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대 겨냥 ‘방지법’에 ‘내로남불’ 자초…원성 부르는 일탈
법사위 충돌 여야, 추미애·나경원 방지법 맞발의
질의 중인 야당 의원 빤히 쳐다봐 충돌 자처 논란
장동혁, 국감 중 윤석열 면회… 내부서도 “부적절”
국정감사에서 여야의 강경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부동산 대책·사법개혁 등 민감한 의제가 겹치면서 긴장도를 높이고 있다. 여야 의원들의 충돌은 다반사고 정부 관계자들의 ‘일탈성 발언’까지 더해져 국민들의 분노를 유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감 본질을 훼손한다’며 자정을 촉구하는 내부의 비판은 별다른 힘을 얻지 못하고 있다.
시작부터 충돌을 반복하고 있는 법사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추미애 위원장과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겨냥한 ‘특정인 방지법’을 각각 발의해 빈축을 사고 있다. 민주당은 나경원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상임위 소속 위원의 배우자·직계존비속이 해당 위원회가 소관하는 국가기관에 근무하는 경우 그 위원의 간사 선임을 금지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내놨다.
이에 앞서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 소속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독단적 운영을 막겠다며 일명 ‘추미애 방지법’ 발의 계획을 밝혔다. 위원장의 과도한 질서 유지권과 일방적 토론 종결권 발동을 제한하고, 각 교섭단체에 간사 추천권을 보장하는 등의 내용을 담겠다고 했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과 관련한 여야 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이상경 국토부 차관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소득이 쌓이고, 집값이 내려가면 그때 가서 사면 된다’는 발언으로 논란을 자초했다. 특히 이 차관은 지난해 34억원짜리 아파트를 15억원의 전세를 끼고 샀다는 것이 알려져 야당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여권에게 악몽과 다름없는 ‘부동산 내로남불’ 논란을 자초한 셈이다.
민주당이대법관 증원·재판소원제 등의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것을 놓고 야당과 법원 등의 반발이 적지 않다. 여당이 공론화 등을 강조하고 있지만 ‘독주’ 우려가 여전하다. 그런데 법원 내부의 이해 못할 처신이 여권 강경파의 속도전 고삐에 힘을 싣는 모양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내란사건 재판장인 지귀연 판사의 이른바 ‘술접대’ 의혹과 관련해 대법원 윤리감사관은 20일 열린 법사위에서 “170만원 부분을 아무리 넓게 인정을 한다 하더라도 직무 관련성이 없는 경우에 1인당 100만원 이하에 포섭되기 때문에, 징계 사유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현행 청탁금지법은 직무 관련성과 관계없이 100만원 이상 접대를 받을 경우 형사처벌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170만원을 참석자 숫자 3으로 나누더라도 1인당 100만원이 넘지 않는다는 것이다. 21일 진행된 법사위 국감에서 “1050원짜리 초코파이 먹었다고 유죄 판결하더니 170만원은 봐주느냐” “검사 99만원 세트와 다를 게 뭐냐” 등의 비판이 쏟아졌다.
법사위와 함께 여야가 빈번하게 충돌하고 있는 과방위는 욕설·고성 등으로 파행을 겪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휴대전화 번호 공개에 ‘한심한 XX’라는 욕설이 나왔고, 두 의원이 공방을 벌이는 과정에서 과거 ‘옥상으로 따라와’ ‘한주먹 거리’ 같은 말을 주고받은 주장도 나왔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의 자녀 결혼식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국감기간 중에 국회에서 최 위원장의 딸이 결혼식을 올린 것과 관련해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의 문제제기에 최 위원장은 21일 “딸이 결혼식 준비를 주도했고, 정확한 날짜도 유튜브 방송을 통해 인지했다”고 답했다. 20일에는 “문과 출신인 제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거의 밤에 잠을 못 잘 지경”이라며 “집안일이나 딸의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친여성향인 최혁진 무소속 의원은 21일 국회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질의하는 주진우 국민의힘 의원 옆자리에서 몸을 틀어 얼굴을 빤히 바라보다 주 의원과 충돌했다. 주 의원은 “(질의를)방해하는 것”이라며 항의했고, 최 의원은 “경청하려 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두 의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추미애 위원장은 “왜 질의 중 고함을 지르느냐”며 주 의원과 최 의원에게 퇴장을 명령했고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지자 감사 중지를 선언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윤 전 대통령 면회를 다녀온 것도 적잖은 논란을 불러왔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에서 10분 동안 윤 전 대통령을 면회했고 본인 페이스북에 “우리도 하나로 뭉쳐 싸우자”며 “좌파정권으로 무너지는 자유대한민국을 살리기 위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사실상 불법 계엄과 탄핵을 부정하는 대국민선포이자 극우 선동”이라고 비판했다. 여당은 물론 야당 안에서도 ‘굳이 국정감사 기간에 다녀와야 했느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장 대표는 20일 국회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전당대회 기간 약속했던 것을 지킨 것”이라면서 민주당을 향해선 “민주당도 곧 전직 대통령을 면회할 순간이 다가올텐데 어떻게 할지 지켜보겠다”고도 했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21일 “이 대통령을 조롱하고 위협하는 언행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망동”이라며 “이는 명백한 내란 선동이자 헌정질서에 대한 도전”이라고 재차 날을 세웠다.
이명환·박소원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