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로
자치경찰제, 이대로라면 경찰권 비대화도 못 막아
시도자치경찰위원회는 민주적 통제와 주민 친화적 정책을 지향하는 자치경찰제의 핵심 기구다. 시도지사 소속으로 전국 18곳에서 운영 중인 위원회는 자치경찰사무에 대해서 시도경찰청장을 지휘·감독하는 막중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위원 인선 방식이나 실제 운영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 중 3곳의 위원회에서는 7명의 위원 중 4명이 경찰 출신으로 구성되어 ‘주민 주도형 민주적 경찰 통제’라는 제도적 취지와 멀다.
이들은 그동안 경험과 전문성을 지역 치안 정책에 적극 반영할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제2기 위원회 임기의 절반이 지나는 지금, 주민 참여와 민주적 통제, 주민 대표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는다. 위원회에서 2명의 상임위원인 위원장과 사무국장 모두 경찰 출신인 경우는 전국 18개 위원회 가운데 8곳(44%)에 이른다. 이처럼 경찰 경력자가 과도한 인사구조는 자치경찰제 내실화의 여정에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특히 위원회가 상임위원과 비상임위원으로 신분이 나뉜 만큼, 나머지 5인의 비상임위원들에 대한 정보제공이 제한적이어서 통상 월 1회 정도에 불과한 정기회의마저 실질적으로 운영되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더욱이 경찰 출신 위원장과 사무국장은 과거 경찰 조직에서 근무할 당시에 형성된 상·하급자의 계급관계를 끊어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어서 자치경찰위원회 논의와 사무국 운영 등에서도 적잖은 제약으로 작용한다는 비판이 있다.
‘주민 주도형 민주적 경찰 통제’와 거리 멀어
최근 각계 전문가와 시민사회에서는 자치경찰위원회 인사 편향을 해소하고, 법적 근거를 보다 엄격히 정비해 참여 주민의 다양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영국과 일본 등 해외 사례에서도 자치경찰위원회 구성 시 공직 경력 제한은 물론 시민대표성과 다양성 확보를 제도 설계의 핵심 조건으로 삼는다. 법령으로 ‘시도자치경찰위원회 위원구성협의체’를 두어 위원 구성에 관한 사항 등을 미리 협의하도록 하고 있으나 전혀 기능하지 못하고 있다.
자치경찰위원회의 구성은 주민 다양성 등 대표성 확보를 핵심으로 한다. 경찰 근무 경력이 있는 인사는 2명을 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한 상임위원 2명 중 한 명이 경찰 출신인 경우는 다른 상임위원은 다른 출신으로 제한해야 한다. 법률상 위원장을 임명하는 시도지사들이 이들 경찰 출신을 위원장으로 임명하는 것은 주민 중심의 치안보다는 ‘전직 경찰’의 네트워크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안이함에서 비롯되었을 것이다. 이러한 태도의 근본적 이유는 현행법상 경찰 사무가 지방정부의 사무가 아니기 때문이다.
자치경찰제의 주민 친화성 향상은 치안정책의 의사결정 권한을 주민이 실질적으로 공유하는 조직구조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현재 ‘기획·인사·감찰 중심의 사무국’ 운영은 기존의 국가경찰 운영처럼 경찰관 중심의 조직 분위기를 강화한다. 따라서 주민이나 지역공동체와의 거리감이 클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시민소통팀’을 법정화하고 주민참여예산제와 연계하는 등 주민 친화적 조직 설계가 필요하다.
자치경찰의 조직 구성과 운영도 기존의 경찰조직을 뛰어넘으려는 새로운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제도 도입 초기에는 경찰 경험과 역량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하지만 현재 2기로 넘어오면서 경찰 출신 위원이 전체의 40%에 육박(47명/126명)하도록 과도하게 늘어난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자치경찰의 역사와 경륜이 쌓일수록 제도 초기와 같은 파견 경찰관의 수요도 자연스레 줄어들어야 정상이다. 그만큼 지방정부는 적극적인 자구 노력으로 치안업무 역량을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
비대한 경찰권 분할 구조 완결해야
결국 현재 국회와 지방시대위원회가 주도하는 분권형 개헌을 통한 대통령 권한 축소나 5극 3특 체제의 국가전략은 지방정부의 실질적인 권한 확대로 이어질 것이다. 여기에 자치경찰제의 내실화를 통해 지방정부가 경찰사무를 담당하는 것은 필요불가결한 미래가 되어야 한다. 핵심은 대통령의 권한을 나누는 것이다. 지방정부가 행정, 교육, 치안을 모두 가진 종합 행정의 주체로 자리매김할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경찰권을 가진 대통령이 결단하면 될 일이다. 자치경찰제 전면 시행으로 문재인정부에서 시작한 비대한 경찰권 분할의 구조를 이재명정부에서 완결해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