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행 안전보건교육, 건설업 특성 반영 못해”

2025-12-04 13:00:31 게재

다층적 생산구조, 잦은 현장 이동 … 안전보건교육체계에서 건설업 분리, 교육기관 품질 강화해야

현행 안전보건교육제도가 건설업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제조업과 동일한 기준으로 운영되면서 형식적인 서류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산업안전상생재단(재단)은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건설업 안전보건교육제도 개편을 위한 ‘건설안전 정책·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산업안전상생재단(재단)은 3일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원회관 제2소회의실에서 건설업 안전보건교육제도 개편을 위한‘건설안전 정책·제도개선 토론회’를 열었다. 사진 왼쪽부터 박종일 서울과기대 교수, 이일남 산업안전보건공단 건설안전실 부장, 김문실 고용노동부 안전문화협력팀 팀장, 정재욱 서울과기대 교수,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회장,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 우재준 국민의힘 의원, 안경덕 재단 이사장, 이상준 전문건설안전보건협의회 회장, 최수환 건설안전임원협의회 회장. 사진 산업안전상생재단 제공

이번 토론회는 재단과 이학영 국회부의장, 기후에너지환경고용노동위원회 박홍배 의원(더불어민주당), 우재준 의원(국민의힘)이 공동 주최하고 한국건설안전학회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 건설안전임원협의회 전문건설안전보건협의회가 공동 주관했다.

정재욱 서울과학기술대 교수는 ‘건설업 안전보건교육제도 개선’ 주제발표에서 “건설업은 수주산업의 특성상 발주자 설계·감리자 시공자 근로자 등 여러 단계로 나눠 다층적 생산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또한 제조업 대비 현장의 기간이 짧아 근로자가 현장을 계속 이동하며 근무하는 구조이고 단기·일용직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특성으로 각 단계의 종사자 모두를 아우르는 안전보건교육을 수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건설안전 선진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영국 미국 싱가포르 등 해외 사례를 보면 모법은 산업안전보건법으로 통일돼 있더라도 하위 단계에서 산업안전과 건설안전을 구분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700여개 조항에 이르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서 조차 건설업에 대한 구분이 없다.

2023년 대형 건설사 15개 현장 근로자 및 관리감독자 368명을 대상한 설문조사 결과 건설 근로자는 연간 평균 3.7곳의 현장을 이동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타 현장에서 안전보건교육을 이수한 경험은 93%에 달했다.

2020~2022년 40개 건설현장 사례 분석에서는 산업안전보건관리비(산안비)의 90% 이상을 안전시설 인건비 보호구 등에 집중 투입했다. 산안비 취지에 맞는 교육 및 보건 비용은 3% 수준에 불과했다.

정 교수는 “대형 건설업은 현장별 교육장 교육인력 교육프로그램이 중복 투자되고, 중소규모 건설업은 자체 교육프로그램 투자 역량 전무해 실질적 교육없이 교육증빙 서류 작성으로 이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기존 안전보건교육체계에서 건설업을 분리하고 건설업의 특성에 맞춘 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개선방안으로 △건설업 안전보건교육제도의 산업별 분리 및 특화 △외부 전문기관 중심의 자격갱신 체계 도입을 제시했다.

이어진 패널토론에서는 안홍섭 한국건설안전학회 회장이 좌장을 맡아 법정 교육 의무 이행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과 구조적 장애요인을 짚었다.

박종일 서울과기대 교수는 “교육기관을 세 등급으로 분류해 등급별 교육 단가와 수준을 차등 관리하고 등급에 따라 제한된 교육을 제공한 후 평가 결과에 따라 등급을 조정하면 교육 품질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문실 고용노동부 팀장은 “오늘 토론회에서 제시된 발표 내용과 다양한 의견에 깊이 공감한다”며 “건설안전교육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안경덕 재단 이사장은 개회사를 통해 “정부가 산업재해 사망사고 감축을 핵심 국정목표로 삼고 제도적 기반을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재단 역시 사망사고 비중이 가장 높은 건설업에서 근로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고용·공정 구조상 기존 안전보건교육이 현장에서 충분히 이행되기 어려운 건설업의 특성을 고려해 올해 교육제도 개선을 핵심과제로 삼아 다양한 방안을 논의해 왔다”고 밝혔다.

재단은 국내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 강화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현대자동차그룹 6개사가 출연해 2022년 10월 설립한 국내 최초 산업안전보건 전문 공익법인이다. 주요사업으로는 △중소기업 안전보건체계구축을 위한 안전상생 지원 프로그램 운영(안전진단 컨설팅, 스마트 안전장비, 안전 디자인 지원) △중소기업 산재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교육 아카데미 운영 △산업안전분야 우수 중소기업 및 기여자 포상 △안전보건분야 후학 양성을 위한 장학금 지원 등이 있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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