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속 드러나는 사고원인…결국 ‘인재’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붕괴사고
안전관리계획 제대로 이행 안해
공작물철거 제도 허점도 드러나
지난 6일 붕괴사고가 발생한 동서발전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타워 철거 과정에서 작업자들이 안전관리계획서를 제대로 따르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철거업체가 비용을 아끼려고 작업 순서를 바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10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성회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울산기력 4·5·6호기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르면 시공 단계의 위험요소 저감 대책으로 ‘구조물 철저 작업 시 상부에서 하부 방향으로 철거’하라고 제시했다.
하지만 계획서 내 ‘공종별 세부 안전관리계획’에는 이와는 다른 작업 순서가 적시돼 있다. 보일러동 해체공사 1단계가 ‘하부 10m 이내 보일러 내부 및 설비류 철거’였다. 이어 2단계는 ‘폭약위치 표기’였고, 상부로 올라가야 하는 ‘취약화 작업’은 3·4단계였다. 실제 작업이 하부에서 상부 방향으로 이뤄진 것이다.
철거 과정에서 보일러타워 위험성을 낮추는 개선 대책을 세우지 않고 작업한 정황도 드러났다. 안전관리계획서에 따르면 보일러타워 위험성 등급은 12점으로, 이는 해체공사 허용 불가 수준이었다.
이 때문에 계획서에는 위험성을 9점 미만으로 낮추는 대책을 세운 뒤 작업을 재개하도록 했지만, 실제 작업에서는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기둥을 50% 이상 잘라내는 작업을 실시하면서도 구조기술사 검토조차 없었다.
제도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번에 붕괴된 보일러타워가 허가 대상이 아닌 공작물이어서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공작물은 건축물관리법 적용 대상이 아니어서 해체계획서나 안전계획서 등을 지자체에 제출하지 않고, 감리도 없다.
구조전문가들은 “공작물이라도 사고 위험성이 높은 시설에 대해서는 별도의 안전관리 대책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한편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가 발생한지 4일이 지났지만 매몰자 7명 중 4명을 구조하지 못한 채 9일 오후부터 구조작업이 다시 중단됐다. 추가 붕괴 우려가 있는 보일러타워 4·6호기 철거를 먼저 진행하려는 조치다. 생존 골든타임인 72시간이 지나면서 위치를 찾지 못한 매몰자 2명의 생존 가능성이 낮은 것도 수색을 중단한 이유다. 다만 드론을 이용한 수색작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다.
10일 소방청 등에 따르면 울산화력 보일러타워 붕괴 사고 4일째인 10일 오전 10시 현재 매몰자 중 4명을 구조하지 못하고 있다. 매몰자 4명 중 2명의 위치는 확인했고,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복잡한 붕괴물 때문에 시신을 수습하지 못하고 있다. 또 다른 매몰자 2명은 위치조차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 특히 추가 붕괴 우려 때문에 9일 오전 재개한 구조작업이 불과 몇 시간만에 중단됐다.
9일 구조한 매몰자가 사고 당시 생존한 상태로 발견됐던 40대 작업자 김 모(44)씨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구조대원과 유가족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소방당국은 9일 오전 10시 30분쯤 구조대원 17명을 매몰 현장에 투입해 김씨 시신을 수습했다. 김씨는 지난 6일 오후 3시 20분쯤 붕괴 구조물에 팔이 낀 상태로 발견됐지만, 구조를 기다리다 13시간 30여분이 지난 7일 오전 4시 53분쯤 숨졌다. 당시 김씨는 구조물에 낀 상태였고, 추가 붕괴 우려 때문에 구조대가 시신을 바로 수습하지 못했다.
김신일·곽재우 기자 ddhn21@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