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정부 5년 국정 설계자 - 안도걸 의원(국정기획위 국정운영 5개년 계획 TF팀장)

“정책효과 없는 보편감세 복원…투자세액공제 등 선별감세 확대”

2025-11-03 13:00:27 게재

“내년부터 현장 잘 아는 부처가 세부 예산 배분 ‘톱다운식’ 편성 시행”

“지역사업 예타 대상 ‘1000억원이상’으로 축소, 재정 영향 감안해야”

“금융투자소득세, 글로벌 표준이지만 주식시장 신뢰·규모 확대 우선”

“민간경제 정상화 위한 마중물 필요 … 재정-성장 선순환 구조 중요”

“성장 통해 지방세 규모 늘리고 분담률 확대 … 조세부담률 높여야”

기획재정부 차관을 지낸 ‘경제통’인 안도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내년부터 현장을 잘 아는 부처가 예산을 배분하는 총액관리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노무현정부때 시도했던 톱다운식 예산편성 방식이 재시도되는 셈이다. 안 의원은 국정기획위 국정운영 5개년 계획 TF팀장을 맡아 국정과제를 조율하면서 조세재정정책 수립에 깊이 관여했다.

또 올해 예산 증액과 관련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경제성장률을 올리기 위한 마중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재정-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역 SOC 사업에 대한 예비타당성조사 기준을 500억원 이상에서 1000억원 이상으로 상향조정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공공투자 고삐가 풀릴 수 있다”며 “재정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해야 한다”고 했다.

윤석열정부의 법인세율 인하 등 부자감세는 내년 예산편성과정에서 정상화하기로 했다. 또 정책효과가 없는 보편감세를 복원시키고 투자세액공제 등 선별감세를 확대할 예정이다. 그러면서 윤석열정부에서 17%대로 떨어뜨린 조세부담률을 문재인정부때의 22%대를 넘어 OECD 평균치인 25%까지 끌어올릴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금융투자소득세 도입과 관련해서는 “글로벌 국제 표준”이며 “정도”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주식시장에 대한 신뢰와 규모 확대가 우선”이라고 했다.

안 의원과의 인터뷰는 지난 9월 23일에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의원실에서 이뤄졌다.

사진 이의종

●국정과제 재원인 210조원엔 지역 공약이 포함되지 않았다. 지역 공약의 재원도 검토는 했나.

중앙정부가 해야 될 정책 과제나 중요한 프로젝트를 우선적으로 검토했다. 지역 공약 역시 굉장히 중요한 과제다. 특히 이재명정부는 새로운 성장의 씨앗을 지역에서 만들겠다는 생각이다. 과거엔 넘치는 부를 지역으로 이관한다는 개념이었는데 이번엔 새로운 성장 원천을 지방에서 만든다는 패러다임의 큰 변화를 보여줬다. 그래서 ‘지역 균형 발전’이 아닌 ‘지역 균형 성장’이라는 표현을 썼다.

지역 공약이 매우 중요하다. 다만 지역 공약은 사업 내용을 구체화해야 하는 부분들이 있다. 예를 들어 지방에 SOC를 놓는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노선이 어떻게 될 것이며 사업을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재원 소요가 크게 달라진다. 타당성 조사 과정도 거쳐야 한다. 그래서 지역 공약 사업들을 국정과제에 포함시키기는 좀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여하튼 지역 공약에 대해서는 별도로 다 검토를 했고 전반적인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이에 대한 사업의 구체화와 실행은 지방시대위원회로 넘겨서 후속 조치를 하는 걸로 정리했다.

●중앙-지방 배분 비율은 어떻게 조정되나.

국세와 지방세 비중은 현재 75대 25 정도다. 앞으로 70대 30 정도로 바꾼다는 목표를 세웠다. 경제가 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세수 기반이 늘어날 것이다. 일단은 경제 성장에 주력해 세수 기반을 늘리고 여건을 보면서 지방세 분담을 늘리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방향을 잡았다.

●지방교육 재정교부금은 대학 쪽으로 옮겨가는 건가.

