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이 말해주는 인생 이야기
걷는 자의 기쁨, 그 두 번째 이야기/박성기/마인드큐브/2만5000원
인생은 길이다. 누구든 자신의 길이 있고 나름의 속도로 그 길을 걸어낸다. 종착지는 모두 다르고 중간의 쉼터도 같은 곳이 하나 없다.
자유여행가 박성기 씨는 ‘걷는 자의 기쁨, 그 두 번째 이야기’에서 길과 인생을 모아 놨다. 그의 길은 언제나 먼저 와 있었고 채근하지 않고 기다려주었다. 한 걸음 한 걸음 옮길 때마다 그 길들은 모두 ‘그의 길’이 돼 버렸다.
길 위에서는 ‘겨우내 굳어있던 땅을 비집고 돋아 오르는 연록의 들풀과 제철 바람’을 만나고 ‘어깨를 누르는 뜨거운 햇살과 발걸음을 붙잡는 굵은 빗줄기’와 대면한다. 가득했던 붉은 단풍들을 모두 잃어버린 앙상한 가지는 ‘비어감과 사라짐’을 건네주고 하얗게 덮인 눈 속에 찍힌 발자국과 잎을 모두 내려놓은 나목은 ‘존재감과 새로운 도전’을 부른다.
저자는 산길, 바닷길, 섬길, 숲길, 강길, 고갯길 등 ‘길’에서 생각하고 묻는다. 때로는 자신에게, 때로는 길에게. 나태주 시인은 저자의 신간을 추천하며 “무릇 예술이나 사상, 학문, 역사, 철학은 길 위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길과 함께 인간이고 인생입니다”라고 했다.
이 책은 1월부터 12월까지 월 별로 2~3곳씩 모두 30곳을 소개하고 있다. 첫 장인 1월엔 눈보라 속으로 걸어 들어간 태백 함백산과 대관령 눈꽃마을길이 펼쳐져 있다. 2월로 옮겨가면 온통 시처럼 빛나는 아름다운 강화도 마니산과 대청호 오백리길이 손을 내민다. 3월에는 초록빛 솔숲으로 여울진 전주 심춘순례길과 부산 영도다리·흰여울마을이, 오뉴월이면 거창 선비문화유적 답사와 바람따라 철쭉길을 걷는 소백산 자락길을 마주 볼 수 있다. 강원 동해 무릉계곡과 성주군 무흘구곡은 따가운 여름에 만나는 시원함과 역사의 뒤안길을 동시에 만나게 해준다.
가을로 넘어가면 아름다운 물감 같은 가을과 동행하며 수산리 자작나무숲을 걷고 영암 월출산을 산행하고픈 마음을 심어준다. 쓸쓸한 자연의 적요가 흐르는 선운사와 여강, 임진강 적벽길은 계절의 막바지에서 혼자만의 외롭고 쓸쓸한 마음의 오지를 순례하게 해준다.
250여 장의 사진들은 이 책의 또다른 매력이다. 발자취를 그대로 담아놓은 사진들만으로도 여행자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을 것 같다.
저자는 25년을 걷고 또 걸으며 계절의 백미들을 점찍어 담았다고 했다. 최소한 세 번 이상 직접 걸었던 곳들이다. 저자는 “일상에 쫓겨 바삐 살다가 어느 순간 길이 눈에 들어왔다”며 “그 길이 궁금해져서 주말이 되면 늘 배낭과 카메라를 메고 우리나라 곳곳을 누비며 걷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길 위에서 누구를 만날지, 어떤 길이 펼쳐질지 많은 기대와 소망을 안고 길을 나선다”고 했다. 지은 책으로 ‘걷는 자의 기쁨’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