 트럼프에게 “중동에서의 위대한 평화를 이룬 데 대해 축하한다”고 전했고, 트럼프는 “이번 성공이 우크라이나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푸틴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떨어진 우크라이나 아동들을 돕는 활동을 하는 점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멜라니아 여사는 푸틴 측과도 협력하며 분리된 아동의 가족 재결합을 지원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우샤코프 보좌관은 “푸틴 대통령이 멜라니아 여사의 노력을 높이 평가했고, 안부 인사도 전해달라고 했다”고 밝혔다.

양국은 지난 8월 미국 알래스카에서 열린 비공식 회담 이후 두 번째 공식 회담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담은 중립국인 헝가리가 장소로 선택된 만큼 양측 모두에 부담은 줄고 실질적인 평화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은 커졌다는 관측이 나온다.

푸틴 대통령의 해외투자·경제협력 특사인 키릴 드미트리예프 러시아 직접투자펀드(RDIF) 대표는 텔레그램을 통해 “미국과의 경제 및 투자 문제 논의를 지속할 것”이라며 양국 관계 회복을 위한 대화 의지를 내비쳤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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