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한미정상회담 D-5…관세협상에 “인위적 시한 안 둬”
이 대통령 “국내 금융시장 영향 검토”
김용범 실장도 “타결까지 갈 길 멀다”
다음달 시진핑 중국 주석과 첫 만남
“중과 치열한 경쟁-새 협력 분야 확대”
이재명 대통령은 24일 한미 간 관세협상과 관련해 “한국 금융시장에 미칠 잠재적인 영향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며 “상호 이익을 극대화할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싱가포르 매체 ‘스트레이츠 타임스’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이같이 언급했다.
이같은 언급은 오는 29일 경주에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한미 정상회담을 5일 앞두고 나왔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 대통령은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에서 타협점을 찾고자 하지만 ‘인위적인 목표 시한을 두고’ 협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스트레이츠 타임스는 전했다.
당초 최근 1주일 새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과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차례나 미국을 찾으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관측이 우세했다. 2차 한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협상을 진전시키려는 양국의 노력이 어느 정도 결실을 볼 수 있지 않겠냐는 기대가 높아진 것이다.
그러나 2차 한미정상회담이 5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데드라인을 정하는 데 대한 부담이 커졌고, 오히려 기존의 ‘지구전’ 방식이 더 힘을 얻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전날 공개된 미국 방송 CNN과의 인터뷰에서도 이 대통령은 관세 협상과 관련해 “(양국의 입장을)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협상 후 이날 새벽 귀국한 김 실장도 취재진과 만나 “APEC은 코앞이고 날은 저물고 있는 그런 상황”이라며 “만약 APEC 계기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먼 상황”이라고 말했다.
다만 “많은 부분은 의견이 많이 좁혀져 있다”면서 “끝까지 양국 입장이 팽팽히 대립하는 형국인데 전형적인 협상의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까지 협상 타결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는 취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오는 26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동남아시아국가연합(ASEAN) 정상회의 참석에 이어 29일부터는 경주에 머물며 20년 만에 국내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개최한다.
이 대통령은 특히 이번 경주에서 실용외교 및 가교외교 노선의 시험대에 서게 될 전망이다. 미중일 주요 3국과 정상회담을 가질 뿐 아니라 미중 갈등 상황에서 양국 간의 관계 설정 문제가 본격적으로 대두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스트레이트 타임즈와 인터뷰에서 이 대통령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중국과의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경쟁과 협력 요인을 복합적으로 이해하면서, 철저하게 ‘국익’에 기반을 두고 대응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최근 한국에서 벌어지는 반중 시위에 대해 “이웃 국가 간의 불신을 초래할 뿐”이라며 거듭 자제를 촉구했다.
이 대통령은 중국에 대해 “중국과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새로운 협력의 공간을 확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과 싱가포르 외교관계 수립 50주년에 대해선 “‘동아시아의 기적’을 함께 이뤄낸 한국과 싱가포르가 변화하는 세계 질서를 현명하게 헤쳐가며 21세기 진정한 리더국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