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입법 속도전…여당 리더십 평가 갈려
대표 취임 100일, 검찰·사법개혁 드라이브
지방선거 앞두고 확장성·대통령과 호흡 과제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취임 100일을 넘겼다. 약속했던 ‘개혁입법 속도전’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 이면에 확장성과 당정 조율에서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성공을 돕는 든든한 조력자를 넘어 ‘눈에 띄는 정치인’의 위상을 찾으려는 정 대표의 구상이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청래 대표는 9일 경기 용인시 소재 유기견 보호소를 찾았다. 오후에는 119안전센터를 방문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취임 100일 기자회견 같은 건 필요할 때 하면 된다”고 말했다. 취임 100일 회견을 통해 소회 등을 밝혔던 이전 대표들과는 다른 행보다. 정 대표 대신 박수현 수석대변인이 페이스북에 ‘당대표 취임 100일 정리’라는 글을 올렸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부는 개혁에 더해 내란청산이라는 막중한 임무까지 부여받은 최초의 정부”라며 “정 대표 취임 이후 하루하루 혼신의 힘을 다해 왔듯 오늘도 그런 하루를 보내고 싶다”고 적었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당선된 후 정 대표는 “강력한 당 대표가 돼 검찰·언론·사법개혁을 추석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취임 후 검찰·사법·언론 개혁에 대한 전담 특위를 꾸려 속도감 있게 추진하며 개혁 드라이브에 박차를 가했다. 지난 9월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 분리를 골자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검찰청은 내년 10월 폐지된다. 사법개혁 차원에서 대법관 증원, 법관 평가제 도입, 재판소원제, 법왜곡죄 등을 입법 과제로 선정하고 이를 추진하는 중이다. 언론 개혁 측면에서는 전대 전부터 추진됐던 ‘방송 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의 입법을 완료했다. 경제 입법으로는 ‘더 센 상법’으로 불리는 2차 상법 개정안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국회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 관계자는 “너무 빠르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약속했던 개혁과제를 이행하면서 지지층과 국민들에게 정치 효능감을 안긴 것은 높이 평가할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당정간 호흡과 관련해선 평가가 엇갈린다. 정 대표와 지도부 소속 의원들이 매번 ‘찰떡 공조’를 강조하지만 적잖게 엇박자가 드러났다. 검찰개혁추진단과 관련해 대통령실과 이견을 노출했고, 3대 특검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선 대표와 원내대표가 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했다. 외교일정과 무관하게 대법원장 청문회 안건을 처리한 것도 입길에 올랐다. 특히 경주 APEC 정상회의 직후 이재명 대통령이 연관된 재판중지법 처리 입장을 내놨다가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이 공개적으로 “대통령을 정쟁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반발하면서 심각한 우려를 낳기도 했다.
물론 정 대표측에선 ‘힘든 일은 당이, 이 대통령은 민생에 집중’하기 위한 역할분담이라고 강조하지만 여당답지 않은 행보라는 지적이 많다.
수도권 한 중진의원은 “대통령을 뒷받침하기보다 자신의 정치행보를 우선한다는 지적이 반복되는 것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원팀을 강조만 할 것이 아니라 당이 충분히 뒷받침하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밝혔다. 내란청산과 개혁에 무게를 둔 강성지지층을 대변하는 입장에서 확장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이 대통령의 정국운영을 효율적으로 뒷받침하는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당 대표 최대 과제로 스스로 지목한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끄느냐는 여당뿐 아니라 본인의 정치적 미래와도 직결된다. 현역 국회의원 다수가 지방선거 경선에 나설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잡음없는 경선과 이를 통해 지방선거에서 승리한다면 정치적 위상이 공고해지겠으나 수도권 등에서 기대 만큼의 성적을 내지 못한다면 대표 재선은 물론 내년 8월까지 임기도 장담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