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극재정 전환 긍정평가…“디지털전환 힘쏟다 민생지원 약화”

2025-11-05 13:00:26 게재

소상공인·중소기업 민생 예산안 평가 토론회

“내수활성화·골목상권 육성예산 더 늘려야”

2026년 예산안에 공공 배달앱 지원 사라져

이재명정부의 첫 예산안이 디지털전환에 전력을 쏟으면서 민생지원예산은 약화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다만 윤석열정부의 ‘긴축예산’에서 ‘적극재정’으로 전환한 점은 긍정 평가했다. 이 때문에 향후 내수활성화와 골목상권 육성 예산을 더 늘릴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5일 국회와 관계부처에 따르면 전날 오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6년 소상공인·중소기업 민생 예산안 평가 토론회’에서 이같은 지적이 이어졌다.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와 소상공인연합회,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한국외식업중앙회, 전국가맹점주협의회, 참여연대, 국회의원 진성준·민병덕·강준현·김남근·송재봉·이강일·안도걸·김동아·정진욱이 참석했다.

토론회에서는 소상공인·중소기업 예산안을 총괄적으로 분석했다. 특히 △소상공인 경영부담 완화 및 경쟁력 강화 △내수 활성화 및 골목상권 육성 △소공인·중소기업 지원 △소상공인 정책금융 △공공배달앱 지원 등 항목으로 나눠 ‘민생예산의 실효성 여부’를 집중 점검했다.

이재명 대통령, 첫 새해 예산안 시정연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불참한 국민의힘 의원석이 비어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민생 실질지원 여전히 부족” = 총론평가를 맡은 위평량 위평량경제사회연구소 소장은 “정부가 2026년도 예산안에서 재정건전성 중심 기조를 일부 완화하고, 경기회복과 민생경제 안정을 위한 ‘적극재정’으로 전환한 점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재정의 큰 방향성이 디지털·AI 대전환, 기술혁신 투자 등 성장에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민생경제 기반에 대한 실질적 지원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위 소장은 “중소벤처기업부 예산은 16조8449억원으로 전년 대비 10.5% 증가했지만, 전체 부처 중 증가율은 21위에 그치고 GDP 대비 비중도 2.3% 수준에 머물렀다”면서 “경제성장에 비해 민생부문 투입이 상대적으로 취약한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코로나19 시기와 달리 재정 직접지원보다 금융지원 중심으로 예산이 편성되면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부채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기 어렵다”고도 지적했다. 위 소장은 “내수기반 회복과 민생경제 강화를 위한 구조적 재정투입 확대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또 중소기업의 글로벌 수출 비중이 감소하고 있음에도 현실적 성과로 이어질 지원체계가 미흡하다고 우려했다. 위 소장은 “소상공인 예산 2.5% 증액은 급증하는 자영업 현실에 턱없이 부족하다”며 “조기퇴직과 생계형 창업 확산에 대응해 퇴직자 재취업·전문인력 전환 지원 등 구조적 대책과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디지털·AI 산업구조 변화 속에서 경쟁 완화와 민생경제 활성화를 위해 일본의 고용연장제도나 독일식 숙련인력 활용제도 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스마트공장 지원예산 전액삭감” = 류필선 소상공인연합회 전문위원은 “중기부 전체 예산이 10.5% 증가했지만, ‘소상공인 위기극복과 지속가능한 성장지원’ 분야의 증액률은 2.5%로 전체 증가율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며 “민생경제의 핵심 주체인 소상공인 지원이 여전히 소외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류 전문위원은 “연매출 1억원 미만 소상공인 230만명을 대상으로 한 경영안정 바우처 규모는 실수요에 비해 부족하고, 희망리턴패키지와 재기사업화지원 예산이 감액되는 등 폐업부담 경감과 재기 지원이 후퇴했다”고 비판했다. 또 “AI·혁신형 소상공인 지원은 시대적 흐름에 부합하지만 전체의 0.02%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은 실효성이 낮다”며 “개별지원을 넘어 지역·상권 중심 클러스터 구축 등 영세 소상공인 생존 예산의 대폭 확대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성원 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 사무총장은 “내수 침체와 온라인 소비 집중으로 골목상권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며 “지역사랑상품권·온누리상품권 예산 확대와 상권 기반 강화가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지역사랑상품권이 법제화되어 안정적으로 편성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사용처 제한으로 인한 중상인 배제 문제가 여전하며 할인율 상향과 사용처 확대를 강조했다. 그는 “쿠팡·배달의민족 등 대형 플랫폼 중심의 ‘대한민국 동행축제’가 소비 쏠림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예산을 전통시장·골목상권 중심의 오프라인 소비 촉진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별 점포가 아닌 상권 단위의 경쟁력 강화가 지역경제의 핵심 과제”라며 “기초지자체 단위 골목상권지원센터 설치, 상권기획자 육성, 상생구역 지정 요건 완화 등 현장 중심의 제도 개선과 예산 확대”를 촉구했다.

