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생 급증·석탄 급감·가스 유지가 세계 표준

2025-12-04 13:00:27 게재

‘에너지 전환의 역설' 재생에너지 확대로 가스 역할 커져

IEA, 세계 에너지시장 전망 … 한국은 가스 대폭 축소

세계 에너지 공급시장이 급격한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펴낸 ‘세계 에너지 전망 2025’에 따르면 2024년부터 2050년까지 세계 에너지 공급구조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석탄은 절반 가까이 축소될 전망이다.

눈길을 끄는 점은 천연가스다. IEA는 천연가스 공급이 2035년까지 증가하다 이후 2050년까지 보합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재생에너지가 증가할수록 천연가스의 백업 전원 역할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에서다.

하지만 한국은 천연가스 발전비중을 2023년 26.8%에서 2038년 10.6%로 급감시키는 것으로 계획하는 등 세계시장과 다른 길을 걷고 있다.

◆태양광, 2050년까지 9배 증가 = 4일 IEA에 따르면 세계 재생에너지 공급은 2024년 83엑사줄(EJ)에서 2050년 233EJ로 두 배 이상 확대돼 전체 비중이 13%에서 31%로 상승할 전망이다. 1EJ는 석유 1억7000맨배럴 규모의 양이다.

태양광은 같은 기간 9배(9EJ→79EJ) 가까이 성장하며, 풍력도 9EJ에서 40EJ로 꾸준히 확대된다. 수력은 16EJ에서 23EJ으로, 기타 재생에너지는 49EJ에서 91EJ로 각각 늘어난다.

2024년 178EJ에 달하던 석탄은 2050년 95EJ로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천연가스는 2024년 148EJ에서 2035년 165EJ 증가했다가 2050년 161EJ로 보합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천연가스의 백업전원 역할 중요 = 천연가스는 화석연료이며, CO₂ 배출량도 적지 않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천연가스의 CO₂ 배출은 kWh당 492g으로, 석탄 1025g보다 적지만 태양광 27g보다 많다.

그럼에도 IEA는 세계가 2050년까지 가스를 급격히 줄이지 못할 것으로 내다본다. 이유는 명확하다.

첫째 전력시스템의 백업 전원 역할이다. 태양광·풍력은 출력이 날씨와 시간에 따라 크게 다르다. 한마디로 태양광의 경우 화창한 낮에는 전력을 많이 생산하지만 밤이나 비오는 날엔 전력을 생산하지 못한다.

때문에 전력망은 이러한 전력구조를 실시간으로 보정할 수 있는 즉시 대응 전원이 필요하다. 이 속성에 가장 잘 맞는 것이 가스 복합발전이다.

둘째 산업·열 부문에서 대체가 어렵다. 철강·정유·화학 등 고온·연속열 공정은 전기나 배터리만으로 대체하기 힘들다. 천연가스는 열효율이 높고 공정 안정성이 크며, 기존 인프라가 널리 구축돼 있어 효율적이다.

세계 주요국이 가스를 외면하지 못하는 이유는 탈탄소·산업경쟁력·전력안보를 모두 고려한 균형 해법에서 비롯된다.재생에너지를 늘릴수록 천연가스 역할이 필요해지는 역설이 내재한다.

◆한국, 2038년 10%대로 감축 ‘비현실적’ = 한국은 이와 다른 길을 선택했다.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25~2038)에 따르면 천연가스 발전설비는 2023년 43.2GW에서 2038년 69.2GW로 늘린다. 이 기간 전체 에너지믹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9.9%서 25.8%로 낮아진다.

하지만 천연가스 발전량은 2023년 157.7TWh에서 2038년 74.3TWh로 급격히 줄어든다. 발전비중은 26.8%에서 10.6%로 급감한다. 설비는 늘리면서 발전량은 대폭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그렇다면 이용률이 대폭 하락할 수밖에 없다. 2030·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과 2050년 탄소중립 실현목표를 염두에 둔 고육지책으로 보이지만 비현실적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인공지능시대로 전력수요 폭증 = 이와 함께 인공지능(AI) 시대 도래에 따른 전력수요의 급격한 증가는 전력수급 안정성이란 과제를 책임감있게 요구하고 있다. AI 시대는 인류가 생산·저장·처리해야 하는 데이터 양이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특히 데이터센터는 24시간 항시 부하를 요구하는 부문이다. 재생에너지 단독으로 대응하기 어렵고, 가상발전·수요반응 등 보조수단 활용도 제한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단기간 내 천연가스 발전량을 급감하면 전력공급의 연속성과 산업 생태계의 안전성이 동시에 흔들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도 현실적인 에너지정책의 접근이 요구된다.

◆김성환 장관 “LNG 두가지 면에서 의미” … 정책변화 여부 주목 = 전직 산업통상부 고위관계자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부정하자는 이야기가 아니다”면서 “천연가스를 퇴출 대상으로만 보지 말고 탄소중립 여정까지 가기위한 브릿지 연료로 인정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달부터 논의를 시작할 제 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반영된 실용주의적 에너지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은 2일 기자간담회에서 “액화천연가스(LNG)는 가급적 줄여나가야겠지만 두가지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해 유연한 정책변화가 기대된다.

그는 “LNG의 터빈방식이 그린수소 터빈 성능과 거의 같다”며 “그린수소 단가를 낮출 수 있다면 LNG발전을 거쳐 그린수소 발전으로 가기까지 안정적인 공급원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태양광이나 풍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소위 비상전원으로서 의미있는 대목이 꽤 있다”고 덧붙였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이재호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