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준, 135억달러 긴급 유동성 공급
팬데믹 후 최대 레포 단행 은행권 유동성 압박에 대응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2일(현시시간) 135억달러(약 20조원) 규모의 오버나잇 레포를 단행해 은행권에 단기 유동성을 공급했다. 금융정보업체 바차트 자료에 따르면 이번 조치는 최근 수년간 집행된 레포 가운데 최대급이며, 2020년 팬데믹 초기 이후 두 번째로 큰 규모다. 2000년대 초 기술주 조정기에 진행됐던 레포 운용을 넘어서는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오버나잇 레포(Overnight Repo)는 은행들이 미 국채를 담보로 현금을 하루 단위로 빌리는 단기자금 조달 방식이다. 금융시장 내 유동성 환경과 담보 수급 상황을 가장 직접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로 꼽힌다.
연준은 이번 조치에 대해 별도 설명을 내놓지 않았으나, 암호화폐 전문매체 크립토뉴스는 은행권의 유동성 수요가 일시적으로 확대됐거나 특정 구간에서 담보 압력이 높아진 결과로 해석했다. 레포 수요가 급증할 때는 통상 금융기관이 재무제표를 방어하기 위해 단기 자금을 확보하려는 흐름이 강화되는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로 2019년 9월 미국 레포 금리가 급등했을 당시 연준은 불안 진정을 위해 수개월간 긴급 유동성을 공급했고, 2020년 코로나19 확산 초기에도 금융시장 경색을 막기 위해 대규모 레포 운영을 진행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135억달러 공급이 자산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는 최근 반등 흐름을 보이고 있지만, 비트코인 등 디지털 자산은 약세를 보이고 있어 단기 유동성 흐름에 대한 시장 민감도가 높아진 상황이다. 레포는 은행권에 즉각적인 달러 유동성을 제공해 금융시스템의 안정에 기여하지만, 동시에 위험자산과 안전자산의 수급 균형을 흔들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이 주시해야 할 변수라는 분석도 나온다.
레포 시장은 미국 금융 인프라의 핵심 축이다. 은행들은 매일 필요한 현금 흐름을 관리하기 위해 레포를 활용하며, 이 과정에서 단기금리와 담보 수급 상황이 전체 금융시장에 신호로 전달된다. 이번 공급이 단순한 일회성 수요 대응인지, 혹은 은행권 전반의 자금 압박이 가시화되기 시작한 것인지 여부는 명확하지 않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까지 레포 시장의 변동성이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연준이 양적긴축 종료와 금리 인하 시점을 둘러싼 시장 기대를 조율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단기 유동성 공급이 더욱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은 연준의 추가 조치와 은행권 유동성 지표 변화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조치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월 6일 언헤지드 칼럼을 통해 유동성 재공급 가능성을 예측한 바 있다.(본지 11월 11일자 6면 참고) 재무부 일반계정(TGA) 잔고 확대와 양적긴축(QT) 지속으로 단기자금시장이 빠르게 마르고 있어 연준이 결국 다시 돈을 풀 수밖에 없는 상황이 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당시 TGA 잔고는 약 1조달러로 2021년 이후 최고치였다.
연준의 이번 조치에 비트코인은 하루만에 반등, 9만1000달러선을 회복했다. 미국 암호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에 따르면 3일 8시5분 기준 비트코인 가격은 24시간 전 대비 6.09% 급등한 9만1854달러에 거래 되고 있다. 같은 시간 시총 2위 이더리움도 7.86% 오른 3013달러에, 리플(XRP)은 6.35% 올라 2.17달러에 거래 중이다.
이주영 기자 123@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