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송환’ 피의자 59명 구속

2025-10-22 13:00:01 게재

이 대통령 “보이스피싱 국제범죄 비상한 대응” 지시 … 국제공조협의체 출범

캄보디아에서 범죄에 가담했다가 국내로 송환돼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58명 전원이 구속됐다. 앞서 48명이 구속된 가운데 나머지 10명에게도 영장이 발부된 것이다. 이런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정부에 국제 사기 범죄에 대한 새로운 차원의 강력한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의정부지방법원은 캄보디아 송환 피의자 10명에 대해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고 21일 밝혔다. 의정부지법은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피의자 10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했다.

◆‘가해자이자 피해자’ 고려 수사 = 이들은 이날 오전 경기북부 각 경찰서 유치장에서 호송차를 타고 의정부지법에 출석했다. 경기북부경찰청 형사기동대 수사 대상자인 이들은 현재 지난 3월부터 4월까지 한 달간 발생한 연애 빙자 사기 범행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다. 앞서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한 피의자 48명도 영장실질심사를 거쳐 전원 구속됐다. 또 1명은 미리 발부된 구속영장이 집행됐다.

이에 따라 22일 오전 현재 캄보디아에서 송환된 피의자 64명 중 59명이 구속됐다. 경찰은 범행 가담 정도가 낮은 4명을 석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고 있다. 이 외에 1명은 경찰의 영장 신청에 검찰이 구속 필요성이 낮다고 판단,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이들은 캄보디아 범죄단지에서 보이스 피싱(전화금융사기), 몸캠 피싱(신체 불법촬영 협박),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리딩방 사기 등 사이버 기반 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충남경찰청과 경기북부경찰청을 집중수사관서로 지정한 경찰은 이들이 온라인 사기 가해자면서 범죄단지 감금 등 피해자라는 점을 고려해 출입국 경위, 범죄단지 구조·현황, 인력공급·알선조직, 납치·감금 피해 현황 등을 철저히 수사할 방침이다.

◆“인력·조직, 필요하면 최대한 확보” = 이런 가운데 정부가 캄보디아 사태를 계기로 국제 사기 범죄에 대한 강력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이재명 대통령은 21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주재한 국무회의 토론에서 캄보디아 사태와 관련해 “통상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비상하게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국제 사기 행각에 대한 대책을 지금보다는 좀 더 강경하고 강력하게 만들어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보이스피싱이라는 게 아주 오래된 문제이고, 국제범죄 문제란 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있던 얘기”라면서도 “대규모로 조직화해서 몇몇 특정 국가를 중심으로 체계적으로, 광범위하게, 내국인을 납치하거나 유인해서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다. 그 심각성이 이제 드러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한국 사람을 잡아다가, 아니면 유인해서 돈 주며 통신사기를 하게 만들고 거기서 이익을 보고, 수십만명이 한 나라의 일부를 점거한 채 하고 있다는 것 아니냐”고도 언급했다.

그러면서 보이스피싱 대책기구를 관할하는 윤창렬 국무조정실장을 향해 “좀 더 새롭게 대응해야 할 것 같다”며 “외교부든 경찰이든 검찰이든, 근본적으로 생각을 달리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국가 권력과도 관계있다는 설이 있을 정도인 만큼 쉽게 뿌리 뽑히지는 않을 것 같다”며 “인력이든 조직이든 필요하면 최대한 확보해드릴 테니 새로운 시각에서 접근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은 “국제 범죄여서 국가정보원 소관이라, 국정원에도 별도 지시를 해 놓긴 했다”고 소개하기도 했다.

◆9개국과 인터폴·아세아나폴 참가 = 한편 보이스피싱 등 여러 나라에 걸쳐 발생하는 초국경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각국 수사기관들 간 협력이 긴밀해지고 있다.

경찰청은 한국, 캄보디아, 태국 등 아시아·태평양 지역 9개국 경찰로 구성된 국제공조협의체를 23일 발족한다고 밝혔다. 이는 한국 경찰청이 주도하는 국제공조 협력 플랫폼으로 동남아시아 지역 스캠 범죄와 관련해 정보공유·공동작전·피해자 구조 등을 통합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여기에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와 동남아시아 지역 경찰 간 협력 기구인 ‘아세아나폴’도 참여한다.

경찰청은 21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제5회 국제경찰청장회의’를 열고 이 같은 국제공조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중국·일본 등 24개국 경찰 대표들이 모인 이날 회의에서는 초국경범죄 근절을 위한 국가 간 협력을 강조하는 공동선언문도 채택됐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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