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남녀 젠더갈등 심각…남성 54% “양성 평등, 여성 특혜”

2025-10-23 13:00:05 게재

여성 83.1% “양성 평등 여성 특혜”에 부동의 … 남성 64.4% “여성도 입대”

20대 초반 청년, 젠더인식 격차 더 벌어져 … 이성에 대한 부정 시각도 커져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팀, 매년 동일 청소년의 ‘정치사회화’ 추적조사

국회에서 열린 입법 박람회 지난달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중앙잔디광장에서 열린 2025 국회 입법 박람회를 찾은 학생들이 참가 부스를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남녀간 젠더갈등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어머니의 자녀양육 책임’이나 ‘정치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맡겨야 한다’는 등의 고전적인 성차별주의에 대한 인식은 남녀의 차이와 방향이 크지 않았지만 ‘여성도 군대를 가야 한다’거나 ‘양성 평등이 여성 특혜’라는 현대적 성차별주의에서는 큰 시각차를 보였다. 특히 사회초년생인 청년세대의 성차별주의에 대한 태도는 더 크게 벌어져 주목된다.

23일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 연구팀이 지난해 1월에 웹방식으로 1999년~2004년생 중 서울지역 고등학교 1학년과 2학년생 1026명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군대를 가야 한다’는 의견에 청소년 남성의 64.4%가 동의했다.(매우 동의 28.7%+동의한다 35.7%) 3명 중 2명은 여성에게도 병역의무를 부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얘기다.

반면 여성 중에서는 동의를 표한 비율이 33.0%였다.(전혀 동의하지 않는다 3.1%+동의 안 한다 29.9%)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부동의’ 의견이 23.7%, ‘동의 안 한다’는 26.5%였다. ‘우리 사회에서 양성 평등은 여성에 대한 특혜’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남성의 절반 이상인 53.7%(매우 동의 22.8%+동의 30.9%)가 동의했다. 여성 중에서는 83.1%(동의 안 함 39.2%, 전혀 동의 안 함 43.9%)가 ‘동의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특히 청소년을 고등학교 1학년생과 고등학교 2학년생으로 나눠 보면 가장 눈에 띄는 게 ‘여성 병역 의무화’에 대한 남성의 답변이다. 고등학교 1학년 남성은 60.8%, 고등학교 2학년 남성은 68.1%가 여성들도 군대를 가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이현우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병역이슈는 상대적으로 남학생에게 민감한 주제이기 때문에 학년이 올려가면서 남성에게 더 큰 변화가 나타나는 것”이라며 “성 정체성 형성과정에서 성별에 대한 편견이 상당히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고 했다.

‘고전적 성차별주의’에 대한 청소년 남녀간 인식 격차는 상대적으로 크지 않았다. ‘자녀의 양육은 주로 어머니의 역할’이라거나 ‘전반적으로 정치는 여성보다 남성에게 맡겨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남성과 여성의 동의 비율이 41.4%, 29.3%와 30.7%, 10.0%였다. 청소년들은 남녀 불문하고 육아책임이 여성의 몫이라는 주장과 정치가 남자들의 배타적 분야라는 인식에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2005~2008년생(1058명)인 청년의 남녀 성차별 인식은 청소년보다 더 크게 벌어졌다. 어머니의 자녀양육 역할, 남성 주도의 정치 등 고전적 성차별주의 항목에 대해서는 청년 남녀 모두 부정적인 시각이 많은 것으로 나왔다. 청소년과 입장이나 비율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현대적 성차별주의’ 항목에서는 청소년 의견보다 더 큰 남녀간 젠더 차이를 보여줬다. 남성의 70.6%가 ‘여성도 남성과 마찬가지로 군대에 가야한다’는 데 동의했다. 청소년보다 5.6%p높은 수치다. ‘양성평등이 여성 특혜’라는 시각에 대해서도 남성은 59.8%가 동의의사를 표했다. 이 또한 청소년보다 6.1%p 높았다.

반면 여성은 ‘여성 병역 의무’와 ‘양성평등의 여성 특혜’ 주장에 각각 89.4%, 64.8%의 비동의 입장을 보였다. 특히 ‘양성 평등의 여성 특혜’라는 주장에 대한 ‘비동의’ 의견 비율은 청소년에 비해 6.3%p나 높았다.

이 교수는 “현대 성차별주의의 핵심이 여성에 대한 혜택으로 인해 남성이 역차별을 받는다는 남성들의 불만이라는 점이 그대로 드러났다”면서 “청소년 여성과 청년 여성의 견해차가 상당하며 청년 여성들의 성차별 의식이 더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현재의 젠더갈등이 남녀의 평등문제에 달려 있음을 보여주는 실증 결과”라고도 했다.

