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트럼프의 노벨평화상, 팔레스타인에 달렸다

2025-10-24 13:00:01 게재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평화계획(20개항)에 따른 1단계 합의안이 10월 9일 이집트 시나이반도(샤름 엘 셰이크)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4개 중재국 간에 서명됐다. 그 내용은 즉각 휴전과 인질석방, 인도적 지원 확대, 휴전이행 국제감시단 구성 등이었다. 이어 10월 13일 20여개국 지도자들이 참석한 중동평화회의에서 4개 중재국(미국 이집트 카타르 튀르키예) 정상들이 ‘가자평화선언’에 서명했다.

이는 가자 재건과 항구적 평화 정착을 위한 다자간 협력 약속이었다. 바로 그날 하마스는 생존 인질 20명과 시신 4구를 송환했고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 포로 1700여명과 장기수 250명을 석방했다.

이스라엘군은 가자 공격을 즉시 중단하고 일정 구간 후퇴 및 인도적 지원 물자 반입 확대를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새로운 중동의 역사적인 새날이 왔고, 이날이 오기까지 3000년이 걸렸으며, 평화가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중재국들의 노고는 일단 칭찬받을 만하다. 그런데 과연 가자평화가 정착될 수 있을까. 궁극적 해결책인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으로까지 이어질까. 어느 전쟁이든 휴전 초기 상태는 불안하지만 이번 휴전은 더욱 그렇다. 지난 열흘 동안 양측 간에는 국지적 충돌이 몇차례 있었다. 하마스의 인질 시신 수습 작업에도 시간이 걸리고 있다.

총성 멈췄지만 불신 여전, 평화 아직 멀다

이로 인해 합의가 깨지지는 않겠지만 앞길에는 진정한 난관이 버티고 있다. 양측 모두 서로를 불신한다. 하마스가 이미 대거 소집한 보안군은 가자 내 ‘반역자’를 처단하고 있고, 다른 무장단체들과도 충돌하고 있다. 나아가 하마스는 명확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보장 이전에는 무장해제를 할 수 없고 정치 참여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 완강하다.

팔레스타인 흡수를 추구하는 이스라엘 보수파는 팔레스타인의 국가 수립에 절대 반대다. 당장 가자에서 하마스가 시간을 벌어 재무장할 것을 우려한다. 이미 생존한 인질들이 귀환했기에 그들에게는 하마스의 합의 위반을 구실로 공격을 재개하는 데 부담이 적다.

10월 중순 2단계 합의안 협상이 도하에서 진행 중이다. 여기서는 하마스의 무장해제, 비무장화 감시단 구성, 평화위원회 구성(재개발 업무 지휘 감독), 과도적 관리기구 출범, 가자 개발계획 국제안정화군(ISF) 구성, 가자 경찰대 창설 등이 논의되고 있다. 가자평화 과정의 진정한 난관이 이제 드러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하마스 무장해제와 가자 통치 배제가 최대 난제다. 그 외에 가자 질서유지 외부의 재정지원 확보, 적합한 개발 계획수립, 양측 간 불신과 증오 해소도 큰 도전이다.

지금 도하 협상장은 하마스의 무장해제 거부로 매우 소란스럽다. 그런 만큼 무엇보다 트럼프의 적극적이고 과감한 리더십은 ‘가자평화계획’ 추동에 정말 긴요하다. 현재의 안에서는 미국이 평화위원회, 국제안정화군,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대화 등 3개 항목에 참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과거 미국의 중재자 역할에 비해 진전된 것이다.

하지만 앞길의 난관을 돌파하려면 미군의 국제안정화군 설립 주도와 미국정부의 재정적 기여, 유럽연합(EU)과 아랍권의 적극 참여 유도, 이스라엘 극우파의 일방적 행동 억제가 필요할 것이다. ‘3000년의 역사’는 차치하고 1917년 영국 외무장관 벨푸어의 선언이 초래했다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간 긴 갈등은 거래적 접근법 미국 제일주의 편향적 태도 중재자의 자세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이다.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이 완화되며 본격화된 중동평화 과정은 사우디가 과감하게 이끌었다. 2023년 10월 하마스가 그 판도를 뒤엎어 버린 뒤 이스라엘은 2년간 수만명의 아랍인 희생을 수반하는 대규모 군사작전을 가했다.

그러나 아랍권의 대응 양상은 1차 3차 4차 중동전쟁 때와 달리 중재자 역할과 미국의 관여 유도, 이스라엘에 대한 외교적 압박에만 집중해온 것 같다. 이는 하마스에 대한 그들 내부의 애증 교차 때문일 수 있지만 각자도생 추구 때문이라는 평가도 받는다.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 중동평화 발원지될 것

역설적으로 가자의 참담한 피해는 국제사회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신속 해결해야 할 절박성을 극도로 고조시켰다. 그 바람에 지난 9월 영국 프랑스 캐나다 호주 등 주요 서방 국가들마저 이스라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팔레스타인을 국가로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간절히 원해온 노벨평화상은 다른 전쟁터가 아니라 바로 팔레스타인에 걸려 있는 것 같다. 여전히 중동에 이란 시리아 레바논 후티 아프간 등 불씨가 많지만 팔레스타인 문제가 해결되면 중동평화 물결의 발원지가 될 것이다.

박준용 연세대 국제대학원 겸임교수, 전 사우디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