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대양당 지방선거 박빙 구도…민주당, 서울시장 탈환 ‘빨간불’
이재명정부 집권 1년도 안돼 ‘정권심판’ ‘정권지지’ 박빙
강경파 점령 민주당 ‘입법 독주’ 일관, 중도층 ‘갸우뚱’
여당 내부 “지선 전 부동산대책 내놓나” 불편함 드러내
이재명정부 집권 1년 만에 치러지는 지방선거 예측 여론조사가 박빙으로 흐르고 있어 주목된다. 조기대선에 따른 정권교체 직후에 치러진다는 점에서 ‘지방선거 낙승’을 예상했던 민주당 내부에서는 다소 당황하는 모습이다.
특히 지방선거 승패 가늠자 역할을 해온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이 고전할 것으로 예상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후보는 많지만 경쟁력 부재로 ‘풍요속의 빈곤’을 보이며 ‘인물난’을 겪고 있는데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 등으로 정권 심판론과 정권 지지론이 팽팽한 상황이다. 개혁입법을 주도하고 있는 강성지지층과 지도부에 대한 반감이 당 안팎에서 커지고 있는 데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강력한 부동산 대책, 미국과의 통상협상 등 커다란 변수들까지 대기하고 있어 민주당 내부의 긴장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19일 서울지역 민주당 모 의원은 “현재 나오는 여론조사 등 수치를 두고 벌써부터 승패를 예상하는 것은 다소 공허한 감이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구도, 인물 등이 어떻게 갈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내년 지방선거에 영향을 미칠 핵심 변수인 이재명 대통령의 지지율이 여전히 50% 수준으로 탄탄하게 버티고 있지만 이보다 10%p 정도 낮은 민주당 지지율이 부담이다. 중도층이 강하게 받혀주지 않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이 대통령 지지율을 끌어내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내년 6.3 지방선거가 거대양당의 박빙승부로 펼쳐질 것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 14~16일에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1명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한 결과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의견은 39%, ‘야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은 36%로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서 ±3.1%p) 내의 차이를 보였다고 밝혔다. 서울(39%, 38%)을 비롯해 경기(40%, 40%), 대전·세종·충청(37%, 34%), 부산·울산·경남(36%, 33%)에서 모두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상황임을 보여줬다. 이념성향별로 볼 때 중도층 역시 여당을 지원하는 쪽(38%)과 야당을 응원하는 쪽(36%)이 비슷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서울 탈환 쉽지 않다” = 특히 민주당 입장에서는 서울시장과 구청장 탈환이 쉽지 않다는 점을 확인했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서울시장뿐만 아니라 25곳의 자치구 중 17곳을 국민의힘에 내줬다.
주간조선이 지난 10월 10~11일 양일간 여론조사 전문업체 케이스탯에 의뢰해 서울지역 18세 이상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에서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50%)는 인식이 ‘정권을 견제하기 위해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42%)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오차범위 ±3.1%p)
‘정권지지’ 못지않게 ‘정권심판’ 여론 또한 강한 가운데 민주당 내에 국민의힘 소속 오세훈 현 서울시장을 무너뜨릴 만한 경쟁력 있는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민주당에서는 김민석 국무총리, 강훈식 대통령실 비서실장, 박홍근 서영교 박주민 전현희 김영배 현역의원과 박용진, 홍익표 전 의원, 정원오 성동구청장 등이 출마예상자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오 시장을 압도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대적으로 지지율이 높게 나오는 김 총리나 강 실장이 출마할 경우 곧바로 이재명정부에 대한 정권심판 성격을 부추길 가능성이 있다. 벌써부터 외부에서 영입하는 ‘차출론’이 나오는 이유다.
◆입법독주, 부동산정책, 한미통상협상 등 변수 = 민주당의 입법독주와 부동산정책, 한미 통상협상 등에 대한 여론이 향후 ‘정권 지지’와 ‘정권 심판’ 여론을 가를 변수로 지목된다.
실제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부가 내놓은 강력한 ‘부동산정책’에 대해 불편해하고 있다. 민주당 핵심관계자는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시절에도 부동산을 건드리는 게 아니라는 입장이었는데 지방선거 전에 내놓으니 난감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강도 높은 대출규제는 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나 그렇지 않은 사람들 모두에게 환영받기 어렵고 구체적인 효과는 상당한 시간이 지나야 나타날 수 있고 단기적으로는 ‘부작용’이 부각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여당과 정부는 서울지역 중심의 공급대책을 서둘러 내놓아 ‘실수요자들의 불안감’을 완화시킬 예정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이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실수요자께서 겪으실 불편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 불편이 결실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는 지자체와 협력하여 공급 확대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며 진화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작지 않다.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의 독주에 대해 당 안팎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며 “지지부진한 국민의힘 덕을 보고 있지만 이게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서울지역은 이미 상당히 보수화돼 있고 이는 부동산 가격이나 아파트 가격과 연결돼 있다”며 “유권자의 구도만으로 볼 때 민주당이 낙관하기 어렵다”고 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서울시장 선거 뿐만 아니라 기초단체장 선거도 격전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안 대표는 과거 4대 전국 선거를 분석하면서 58곳의 격전지를 제시했고 이중 서울지역에만 8곳(종로구, 중구, 광진구, 동대문구, 마포구, 양천구, 영등포구, 강동구)을 지목됐다. 민주당 우세지역이지만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이 버티고 있는 도봉구, 서대문구도 경합지로 꼽았다. 그는 “내란 사태 이후 펼쳐진 지난 대선에서 이재명 후보와 권영국 후보의 득표율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의 문재인 후보와 심상정 후보의 득표율보다 낮았다”면서 “민주당이 낙관할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