일부에서는 초중등 교육 재원을 일부 고등 교육 재원으로 넘기면 어떻겠느냐는 얘기가 있다. 하지만 이것은 기존 재원을 배분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국정위에서는 별도의 재원을 마련했다. 금융기관 수익금에 매기는 교육세율을 0.5%에서 1%로 올렸다. 여기에서 나오는 재원을 고등교육 재원으로 투입하기로 했다. 1조원 이상의 재원이 추가로 확보되는 것이다.

●추가로 확보한 교육재정은 어디에 투입되는 건가.

결국 인재다. 인력을 확보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 AI분야에서는 세계적으로 인재 품귀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인재들을 자체적으로 양성도 하고 해외 우수 인재도 유치하는 프로그램들을 마련했다. 브레인 투 코리아라는 프로젝트다. 2030년까지 약 2000명의 핵심 첨단 과학기술 인력을 대한민국에 유치한다는 프로젝트를 만들고 대대적인 투자를 한다는 내용들도 국정 과제에 담았다.

●세수기반 확대 방안은 준비돼 있나.

세수 기반이 너무 약화돼 악순환되고 있다. 부자 감세와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약화된 세수 기반을 튼튼하게 해야 한다. 세수 저변을 늘리고 세원을 넓게 잡는 것도 중요하다.

지난해말 조세부담률이 GDP 대비 17.6% 정도까지 떨어졌다. 문재인정부 때의 22%대에서 3년 만에 급전직하해 7년 전 수준으로 가버렸다. 이 정도의 세수 기반으로 재정을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OECD 평균이 25.3%다.

●증세를 할 수밖에 없었던 건가.

내년도 정부 세제 개편안을 보면 향후 5년간 35조원이 넘는 증세를 한다. 윤석열정부의 감세규모가 5년간 100조원 정도 된다. 그것의 1/3 정도를 복원시키는 조치다.

궁극적으로는 성장을 통해서 세수 기반을 늘려야 한다. 자연스럽게 세수 증대가 일어날 수 있도록 재정과 성장이 선순환하는 구조를 만드는 게 매우 중요하다. 결국은 성장이 돼야 선순환이 될 수 있다.

●잠재성장률 반등이 어떻게 가능할까.

쉽지 않은 문제다.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추세다. 내수가 완전히 동결돼 소상공인과 자영업자가 생계를 잃을 지경에 도달해 있다. 빨리 경기를 회복시켜야 한다. 올해 예상되는 성장률이 0.9%로 1%에도 못 미친다.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추경을 했음에도 이런 상황이다. 그만큼 민간의 성장 기반이 약화됐다고 할 수 있다.

당분간은 민간 성장이 정상적 궤도로 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 투자를 하는 경기 부양 기능이 필요한 상황이다.

내년 예산도 확장적으로 편성했다. 내년도에 늘어난 재정 지출은 추경 기준으로 25조원 정도이고 성장 효과가 0.3%p 정도다. 정부가 내년 경제 성장률을 1.8%로 잡았다. 재정을 추가 투입해 내년 성장률을 (잠재성장률에 가까운) 1.8%까지는 달성하기 위해 고육지책을 쓰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의 마중물 투자가 민간의 자발적인 투자 소비로 어떻게 연결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와 관련해 규제 완화, 부동산에서 기업 투자로의 자금이동, 신성장 산업에 대한 혁신적인 투자와 함께 AI 국가 컴퓨팅 센터, 에너지 고속도로를 만들고 주력 산업을 고도화해야 한다. 민간의 성장 동력을 확충하는 정책과 경기를 부양하는 재정 정책, 규제 완화 정책이 동반되면 민간 성장이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다.

●조세감면율을 낮추는 방안은 무엇을 검토했나.

지난 정부에서 법인세율을 전체적으로 낮췄다. 법인세율을 낮춰주면 민간 투자가 진작될 것이라고 했다. 새로운 성장을 만들고 일자리를 만들어서 결국에는 줄어든 세수보다 더 큰 증세를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구호에 그치고 말았다.

