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져…노동자 9명 매몰

2025-11-07 13:00:02 게재

울산 동서발전 보일러타워 붕괴

추가 붕괴 우려에 구조작업 난항

“저 아래 생존자들이 있을 것을 생각하니 끔찍합니다.”

6일 울산 동서발전 화력발전소의 무너진 보일러타워는 마치 폭격을 맞은 모습 그대로였다. 2m 높이 담벼락과 대형 원형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발전소 후문에서 바라본 담벼락 너머 사고 현장은 철골을 그대로 드러낸 채 아슬아슬하게 기울어져 있는 상태였다.

울산 화력발전소 건물 붕괴로 9명 매몰 6일 동서발전 울산 화력발전소에서 철거 작업 중이던 60m 보일러 타워 3기 중 1기가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울산 곽재우 기자
양 옆에 있는 쌍둥이 형태의 60m 보일러타워 2개와 비교하면 붕괴된 곳은 30m 이하로 폭삭 주저앉아 찌그러진 형태다. 20층 높이 타워 하부가 완전히 붕괴하면서 철골들은 겹겹이 쌓여 있었다.

사고 현장 방파제 난간 위에서 현장을 지켜보던 A씨는 “제발 살아 있어야 할 텐데, 이 어마어마한 쇳덩이를 어떻게 치워내고 구조할지 걱정”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사고 현장 앞에 있는 동서발전 화력발전소 후문으로는 밤늦게까지 인력들이 쉴 새 없이 현장에 도착했다.

사고 직후인 오후 2시 23분쯤 매몰자 9명 중 2명이 구조될 때는 희망이 보였다. 추가로 3시 26분쯤 2명이 철골 구조물 하부에서 발견됐고 1명은 의사소통도 가능했다. 하지만 7일 오전 4시 55분쯤 의식이 있던 생존자 1명이 끝내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의식이 없는 1명도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실종자 3명이 더 발견됐지만 모두 사망한 상태였다.

소방당국은 추가 붕괴가 우려되는 탓에 안정화 작업도 진행하지 못했다. 해체가 진행되던 보일러타워는 모두 3기(타워 4·5·6호기)로 사고가 난 보일러타워는 중간에 위치해 있다. 특히 무너진 보일러타워(5호기) 양쪽의 4·6호기 모두 폭파 작업을 앞두고 쉽게 무너뜨리기 위해 기둥 등을 잘라내는 취약화 작업을 진행한 상태여서 붕괴 위험이 높다.

소방당국은 애초 무너진 구조물 바로 옆 보일러타워(6호기)를 주변 굴뚝에 와이어로 묶어 고정할 계획이었다. 붕괴 위험을 최소화한 뒤 붕괴 현장에 중장비를 투입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런 작업을 위한 소규모 크레인도 투입할 수 없을 정도로 바닥이 흔들려 매우 불안정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7일 오전 10시 기준 남은 2명의 실종자 수색에 난항을 겪고 있다.

김정식 울산남부소방서 예방안전과장은 “밤사이 구조대원들이 숨진 근로자를 구조하기 위해 12회 이상 접근했다”며 “구급대원이 현장에 진입해 진통제 주사를 투여하고 모포로 보온 조치를 했지만 안타깝게 사망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부는 6일 오후 붕괴 현장에서 소방청 중앙긴급구조통제단 주관으로 정부합동 상황판단회의를 여는 등 구조 활동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이 회의에는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 김두겸 울산시장, 구조물 전문가 등이 참석해 붕괴한 구조물의 안정화 작업 방안, 매몰자 수색·구조 방법, 현장 안전 확보 대책 등을 논의했다.

곽재우·김신일 기자 dolboc@naeil.com

곽재우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