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APEC 앞 ‘관세협상 교착’ 공세
무정쟁 주간 요청에 “침묵 강요” 비판
“트럼프 대통령 만날 기회, 네번 놓쳐”
국민의힘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재명정부가 호언장담했던 한미 관세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진 것을 집중 공략하며 정책 불투명성과 대외 경제 리스크를 부각하고 있다. 여당에서 APEC 기간을 ‘무정쟁 주간’으로 삼자고 제안했지만 국민의힘은 ‘경제 실패를 감추기 위한 침묵 강요’라며 반발했다.
28일 오전 열린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여당의 ‘무정쟁 주간 선언’ 제안에 대해 “국민의 고통은 외면한 채 입을 다물자고 말하는 것”이라며 “이재명정권에서 저지른 경제 참사, 부동산 참사를 덮기 위한 침묵 강요이자 정치적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도 이날 오전 KBS 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우리나라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APEC이고, 북미 간의 대화가 과연 열릴 것이냐, 또 미중 간의 무역 패권 문제, 한미 간의 관세 협정에 대한 문제 등 우리 국민의 먹고 사는 문제하고 직결되는 APEC”이라면서 “당연히 외교, 특히 국익 앞에서는 여야 없다고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의원은 부동산 대책과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국감 출석 문제에 대해 거론하며 “정부 여당, 특히 여당이 이런 말씀을 하시려면 좀 염치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이 지연되는 가운데 협상 과정에 대한 정부의 상황 설명이 오락가락하는 점도 도마에 올렸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국정감사대책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기회를 놓친 것만 벌써 네 번째”라면서 “6월 16일에는 G7 회의에 하루 늦게 가서 정상회담을 못 했고, 24일에는 나토 정상회담에 트럼프 대통령의 참석을 알고도 가지를 않았다. 8월 유엔 총회 때에는 전 세계 정상 등 145명이 총집합한 트럼프 만찬에 혼자 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7월 말 관세협상이 마무리 된 후 정부는 ‘합의문 작성 필요조차 없이 잘 된 합의였다’고 했으나 이후 이 대통령은 ‘협상안에 사인했다면 탄핵이 됐을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최근에는 김용범 정책실장 등이 ‘APEC 계기로 타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으나 며칠 만에 ‘APEC 계기 타결은 갈 길이 멀다’고 재번복한 상황이다.
정부 협상안 자체를 두고는 “우리 경제의 최대 감내 한도를 모두 소진시키는 방안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송 원내대표는 “미국은 매년 250억달러씩 8년간 총 2000억달러 현금 투자를 요구하는 데 반해, 우리 정부는 연간 150억달러씩 10년에 걸쳐 총 1500억달러 납부를 제시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면서 한국은행이 밝힌 국내 경제의 최대 감내 한도가 연간 150억~200억달러 수준임을 상기시키며 “이게 과연 최선의 협상인지 국민들은 궁금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