여러 가지 경제 여건이 법인세율을 낮춘다 해서 기업의 투자가 자동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은 아니다. 이재명정부는 정책 효과가 없는 보편 감세는 복원을 시키되 대신 선별 감세를 확대하겠다는 생각이다. 바이오, AI, 반도체와 같은 국가 전략 기술 분야에 민간이 설비 투자나 R&D 투자를 하면 투자액에 비례해 공제해 주는 투자 세액 공제 정책으로 가고 있다. 재정의 정책 효과를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윤석열정부의 부자 감세 정상화는 끝난 건가.

정상화 중이다. 법인세도 약간 복원키고 증권거래세도 약간 복원시켰다. 올해 예산 부수 법안으로 처리하고 나면 큰 틀에서 정상화는 일단락이 됐다고 봐야 된다.

●민주당이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했다. 공정과제 차원에서 도입이 필요한 것 아닌가.

고민이 많았다. 주식 과세의 정도는 금융투자소득세가 맞다. 글로벌 표준적인 조세 방식이다. 주식을 보유해서 배당을 받든 주식을 팔아서 양도 소득이 생기든 주식 투자하는 과정에서 본 손해를 제외한 순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게 맞다. 그게 금융투자소득세다. 아직은 주식시장에서 수용성이 높지가 않다. 한국 주식시장이 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한 불신이 있는 상황에서 자칫 과세 정상화가 오히려 주식에 대한 수요를 줄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국 폐지를 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주식시장이 안정화되고 주식 투자를 통해 국민들이 주요 소득원으로 보충하는 시스템이 자리를 잡게 된다면 금융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것을 국민들이 좀 더 수용을 할 것 같다. 그런 때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

지금은 주식시장이 신뢰를 얻고 주식 시장 자체의 규모를 키우는 게 우선이다. ‘과세 정의’는 그 다음 단계에서 하자는 큰 원칙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신용카드 공제는 목적을 이미 달성한 것 아닌가.

현실적으로 다수의 직장 근로자들을 포함한 국민들의 세후 소득에 영향을 미치는 게 크다. 수용성이 있는 범위 내에서 단계적으로 축소해 나간다는 방향을 잡고 있다.

●지역사업의 예타는 폭넓게 허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나.

현재 예비 타당성 조사 대상이 총 사업비 500억원 이상이 되는 경우다. 이것을 1000억원 정도로 올려야 되지 않느냐라는 의견이 있다. 국정과제에도 포함돼 있다. 언제 제도화할지는 국회에서의 판단이 필요하다. 실제로 실현될지는 좀더 봐야 될 것 같다.

재정부분을 봐야 한다. 정부가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쓰고 있는데 예타 요건을 완화하면 대규모 공공사업의 고삐가 풀리는 경향도 있을 수 있다. 재정에 미치는 영향도 감안을 해야 된다.

●톱다운식 예산 배정과 총액관리 제도가 내년부터 작동이 되는 건가. 부처의 자율성과 책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는 건가.

톱다운식은 예산 편성 방식에 있어서 좀 더 자율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통상은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부처별, 부문별로 한도를 논의한다. 그 회의에서 결정이 되면 부처에 통보를 한다. 부처가 책임을 지고 재정을 운용 하는 게 보다 효율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각 분야별, 부처별로 총액 한도를 기재부에서 할당을 하면 할당된 범위 내에서 세부 사업 예산 배분은 부처가 책임을 지고 하는 방식이다. 현장을 잘 아는 부처가 예산을 배분하는 것이 보다 효율성을 기할 수 있다. 이런 방향으로 제도가 운영될 것이다.

●기재부 안에 있는 예산 편성 부분을 국무조정실 밑으로 보내게 되나.

기재부 업무 영역이 너무 넓고 권한이 집중돼 있다 보니까 해야 할 일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는 지적이 있었다. 단기 현안 해결에 치중하다 보니 중장기적인 국가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체계적으로 국가 재원을 배분하는 기능이 약해졌다.

중장기 국가 발전 계획 수립 기능과 예산을 보다 전략적으로 배분해야 한다는 두 부분에 대한 보완을 위해 기획 기능과 예산 기능을 빼서 기획예산처에 둔다는 것이다. 재정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겠다는 것으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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