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노동법 개정과 노동위원회의 역할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 개정에 대해 기대와 불안이 교차하는 듯하다. 노동기본권 강화로 노동시장 양극화를 해소한다는 것이 취지인데 전문가들은 법의 안착에 노동위원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노동위원회는 분쟁 해결 기구다. 조정을 통해 파업의 예방과 해결을 돕고 판정을 통해 부당한 해고나 징계 차별과 괴롭힘 등에서 근로자의 권리를 구제한다. 지난 3년 동안 노동위원회는 사건이 40% 정도 급증해왔는데 노조법 개정으로 훨씬 더 많아질 듯하다. 숫자만이 아니라 질적으로 복잡해져 왔는데 이는 인공지능(AI) 전환으로 노동환경이 크게 바뀌고 고용형태가 다양화됨에 따른 결과다.
노동위원회는 ‘대안적 분쟁 해결’(ADR)을 활용해 새로운 노동환경에 대처하고 있다. ADR의 핵심은 대화와 협상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상담 화해 조정 등으로 지원하는 것이다. ADR의 활용은 국제노동기구(ILO)가 협약 151호로 권장하고 주요 국가들은 법제화할 정도로 보편적 글로벌 관행이다. 우리나라는 법으로 권유하지만 생소한 편인데 이런 차이로 근로자의 권리구제율과 조정성립률이 다른 나라보다 낮다.
다행히 ADR 도입 이후 노사 당사자들은 물론 위원과 조사관들의 호응이 크고 노동계 출신 인사들은 포럼을 만들어 ADR 활용에 앞장서고 있다. 덕분에 지난 3년 버스·병원·철도 등은 사전·사후 조정으로 밤샘 회의를 하면서 단체교섭을 지원했다.
ADR로 대화와 협상 통한 분쟁해결 촉진
ADR의 활용으로 소송을 통해 노동분쟁을 해결하는 성향이 줄었다. 노동위원회 판정에 반대해 당사자들이 법원에 소송을 내는 비율은 대폭 감소했고 반면, 법원의 판결이 노동위원회의 손을 들어주는 비율은 대폭 증가했다. 이러한 바탕 위에서 노동위원회는 노사 당사자들 사이의 신뢰 제고와 분쟁 예방을 위한 지원 서비스도 강화했다.
개별 사업장의 노사와 단체교섭 지원 공정 노사솔루션, 고충해결 지원 직장인 고충 솔루션, 노동조합 간 갈등 해결 지원 복수노조 솔루션 협약을, 노동위원회가 사업장을 방문해 체결했다. 호응이 좋아 버스와 병원 등에서 제조업과 서비스업 그리고 공공사업 등으로 대거 확산해왔다.
노동분쟁이 많아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노사는 물론 노동위원회 위원·조사관의 분쟁 해결 역량을 높이는 일이 더 중요하다. 이에 노동위원회는 ADR 교육을 도입했다. 일반인 누구나 교육받을 수 있는 온라인 기초과정부터, 관련 업무 종사자들을 위한 심화교육, 어려운 분쟁 해결에 필요한 실습 중심의 고급과정을 개설했다. 분쟁 해결의 베테랑 전문가들을 교수로 위촉해 교재를 개발했고 교육의 투명성을 높이도록 민간 출판사가 발간했다.
노동위원회는 분쟁 해결의 신속성과 공정성 그리고 당사자들의 편의성을 높이고 있다. 노동법을 일반 사람이 쉽게 이해하도록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AI 기술을 조사와 심문에 활용하도록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당사자들이 제출한 자료와 관련 정보처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노동위원회 방문의 시간과 거리의 부담은 줄이기 위함인데 내년 6월 가동이 목표다.
AI 활용 등으로 분쟁해결 역량도 강화
또 노동환경의 변화가 글로벌이고 주요 국가들이 공통으로 분쟁을 ADR로 해결하는 경향이 커짐에 따라 노동위원회는 글로벌 협력을 강화해 이들 국가의 분쟁 해결 기준과 경험을 노동위원회의 전문성 제고에 활용하고 있다.
김태기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