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심정심<이대통령·정청래 마음>? 엇박자?…혼란만 키운 재판중지법

2025-11-04 13:00:03 게재

‘우선 처리’ 하루 만에 철회

현안처리 속도 이견 되풀이

더불어민주당이 3일 현직 대통령의 재판을 중지하는 ‘재판중지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달 말 정기국회 처리를 추진한다고 밝힌 지 하루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대통령실은 ‘대통령을 정쟁의 중심에 끌어넣지 말라’고 요구했다. 대통령 사법리스크를 놓고 여권 내부가 부딪힌 형국이다. 민주당이 강경파에 이끌려 조율없이 법 개정을 추진하려다 무산된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박수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3일 “정청래 대표 등 당 지도부 간담회를 통해 국정안정법(재판중지법)을 추진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국회 본회의를 기다리고 있는 법왜곡죄와 국정안정법을 최우선 처리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밝혔었다.

민주당은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 직후인 지난 5월 7일 형사소송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법사위에서 처리했다.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된 날부터 임기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하는 내용에 헌법 제84조의 내용을 고려해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는 공판절차 정지 대상에서 제외하고, 피고인이 대통령선거 후보자로 등록한 경우에도 후보자로 등록한 때부터 개표종료 시까지 공판절차를 정지하는 규정을 추가한 것이 골자다. 해당 법안은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본회의에 계류 중이어서 민주당 지도부 결정에 따라 언제든지 처리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만큼 여권은 여론 추이를 살폈고 수면 아래로 가라앉아 있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국정감사에서 법원이 이 대통령에 대한 재판재개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는 취지의 답변을 내놓아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지난달 31일 대장동 일당에 대한 1심 유죄판결 이후 당내 강경파를 중심으로 재판중지법 재추진 목소리가 커졌다. 당 공식 메시지를 내놓는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간담회를 통해 추진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당 지도부와의 교감 아래 이뤄진 것이라는 해석으로 이어졌다.

민주당의 이같은 입장은 야당은 물론 여권 안에서도 ‘적절한 대응이 아니다’는 반발을 샀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국정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 여당의 입장에서 시점도, 방향도 적합하지 않은 결정”이라며 “APEC 정상회의 성과를 이어가야 할 상황에 굳이 정쟁이슈를 꺼내 자초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반발했다. ‘위인설법’ 논란이 이 대통령의 사법리스크를 키우는 것은 물론 정상외교 성과를 깎아 내린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강훈식 대통령 비서실장이 브리핑을 자처해 제동을 걸고 나서면서 여권 내부의 엇박자라는 인식이 커졌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3일 “당의 사법개혁안 처리 대상에서 재판중지법을 제외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밝혔다. 강 실장은 “헌법상 당연히 중단되는 것이니 입법이 필요하지 않고, 만약 법원이 헌법에 위반해서 종전의 중단 선언을 뒤집어 재개하면 그때 위헌심판 제기와 더불어 입법해도 늦지 않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재판중지법과 관련해 대통령께서는 ‘더 이상 정쟁에 끌어들이지 않고, 우리가 민생을 살리고 경제를 살리는 데 집중할 수 있도록 해 달라’고 요청하셨다고 해석해도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원내대표를 지낸 박홍근 의원도 페이스북에 “국감에서 국민의힘이 보여준 정략적 질의와 사법부의 무원칙한 답변이 화근이었다”면서도 “민주당 내 다소 성급하고 오락가락한 대응 과정도 세련되지는 않았다. 특히 우리는 국정을 무한 책임지는 집권여당이므로 대통령실과의 불통을 반복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당 일각에선 재판중지법 등의 추진이 안정적 국정운영을 위해 추진할 수 밖에 없는 불가피한 사안이라며 ‘당이 대신 화살을 맞은 것’이라고 주장한다. 엇박자라기 보다 당이 ‘알아서’ 이 대통령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친명계 한 의원은 “검찰개혁이나 사법개혁 등 민감한 사안일수록 정밀한 대응이 필요하다”면서 “당 지지층의 속도감에 대한 불만이나 요구를 정부·대통령실과 잘 조정·조율하는 것이 당의 역할 아니냐”고 말했다.

이명환 박준규 기자 m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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