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국정감사가 남긴 그림자

2025-11-03 13:00:03 게재

한달여간의 국정감사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매년 ‘정쟁의 장’이라는 비판이 반복되지만 국가 정책과 행정 전반을 점검하는 자리인 만큼 ‘정책 국감’에 대한 일말의 기대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성실하고 꼼꼼히 정책 국감을 준비해온 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이들의 노력이 무색하게도 올해 국정감사는 유독 ‘여당의 독주와 파행’이 돋보이는 해로 기록될 듯하다. 특히 일부 상임위원장의 과도한 권한행사는 국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 충분했다.

시작은 지난달 13일 법제사법위원회 국감에서부터였다. 추미애 법사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증인으로 채택된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막무가내 질의 절차를 진행했다. 증인 선서를 하지 않은 조 대법원장을 참고인 신분이라고 밀어붙이며 90분 동안 이석을 불허한 채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파기환송 판결 과정’에 대한 질의를 강행했다. 이는 대법원장에 대한 국회 질의 관례를 정면으로 깨뜨린 행위였다.

추 위원장은 야당의 지속적인 요청에도 교섭단체 간사 선임조차 받아들이지 않았고, 야당 의원들의 발언권을 제한하며 감사 절차를 이어갔다. 일방적이고 편파적인 진행은 국회의 품위를 떨어뜨렸고, 결국 수차례 정회와 파행을 불러왔다. 국정감사 NGO 모니터단에 따르면 추 위원장의 발언 시간은 전체 위원들의 발언 시간의 무려 3.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쯤 되면 국정감사가 아니라 위원장의 독백의 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감 후반부로 넘어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것은 최민희 과학기술방송통신위원장이었다. 최 위원장은 과도한 권한행사를 넘어 상임위의 사유화라는 비판을 받았다. MBC 비공개 업무보고 중 일부 보도를 문제 삼아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 조치를 명령한 것은 ‘언론 탄압’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장면이었다.

더욱이 국감 중반에는 자녀 결혼식이 국회에서 진행되며 화환과 축의금 논란이 불거졌고, 위원장으로서 피감기관과의 이해충돌 소지를 일으켰다. 국감 막바지에는 김장겸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에 사용했던 PPT 자료를 무단으로 열람·사용한 문제로 강한 질타를 받았다. 과방위 역시 위원장 발언 시간이 위원들의 발언 시간의 4.2배를 차지하며, 정책 논의는 실종되고 위원장이 이슈 블랙홀이 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정책 현안을 점검해야 할 국감에서 중립적 위치를 지킬 책임이 있는 상임위원장들의 편향적 진행은 국감의 질적 저하뿐만 아니라 국회의 권위를 스스로 훼손시켰다. 당장 이번 주부터는 ‘예산 시즌’이 시작된다. ‘편파 국감’으로 이미 실망감을 안긴 상황에서 국민들은 과연 국회가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며 책임 있는 예산 심의를 할 수 있을지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박소원 정치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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