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물질주의’ 선호도, 포용성 약화로

2025-10-23 13:00:05 게재

“청소년들의 이념적 균열,

사회적 가치와 연계돼”

청소년들의 ‘물질주의’ 선호 경향이 확인됐다.

서강대 현대정치연구소는 지난해 1월 설문조사에서 서울소재 고등학교 1, 2학년생에게 4가지 질문을 던져 ‘탈물질주의와 물질주의 가치’에 대한 입장을 확인했다.

1순위 응답자의 48%는 ‘향후 10년간 우리나라가 이뤄야 할 발전목표’로 ‘경제성장과 물가상승 억제’를 꼽았다. 그 뒤는 ‘안보와 질서 유지’(28%)가 꼽혔다. 이 두 질문은 모두 ‘물질주의’를 우선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탈물질주의 질문인 ‘정치에 국민의견 반영 확대’와 ‘언론과 표현의 자유 확대’에 대해서는 각각 17%와 6%만 1순위로 꼽혔다.

4개의 질문 중 1순위와 2순위로 2개를 선택하도록 한 후 물질주의 질문 2개를 모두 선택한 ‘물질주의 유형’과 탈물질주의 질문 2개를 모두 선택한 ‘탈물질주의 유형’을 살펴보면 각각 40%, 5%로 나왔다. 55%는 각각 1개씩 선택한 혼합형이었다. 물질주의 경향의 강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김영호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미래세대인 청소년들 사이에서도 물질주의 가치가 우선된다는 점은 한국에서 이 가치가 깊이 뿌리내려 전승되고 있으며 향후에도 그 경향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다”고 분석했다.

주관적 이념이 보수에서 진보로 갈수록 뚜렷하게 탈물질주의적 경향을 보인 점이 눈에 띈다. 성별, 부모교육 수준, 강남 3구 거주여부 등과 비교해 주관적 이념이 물질주의와 탈물질주의 가치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4가지 물질주의와 탈물질주의 질문을 통해 0~2까지 지수를 만들면 보수는 0.591, 중도는 0.632, 진보는 0.737이었다. 연구진은 중도와 보수간 차이(0.41)와 중도와 진보간 차이(0.105)가 두 배 이상에 달하는 점에 주목했다.

김 교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진보와 보수의 정치적 균열이 물질주의적 및 탈물질주의적 가치의 차이와 연관된다는 점에서 이념적 균열이 사회적 가치와 연계돼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며 “어쩌면 사회적 갈등의 정치화는 이미 시작되었을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이는 기성사회가 이미 이러한 가치균열을 보였고 이것이 청소년들의 시각에 중요하게 포착되었다는 점을 이 연구의 경험적 결과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탈물질주의 가치에 대한 매우 낮은 인식이 청소년과 청년 모두에게서 포착됐다는 점도 주목받았다. 김 교수는 “탈물질주의 가치는 사회적 타자와 약자들에 대한 태도와 연관돼 있다”며 “탈물질주의 가치를 가진 학생들은 물질주의 가치를 가진 또래에 비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과 우리나라에 살고 있는 조선족 동포들에 대해 보다 긍정적인 인식을 보였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같은 낮은 포용성은 우리나라가 향후 다양성을 존중하는 변화해 나가는 과정에서 큰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진단도 내놓았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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