손성원 중소기업중앙회 실장은 “패션·봉제 임가공업체 등 소공인 지원사업과 스마트공장 등 디지털 전환 지원 예산의 확대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손 실장은 서울시의 봉제업체 DB 구축과 무신사 등 플랫폼 기업과의 협력 사례를 언급하며 “정부·지자체·플랫폼업계가 함께 참여하는 전국 단위 B2B 연계시스템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스마트공장 보급률이 21.6% 수준에 머무는 현실을 지적하면서 “2023년 이후 ‘기초 단계’ 스마트공장 예산이 전액 삭감된 것은 구조적 문제”라고 비판했다. 손 실장은 향후 4년간(2026~2029년) 매년 3000개 기업, 총 1만20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기초수준 스마트공장’ 예산 4800억원(연 1200억원) 재편성을 요청하기도 했다.

◆정책금융 질적기반 약화 = 김은정 참여연대 협동사무처장은 “대출·보증·대환 예산이 일제히 줄고, 채무조정·탕감 기능이 전면 미편성되면서 정책금융의 질적 기반이 약화됐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소상공인 부채의 구조적 해소보다 단기 유동성 공급에 집중했다는 지적이다. 김 처장은 “정책자금(융자)이 올해 수정안 4조2200억원에서 약 20% 감소한 3조3620억원으로 편성되어 유동성 공급 중심의 구조로 축소됐고, 보증·대환 예산도 2694억원에 그쳐 고금리 대출을 저금리로 전환할 통로가 좁아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채무조정·탕감 기능이 전면 미편성되면서 연체·부실우려 차주를 시장 밖으로 밀어내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단기 실적 중심의 재정운용으로 구조개선을 포기한 것은 금융위축을 자초하는 신호라고 비판했다. 그는 “‘더 빌려주는 금융’만 남고 ‘빚을 덜어주는 금융’은 사라졌다”며 “국회가 새출발기금·새도약기금의 재정 반영을 재개하고, 단기 유동성 중심의 정책금융을 구조개선형 금융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배달앱 지원 예산안에 대해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이주한 변호사는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3개사가 배달앱 시장의 90% 이상을 차지하며 불공정 행위와 자영업자 착취가 심화되고 있는데도 정부 예산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계획을 확인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2026년도 예산안에서 공공배달앱 육성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으며, 공공배달앱 지원방식이 소비쿠폰 발급과 홍보 수준에 머무른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공공배달앱은 작은 기초지자체 단위가 아니라 최소한 ‘도’ 단위 수준에서 통합 운영해야 하며, 협동조합·사회적기업이 운영 주체가 되고 지역대학·스타트업과 기술 협력하는 방식으로 자립성과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변호사는 배달앱 시장의 불공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선하기 위해 “온라인플랫폼 독점금지법’ 제정과 배달수수료 상한제 도입 등 공정경쟁을 위한 입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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