◆소수자 배려, 안전 등에 부정적인 여성 청소년 = 성별 사회환경에 대한 평가에서도 주문할 만한 결과가 나왔다. ‘평등한/차별적인’ ‘소수자 배려/소수자 차별’ ‘안전한/위험한’ ‘조심해야 하는/안심할 수 있는’ ‘법이 지켜지는/법이 지켜지지 않는’ ‘자기 중심적인/타인을 배려하는’ 등 5개 선택 쌍에서 ‘평상시 느끼는 한국사회의 인식’을 선택하도록 주문했더니 청소년 남성은 ‘안전한’과 ‘준법적인’을 과반(64.5%, 57.8%)이 꼽았다.

여성은 ‘안전한’만 절반 이상이 선택했고 다른 긍정적인 단어에 대한 선택 비율이 50%를 밑돌았다. 그 중에서도 남성과 크게 다른 항목은 ‘소수자 배려’였다. 남성은 44.6%가 지목했지만 여성은 26.8%에 그쳤다. ‘안전한’에 대해서도 여성의 선택비율이 남성보다 12.1%p 낮았고 ‘준법적인’은 8.3%p,’평등한‘은 6.4%p, ’타인을 배려하는‘는 3.3%p 못미쳤다.

소수자를 차별하면서 위험한 곳이라는 부정적 인식을 가진 여성은 39.0%에 달했다. 남성(24.5%)보다 14.5%p나 높았다.

이 교수는 “청소년 남녀간의 사회평가 차이에서 우려되는 것은 여성의 사회에 대한 부정 평가 기류가 사회를 구성하는 여러 집단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연관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이라며 “사회 전반에 대한 불만과 불안이 크다면 타인을 보는 시각도 긍정적일 수 없다”고 했다.

◆점점 멀어지는 남성과 여성 = 청소년 남녀의 사회집단에 대한 평가(느끼는 감정) 점수를 보면 청소년 남성의 경우 또래 여성에 대해 10점 만점 중 5.3점으로 평가했지만 여성은 또래 남성에 대해 4.6점을 줬다. 반면 여성은 또래여성에 대해 6.0점의 호감도를 표현해 남성이 또래 남성에 대한 평가(5.5%점)보다 높았다.

청년의 또래 이성에 대한 평가의 차이는 더 나아지고 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청년 남성은 동성엔 5.2점, 또래 여성엔 4.9점을 줬다. 청년 여성은 동성엔 6.0점을, 또래 남성에 대해서는 4.1점을 줬다.

청소년 남성의 동성집단과 이성집단에 대한 호감도 평가 차이는 0.17점에 불과했지만 청년 남성은 0.31점으로 거의 배에 달했다. 동성보다는 이성집단인 여성에 대한 평가가 크게 낮은 결과다.

청년 여성의 또래 남성에 대한 평가 역시 청소년 여성에 비해 떨어졌다. 이 교수는 “내집단(또래 동성)에 대한 애착이 크고 외집단(또래 이성)에 대한 부정적 평가가 강하면 사회적으로 과도한 공격적, 집단편향적 태도를 야기할 위험이 있다”며 “청소년보다 청년에서 남녀가 이성집단에 대한 호감도가 낮다는 것은 현재 청소년이 사회에 진출하면 이들도 젠더갈등을 더 심하게 느낄 가능성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편 서강대 연구팀(이현우, 하상응, 조영호, 김태심, 김해나 교수)은 한국연구재단이 지원하는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의 ‘양극화된 사회화:한국 청소년이 정치행태 연구’의 연구진이다. 이들은 2022년부터 10년간 장기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번 예비조사를 거쳐 이미 전국 청소년 대상 여론조사에 들어갔다. 첫 패널조사 결과는 내년에 나온다. 15~18세가 21~24세가 될 때까지 6년간 올해부터 매년 같은 설문내용으로 동일 대상자를 조사해 공개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유권자로서 한 표를 행사하기 이전인 청소년기에 이미 정치현안에 대한 극단적인 태도를 내재화한다는 점에 주목한다”며 “청소년들의 정치 양극화 원인으로 가정 또는 또래 집단내의 정치관련 토론이나 사회경제적 계급성에 관심을 두고 있다”고 했다. 이번 예비조사 결과 분석은 ’새로운 유권자가 온다’는 부제를 단 신간 ‘청소년의 정치사회화’(도서출판 오름)에 담아놨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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