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너지 ‘인공태양’ 유치전 불 붙었다

2025-11-06 13:00:08 게재

오는 13일 유치계획서 접수 … 시·도 총력전

연구시설 유치하면 인공 태양 핵심거점 성장

사업계획서 제출기한이 임박하면서 전국 시·도가 미래 에너지를 불리는 ‘인공 태양 연구시설’ 유치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유치에 성공하면 이 분야 핵심 연구시설과 관련 기업을 사실상 독점할 수 있는 이점 때문에 지역 정치권과 주민까지 모두 가세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 영향으로 유치전이 한층 치열해졌다.

●부지·추가 혜택이 승부처 = 6일 전국 지자체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은 지난달 15일 ‘핵융합 핵심기술 개발 및 첨단 기반시설 구축 사업부지 유치 공고’를 냈다. 오는 2036년까지 모두 1조2000억원을 투입해 핵융합 7대 핵심기술과 실증 연구시설 등을 갖추는 게 정부 목표다.

이 같은 계획에 따라 오는 13일 전국 지자체를 대상으로 유치계획서를 받아 이달 말 선정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공고에 따르면 유치 희망 지자체는 최소 50만㎡ 부지를 무상으로 제공하며, 부지가 넓을수록 가산점을 받게 된다. 또 4차선 이상 진입도로와 250MVA 전력인입선로 등 까다로운 조건을 갖춰야 한다. 선정을 결정하는 배점 역시 부지 면적과 진입로, 부대시설 평가에 40점을 배정했다. 또 지진 안전성 등 부지 적합성과 활용 가능성 등을 따지는 입지조건이 50점이다. 여기에 지자체 지원 체계와 사회경제적 파급효과(10점)를 더해 최종 입지를 선정한다.

이런 배점기준을 고려하면 지자체가 부담하는 부지와 부대시설 규모가 승패를 결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유치를 희망하는 지자체가 보안을 유지하면서 유치계획서를 만들고 있다”면서 “결국 무상으로 제공할 부지 규모와 추가 지원방안 등이 유치 여부를 결정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시민 유치전 펼쳐 = 시·도의 유치 전략은 두가지다. 우선 비밀을 유지하며 정부에 제시할 부지 조건을 다듬고 있다. 또 정치권과 주민 등을 통해 여론전을 펼치고 있다.

총력전을 펼치는 이유는 주목받는 차세대 먹거리여서다. 유치에 성공하면 미래 에너지 핵심 거점으로 성장할 수 있다. 또 연구 인력과 기업, 대학 등이 집적하면서 이 분야를 선도할 수 있다. 지역별 차이는 있지만 오는 2050년까지 대략 200여개 기업과 1만개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질 전망이다. 유치전에는 애초 7개 시·도가 거론됐지만 가장 적극적인 곳이 전남 나주와 전북 새만금, 경북 경주와 포항 등이다.

포항은 4년 전부터 공을 들였다. 부지는 포항 융합기술산업단지 51만4000㎡다. 또 포항공대와 한동대 포항가속기연구소 등이 있어 연구 역량도 충분하다. 특히 철강공단 등이 있어 핵융합 실증에 필요한 기반시설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주는 문무대왕과학연구소 2단계 부지 82만3000㎡를 유치 지역으로 결정했다. 또 원전과 양성자가속기, 중수로 해체기술원 등이 있어 정책 수용성이 강점이다. 여기에 한국원자력연구원과 한국수력원자력, 방사선환경로봇실증센터 등이 있어 유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장점도 지녔다.

전북은 새만금을 최적지라고 강조한다. 특히 정부가 제시한 50만㎡ 이상의 부지를 민원 없이 추가로 확장할 수 있다. 앞서 전북도와 군산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이 2012년 130억원을 들여 플라즈마기술연구소를 만들어 13년째 핵융합 발전에 필요한 기초연구를 수행한 게 최대 강점이다. 플라즈마는 전자와 양전하를 띤 이온으로 분리된 기체 상태이며, 핵융합을 위해 꼭 필요하다. 김관영 전북지사는 “그동안 핵융합 연구 경험과 새만금 인프라를 토대로 인공 태양을 유치해 대한민국 미래 에너지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남 역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나주에 있는 부지 50만㎡ 이상을 제공할 계획이다. 이곳에는 국내 유일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과 한국전력 등 에너지 기업들이 밀집해 있다. 또 핵융합 장치(토카막)에 필요한 핵심 기술인 ‘초전도 도체 시험설비 구축사업’을 정부 지원으로 진행하고 있다. 윤병태 나주시장은 “인공태양은 국가 에너지 체계를 새로 쓰는 전환점”이라며 “지역 역량을 모두 결집해 반드시 유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핵융합은 가벼운 원자핵을 융합해 무거운 원자핵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줄어든 질량만큼을 엄청난 에너지로 방출한다. 원료는 수소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이며. 수소 1g당 석유 8톤 정도 청정에너지를 만든다.

방국진·최세호·이명환 기자 kjb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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