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통합돌봄 내년 3월 시행을 위한 준비과제

2025-11-06 13:00:01 게재

내년 3월 ‘돌봄통합지원법’이 본격 시행된다. 통합돌봄은 이번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보장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시행을 불과 다섯 달 앞둔 지금 현장의 준비 수준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 협의회는 지난 9월 전국 지방자치단체를 대상으로 통합돌봄 준비 실태를 조사했다. 전반적인 준비 수준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다수를 차지했다. 가장 큰 문제는 조직과 인력의 부족이었다. 그러나 다수의 지자체는 기존 인력을 재배치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복지업무는 늘었지만 공무원 정원은 동결되어 있고, 중앙정부의 ‘기준인건비 제도’가 인력 운용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지자체는 인력을 늘리고 싶어도 재정 여건상 여력이 없었다. 통합돌봄 서비스가 제대로 제공되기 위해서는 인력구조도 사회복지직 뿐만 아니라 간호직 등 여러 직종이 참여하는 다직종 협력기반의 조직이 필요하나 그렇지 못했다.

사업비 상황은 더 열악하다. 정부의 내년도 예산안은 재정자립도 하위 80% 지자체(183곳)에만 차등 지원하고, 상위 20%(46곳)는 지원 대상에서 제외됐다. 지원을 받는 지역조차 지자체당 약 2억9천만 원 수준으로, 현재 시범사업 예산의 절반에 불과하다. 필수사업임에도 국비 비율이 30~50%에 머물러 지방의 재정 부담이 크다. 결과적으로 재정이 부족한 지자체일수록 돌봄을 지속하기 어려운 구조다.

전반적 준비 수준은 미흡

서비스나 인프라 확충의 경우는 더 심각했다. 재정이 열악하여 자체 재정으로 인프라 구축이 어렵고, 농어촌 지역은 의료보건 인프라가 부족하여 재택의료 등 필수서비스 제공이 어려운 상황으로 보고된다. 기존 정부가 제공하던 서비스의 사업량이 부족하여 이에 대한 확대도 요청하였다. ‘살던 곳에서 존엄한 삶을 보장’하려면 구호로는 가능하지 않고, 실질적인 투자만이 가능하게 한다. 추진 절차의 불명확성도 문제다. 지침이 구체적이지 않거나 지역 특성을 반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고, 정보시스템의 미비와 전담인력 교육 부족도 지적된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서는 정보체계, 인력교육 등 기초 인프라 정비가 우선되어야 한다.

내년 3월 시행이 ‘형식적 개시’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적정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 돌봄은 인공지능(AI)으로 대체하기 힘들다. 충분한 초기상담과 계획수립, 지속적인 대상자관리를 위해서는 적정 인력 확보가 최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한다. 둘째, 사업비 증액이 필요하다. 모든 지자체에 사업비를 지원해 마중물 역할을 하도록 만들고 국고보조율을 상향해 지방 부담을 완화해야 한다.

셋째, 서비스 확충과 인프라 구축이다. 기존 돌봄서비스의 문제는 불충분함과 분절성이었다. 연계 강화로 분절성은 해소할 수 있지만, 서비스 공급을 늘리지 않으면 불충분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중앙정부는 기본 서비스를, 지자체는 지역특화 서비스를 담당하는 역할분담 체계가 필요하다.

지역 협력체계 구축이 기반

돌봄의 주체가 중앙에서 지역으로 이동하는 지금, 지자체는 지역 내 다양한 주체들과 협력해 공동체 기반의 돌봄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지역협의체, 의료기관, 복지기관, 주민단체가 함께하는 지역돌봄 거버넌스의 정착이 그 출발점이다. 내년 3월 시행은 그 출발점이다. 준비된 실행은 돌봄복지국가로 가는 새로운 길을 열 수 있다. 지금이 바로 그 길을 단단히 다질 마지막 시간이다.

김이배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