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경쟁만능교육이 내란 일으켰다
‘가슴마다 성스러운 이념을 품고/ 이 세상의 사는 진리 찾는 이 길을/씩씩하게 나아가는 젊은 오뉘들/ 이 겨레와 이 나라의 크나큰 보람/ 뛰어나는 인재들이 다 모여들어/ 더욱더욱 융성하는 서울대학교’
서울대 교가다. 최근 의사 선호현상에 따라 최고 우수학생이 전국의 의대에 진학한다. 하지만 해방 이후 최근 10년 전까지만 해도 전국의 최고 우수학생은 서울대에 진학했다. 전국의 학생들은 초등학교부터 서울대에 입학하기 위해 전쟁을 벌였던 것이 사실이다. 물론 지금도 서울대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 많이 모이는 우리나라 제1의 대학이다.
지방 국립대는 저출산 현상 등에 따라 존립을 위협받고 있고 서울 집중현상으로 지방이 소멸하는 한 이유로 ‘전국 제1의 대학 서울대‘가 꼽히면서 이재명 대통령이 집권 공약으로 내세운 것이 '서울대 10개 만들기'다.
'서울대 10개 만들기'는 결국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등 한국의 거점도시에 존재하는 역사가 오랜 9개 지방 국립대학을 서울대 수준으로 끌어올려 지방의 우수학생이 이들 대학에 진학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면 과연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할 것인가. 지방 9개 국립대가 서울대 수준으로 향상되면 지방소멸도 사라지고 한국의 대학 교육도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할 것인가.
'서울대 10개 만들기' 과연 현명한 정책일까
9개 지방 국립대에 많은 예산을 투입해 상당수 우수 교수가 많은 연구비를 받게 되면서 몰리게 되고 이에 지방 우수 학생이 상경하지 않고 지방 국립대에 진학한다면 지방소멸 현상 해소에 다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의 중심지가 서울인 상황에서 9개 지방 국립대 수준을 향상시키겠다고 해서 우수 학생이 서울로 지방 국립대에 진학하려 할 것인지는 미지수다.
한편으로는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과연 현명한 정책인가 하는 질문도 제기된다. 윤석열 한덕수 이상민 최상목…. 지난해 12월 내란사태 당시 우두머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비롯해 절대 다수가 서울대 특히 서울 법대 출신이라는 사실 때문에 상당수 국민은 서울대와 서울대 법대를 '내란대학'으로 불렀다.
김누리 중앙대 교수는 과거 한국의 최우수 학생이 서울대에 진학하면서 고위직 다수를 서울대 출신이 차지하고, 이에 서울대의 정치적 사회적 독재가 심각하다며 이는 한국이 정의로운 사회가 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라고 주장한다. 그는 윤석열의 내란도 “서울대의 사회적 독재가 정치쿠데타의 형태로 분출한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한국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다.
대한민국은 국민이 주인인 민주공화국이다.한국 교육은 민주국민을 양성하는 민주주의 교육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한국 교육은 싸움에서 이기는 승자를 기르는 경쟁만능교육이 됐다. 성적에서 우월성을 인정받는 엘리트만이 승자로 인식되면서 '약육강식' '승자독식'이라는 잘못된 철학이 교육계에 자리했다. 학교에서 우정과 공존은 사라지고 경쟁과 우열, 그리고 승자와 패자라는 비민주적인 몰상식이 자리잡았다.
일부 사회학자들은 민주주의 교육 대신 경쟁만이 판치는 비민주적인 교육체제가 확고해질 경우 많은 젊은이들이 극우화하고 일부는 파시스트로 변할 수 있다며 한국교육의 획기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대는 교가 대로 ’뛰어나는 인재들이 다 모여들어 이 겨레와 나라의 크나큰 보람‘이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내란에서 보였던 것 같이 엘리트라고 자처하는 일부 서울대 졸업생은 내란을 주모하고 이에 앞장서는 등 비민주주의적 태도와 행동으로 나라를 망신시켰다.
공정과 상식 외면한 '서울대 10개'는 곤란
'서울대 10개 만들기'가 성공했으면 좋겠다. 지방소멸을 막고 전국이 골고루 성장하기 위해서도 전국 각지에 인재들이 모여드는 경쟁력 있는 대학이 만들어져야 한다. 그러나 경쟁이 판치는 교육현실에서 자기만 알고 공정과 상식을 모르는 인재가 모이는 '서울대 10개'가 되어서는 곤란하다.
전국의 인재들이 대학에서 민주주의 원칙인 공정과 상식을 함양해 경쟁과 우열이 강조되는 사회가 아니라 공존과 평등이 강조되는 사회가 만들어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