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윤철 “베센트 재무장관 만나…미국 선불요구 철회 가능성”

2025-10-17 13:00:04 게재

“베센트, 한국 외환시장 안정성 확보 필요하다고 이해”

“협상은 유동적 … 이달 말까지 최종타결되지 않을 수도”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6일(현지시간) 미국 측이 ‘3500억달러 대미투자’의 선불지급 요구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대미 투자 금액은 전액 선불(up front)로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의 거듭된 발언과는 반대다.

구 부총리는 3500억달러가 한 번에 빠져나가면 한국 외환시장이 흔들릴 수 있다는 현실을 미국이 이해하면서, 대미 투자 방식과 관련한 관세협상이 진척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에서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계기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과 만나 의견을 교환하고 있다. 사진 기획재정부 제공

◆“외환시장 안정 필요성, 미국도 이해” = 구 부총리는 이날 워싱턴DC 국제통화기금(IMF) 본부에서 진행한 동행기자단 간담회에서 “어제 주요20개국(G20) 회의에 가서 스콧 베센트 미 재무장관을 만났다”며 “베선트 장관은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한국에도 좋고, 미국에도 좋다고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베센트 장관이 한국 외환시장이 안정될 수 있도록 미국이 할 수 있는 협력이나 지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우리와 소통을 잘하지 않을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미국은 한국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되, 한국은 미국에 3500억달러 규모로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큰 틀에서 관세 협상이 이뤄졌지만, 대미 투자 방식을 두고 이견을 드러냈다. 한국은 보증과 대출을 포함한 규모라는 입장이지만, 미국은 선불방식으로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 중이다. 3500억달러는 지난달 말 기준 우리 외환보유액(4220억2000만달러)의 약 83%다.

구 부총리는 아울러 “(미국이 한국에게) 3500억달러를 ‘업프런트’(up front·선불)하라고 했을 때 한국이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것을 베선트 장관이 잘 이해하고 있고, 내부적으로 (통상 협상 주체인)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관련한) 이야기를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미국 측의 ‘선불 지급’ 요구를 막을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냐는 질문에 “그 부분을 (미국 측이) 이해하고 있으니까 그런 측면에서는 우리한테 좀 좋을 수 있다”고 답했다.

‘선불 지급 요구 철회 가능성과 관련해 유의미한 진전이 있다는 의미냐’는 물음에도 “그렇게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러트닉과 7월 말에 만나고 안 만났다. 제 (협상) 창구는 베센트”라면서 “(베센트에게) 내부에 (한국 입장을) 이야기해달라고 했으니 그 부분은 (미 측의) 언더스탠딩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그런 면에서는 굿 사인”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은 3500억달러를 선불로 (지급하는 데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구 부총리는 “전략인지, 진심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통화스와프는 부차적 문제 = 한미 통화스와프와 관련해서는 “통상협상은 러트닉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하는 게 본체”라며 “협상에 따라 필요한 외환의 안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통화스와프를 할 수도, 안 할 수도 있고 많이 할 수도, 적게 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협상 결과에 따라 한국 외환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 중 하나가 통화스와프”라며 “지금 시점에선 (미국측 대안이 나오면) 이 변동에 따라 통화스와프를 해야 할지, 한다면 얼만큼 해야 할지를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 부총리는 이날 오후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부 장관의 미 백악관 예산관리국(The 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OMB) 면담에 동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구 부총리는 “OMB가 (한미 조선 협력 사업인)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와 관련이 있어서 협조를 구하고 이야기하려는 것 같다”며 “저는 가다가 (참석하기로 한) 회의가 있어서 발길을 돌렸다”고 말했다.

미국과의 협상이 마무리될 시점에 대해서도 이달 말 예정된 트럼프의 한국 방문 시기보다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구 부총리는 “협상이라는 건 굉장히 유동적”이라면서 “반드시 아시아탱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전까지 한다, 못 한다는 얘기를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협상을) 빨리해서 자동차 관세가 낮아지면 국익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 “늦출 이유는 없고 가능하면 빨리 하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한편 구 부총리는 ‘주요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 및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 참석차 워싱턴DC에 머물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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