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대 칼럼

곧 다가올 ‘포스트 트럼프 시대’ 대비를

2025-11-11 13:00:01 게재

지난 10월 24일 ‘2025 경기도 기후테크 세미나’에서 ‘글로벌 기후금융 트렌드 및 정책변화’ 주제의 강연을 통해 필자는 “트럼프의 반ESG, 반기후정책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트렌드는 크게 바뀌지 않고 있으며 포스트 트럼프 시대에 대비한 정부와 기업 전략이 필요한 때”임을 강조했다.

필자는 여러 강연에서 트럼프정권의 레임덕이 2026년 중간선거 이전에 취임 후 6개월부터 시작될 것이라 예측했는데 이번 주부터 미 주요 언론들이 그 가능성을 보도하기 시작했다. 뉴욕 뉴저지 버지니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 후보가 압승한 이후 자신의 미래를 챙겨야 하는 공화당 국회의원들의 저항이 시작되었다는 분석이다.

필자의 조기 레임덕 예측은 트럼프의 관세정책과 물가 영향에 근거한 것이었다. 선거의 승패는 서민과 중산층의 살림살이에 달려 있고 물가는 연방정부 경제정책에 가장 중요한 관리지표이며 국민들도 아주 민감하게 반응한다.

비상식적 고율관세를 경제전쟁의 무기로 꺼내 든 것은 나도 모르고 상대도 모르는 필패전략이다. 왜냐하면 관세의 궁극적 부담자는 미국 기업과 미국으로 수출하는 기업 간의 제품 경쟁력에 의해 결정되는데 미국 기업의 제조업은 이미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에 관세의 상당 부분을 미국내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제품가격 인상은 인플레이션과 가계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그 부담으로 상대적으로 가난해진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지지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경기침체를 막고 고용촉진을 위해서는 금리를 낮추어야 하지만 관세로 인한 인플레이션 때문에 금리인하가 어려워 연방정부의 부채와 이자부담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악순환이 발생하고 있다.

트럼프 역주행에도 지속가능 노력 지속돼

트럼프의 파괴적 정책은 관세만이 아니다. 그는 반지속가능정책, 반ESG 정책을 세상을 바로잡는 정의구현의 수단처럼 얘기한다. 재생에너지 전기차 등을 포함한 기후정책을 사기와 속임수라 주장하며 화석연료 산업 지원을 통해 과거로 회귀한다. 글로벌 사회가 그동안 제시한 과학적 근거와 기후행동을 통한 탈탄소 노력을 완전히 무시하는 오만함까지 갖추었다.

사실은 미국이 국가경쟁력을 회복하고 다시 위대해지려면 제조업이 아니라 3차, 4차 산업의 우위를 유지하며 기후 등 지속가능정책에서 앞서가는 기술력으로 재생에너지 단가를 낮추고 인공지능(AI) 산업을 통한 에너지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이다. 일부 미국 언론이 주장하듯이 개인의 경제적 이익과 미국의 근시안적인 경제 이익만을 추구하던 탐욕이 이제 한계와 위기에 봉착했다.

미국은 이제 다시 리더 국가로 돌아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위대한 국가는 경제력과 군사력만으로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가치의 우위를 잃어버린 국가는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을 수 없다. 그 가치는 보편적 상식적이어야 하고 상호존중과 번영에 부합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중국도 글로벌 리더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요약하면 세계정치 무대는 권력분쟁을 하면서 자국의 경제적 이익만을 좇는 혼란스러운 다자체제가 유지될 것이다.

하지만 지속가능정책에 희망은 있다. 첫째, 트럼프로 인한 반지속가능 현상들이 표면적으로 기업의 지속가능경영과 투자자의 ESG투자를 위축시킨 것처럼 보이나 심층에는 기업과 시민사회 등 민간이 주도하는 기후행동과 지속가능한 사회 구현을 위한 구체적 노력은 여전히 진행되고 있다.

둘째, 미국과 유럽 등이 명분을 내세우면서 축적된 지속가능 관련 기술 및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한국 일본 중국과 같은 제조 강국을 견제하려는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구체적으로 넷제로 달성을 강요하는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의 강화, 선진국 시장 진입의 전제 조건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실사지침(CSDDD), 지속가능제품을 위한 에코디자인 규정(ESPR) 등의 직접규제와 유럽연합(EU)의 지속가능성보고기준(ESRS)과 국제회계기준위원회(IFRS)의 지속가능공시일반기준(S1) 및 기후공시기준(S2) 등을 통한 공시 요구 등이 강화되어 전체적으로 지속가능성이 유지 또는 향상될 여지가 있다.

트럼프가 준 혼란 극복해야 할 때

이제 트럼프가 우리에게 준 횡재와 혼란을 극복해야 한다. 산업별로 극명하게 차이가 나는 영향을 각자가 슬기롭게 이겨내야 한다. 조선 전력기기 방위산업,그리고 원자력 관련 산업 등이 단기간 횡재를 만났지만 그와 관련된 지속가능성 이슈를 신중히 검토하고 대응하지 않으면 잔치가 끝나고 낭패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철강 알루미늄 등 어려움을 겪는 산업도 지속가능 성장전략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우리 정부도 뛰어난 순발력으로 임기응변을 잘 한다고 도취되어서는 안된다. 우리가 갈 길은 경제대국 문화대국에서 더 나아가 세계를 주도할 가치대국(value superpower)이다.

SDG연구소 소장 인하대학교 ESG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