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로스쿨 신입생 30% SKY 출신
전체 로스쿨 합격자 중 84%, 서울권 대학서 배출
강경숙 의원 “학벌구조 고착, 제도 근본 취지 흔들”
수험생들 사이에서 하위권으로 꼽히는 지방 소재 로스쿨에서도 신입생 3명 중 1명은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학부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변호사를 희망하는 학생과 직장인이 증가함에 따라 경쟁률이 치솟으면서 SKY 출신 수험생들이 눈높이를 낮춘 결과로 풀이된다.
서울권 소재 대학 전체로 확대해 보면 올해 전국 로스쿨 합격자 83.9%가 이들 대학 출신이다.
국회 교육위원회 강경숙 의원(조국혁신당·비례)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제주·동아·원광·영남대 등 5곳 로스쿨에 올해 입학한 신입생 310명 가운데 SKY 출신은 31.0%(96명)로 집계됐다.
40%를 기록한 원광대가 이들 로스쿨 중에선 SKY 출신 신입생이 가장 많았고 그 다음이 영남대(36.5%), 동아대(32.1%), 강원대(30.2%), 제주대(6.8%) 순이었다. 단순 신입생 수로만 보면 동아대와 영남대가 27명으로 최다였다. 원광대는 26명, 강원대는 13명, 제주대는 3명이었다.
지방의 전체 로스쿨로 범위를 넓힐 경우 SKY 출신 신입생의 비율은 더 높아져 4명 중 1명꼴이었다. 지방 로스쿨 11곳의 신입생 972명 중 378명(38.9%)이 SKY에서 학부를 마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부산대(59.1%·78명), 경북대(56.1%·74명), 충남대(53.6%·59명)의 경우 절반이 넘는 신입생이 SKY 출신이었다.
서울 최상위권 대학 출신들이 지방권 로스쿨로까지 몰리는 현상은 최근 몇 년간 더욱 뚜렷해진 전문직 선호와 연관이 깊은 것으로 분석된다. 이공계 최상위 학생들의 의대 쏠림 현상과 마찬가지로, 인문·사회 계열을 전공한 이들은 지방이라도 로스쿨에 입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따려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학적성시험 응시 지원자 수는 최근 5년간 경신을 거듭해 2025학년도에는 역대 최다인 1만9300여명을 기록했다. 로스쿨 도입 첫해인 2009학년도(1만여명)와 비교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수치다.
또한 서울권 소재 대학 전체로 확대하면 올해 전국 로스쿨 합격자 83.9%가 서울권 소재 대학 출신이다. SKY 출신은 55.4%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각 대학과 종로학원 등에 따르면 2025학년도 로스쿨 합격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대학은 서울대 413명(22.3%) 고려대 319명(17.2%) 연세대 292명(15.8%) 순이었다. 이어 성균관대 127명(6.9%) 경찰대 81명(4.4%) 이화여대 79명(4.3%) 한양대 67명(3.6%) 중앙대 51명(2.8%) 서강대 47명(2.5%) 경희대 41명(2.2%) 등이었다.
반면 지방권 대학 중 로스쿨 합격자가 많은 곳은 전북대 20명(1.1%) 부산대 18명(1.0%) 전남대 17명(0.9%) 충남대 6명(0.3%) 경북대 3명(0.2%) 등에 그쳤다. 로스쿨 자교 출신 합격 비율이 높은 학교는 서울대(66.7%)였다. 이어 연세대(44.4%), 성균관대(34.8%), 경희대(33.3%), 서울시립대(30.9%), 고려대(29.8%), 중앙대(25.9%) 순이었다. 로스쿨 지역별 자교 출신 합격비율은 서울권 소재 12개 로스쿨 평균 31.9%였다. 경인권 2개 로스쿨은 2.7%, 지방권 8개 로스쿨은 6.5%가 자교출신이다. 전국 22개 로스쿨 평균 자교출신 비율은 20.8%인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대 로스쿨에 마저 SKY를 비롯해 서울권 대학 출신이 대거 입학하는 것은 로스쿨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경숙 의원은 “다양한 배경의 인재들이 법조인으로 성장하도록 만들어진 로스쿨 제도가 기존 학벌 구조를 고착화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며 “로스쿨 선발제도의 전반적인 변화를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