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아청소년 근시 관리
소아청소년 근시 방치 땐 실명 위험 높아져
고도근시, 망막박리 위험 8배 높아 … “근시, 잠재적 실명의 출발점 인식 필요”
우리처럼 안경을 끼지 않은 학생을 찾기가 어려운 나라도 없다. 군 징병검사 차 내원한 서울에 거주하는 건강한 19세 남학생들의 근시 유병률이 무려 96.5%였고 고도근시도 21.6%에 이른다는 국내 역학조사 결과는 세계 1위에 해당된다. 세계적으로도 근시의 유병률은 가파르게 증가해 2050년경에는 세계 인구 중 50억명 정도가 근시이고 고도근시 환자는 10억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학계에 따르면 근시는 단순히 안경을 착용하느냐 마느냐, 라식굴절수술을 받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에 머물지 않는다. -6.0 디옵터 이상의 고도근시는 추후 망막박리 근시성황반변성 녹내장 등이 합병될 위험을 높여 평생 눈의 시력과 건강을 위협한다. 특히 일반적으로 근시의 진행은 주로 6~12세 사이에 두드러지게 나타나며 이후 10대 후반 청소년기까지 서서히 나빠지는 경향을 보인다. 20대를 넘어 성인이 돼서도 진행하는 경우도 있으나 75% 정도가 18세 전에 근시 진행이 멈춘다. 근시 정도와 비례해서 각종 안과 합병증의 빈도가 증가하는 것을 고려하면 어린 나이에 발생한 근시를 조기에 발견하고 진행을 효과적으로 완화하는 것은 개인은 물론 국가사회적으로 국민의 눈 건강을 위해 매우 의미가 있다. 관련해서 우리나라 눈건강 실태를 살펴보고 안과학 전문가들이 제시하는 대안을 살펴본다.
11일 눈의 날을 맞이하여 대한안과학회는 최근 ‘근시, 관리하면 오래 봅니다’ 주제로 팩트시트를 발표했다. 학회는 “소아청소년기에 근시를 방치하면 성인기에 녹내장 망막질환 백내장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정기검진과 올바른 생활방식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찬윤 대한안과학회 이사장은 “시력은 조기에 철저하게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일단 실명이 진행되면 시력을 다시 회복하지 못하는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며 “근시가 있다면 생활방식 교정과 정기적인 검사를 통해 악화하지 않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력 이상 학생 지난해 57% = 안과학회에 따르면 근시는 원래 망막 위에 맺혀야 하는 초점이 망막 앞에 맺히면서 먼거리 사물이 흐릿하게 보이는 질환이다. 세계 인구의 약 30%가 겪는 대표적인 시력 질환이다. 우리나라 대만 싱가포르 중국 일본 등 아시아지역국가에서 근시 유병률이 80~90%에 이른다.
특히 우리나라는 근시 유병률이 매우 높다. 초등학교 입학 후 초 1·4학년, 중·고 1학년이 진행한다. 지난해 이들의 건강검진 결과를 보면 시력 이상(한쪽이라도 0.7이하 또는 교정시력 기재)으로 판정된 학생의 비율은 초등학교 1학년 30.8%, 4학년 52.6%, 중학교 1학년 64.8%, 고등학교 1학년 74.8%로 학년이 높을수록 증가했다.
시력이상을 보이는 청소년의 비율은 40여년전 9%에서 30여년전 25%, 20여년전 47%, 10여년전 48% 그리고 지난해 57%에 이르렀다.
성인의 근시 유병률도 계속 늘고 있다. 2008~2012년, 2017~2020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만 40세 이상 성인의 연도별 성인 근시 유병률을 표준화한 자료를 보면 성인 근시 유병률은 2008년 34.9%에서 2012년 41.7%, 2017년 49.4%, 2020년 53%로 꾸준히 증가했다.
◆방치된 근시, 성인기 실명 위험으로 이어져 = 안과학회는 근시를 방치하면 성인기 실명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근시환자는 망막박리 위험이 일반인보다 약 8배 높아진다. 고도근시는 녹내장 발생 위험이 4.6배 높아진다. 초고도근시는 백내장 발병률이 최대 5.5배 높아진다. 그리고 근시가 심할수록 시야 결손과 황반변성이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대 이상에서 발생한 주요 안과질환 진료 연도별 비교’자료를 살펴보면, 녹내장으로 진료받은 경우는 2019년 96만5887명에서 2024년 120만5748명으로 늘었다. 백내장으로 진료받은 경우는 같은 해 147만8880명에서 153만5774명, 당뇨성망막질환으로 진료받은 경우는 같은 해 36만6672명에서 38만3373명으로 늘었다. 황반변성의 경우 같은 해 20만2411명에서 56만5463명으로 크게 늘었다.
무엇보다 5~18세 연령대는 치명적인 안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은 고도근시 유병률이 높게 집계되고 있다.
최근 연구 논문에 따르면 2013~2022년 군신체검사를 받은 서울지역 19세 남성에서 근시 유병률은 70.7%, 고도근시 유병률은 20.3%였다. 각각 해마다 0.61%, 0.33%씩 유병률이 증가했다. 이러한 추세에 따르면 2050년 근시유병률은 90.9% 고도근시 유병률은 31.3%로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유정권 안과학회 기획이사는 “근시는 단순한 굴절 이상이나 시력 저하가 아닌, 잠재적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병적 안질환의 출발점으로 인식하고 꾸준히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45분 이상 근거리 작업 하지 않고, 2시간 야외 할동 도움 = 요즘 아이들은 부모세대와 달리 어릴 때부터 스마트폰과 같은 근거리 매체에 노출되는 데다 높은 교육열로 인해 교육 시작 연령대가 낮아졌고 바깥활동보다는 실내활동이 더욱 길어지면서 근시가 이른 나이에 더욱 빠르게 진행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박신혜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는 “일차적으로는 근시와 관련된 생활습관을 개선하기 위해 아이와 부모가 함께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에 따르면 최근 여러 국가에서 근시예방 및 진행을 억제하기 위해 야외활동을 정책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싱가포르에서는 국가근시프로그램을 2010년부터 시행하고 있으며, 대만에서는 매일 120분 이상의 야외활동을, 중국에서도 2018년 근시예방 및 치료 가이드라인을 발표해 매일 2시간 이상의 야외활동을 권장한다.
근거리 작업과 관련해 ‘20-20-2 법칙’이 있다. 20분 연속 작업 후 최소 20초간 원거리보기, 2시간의 야외활동을 생활화하는 것이다. 대만에서는 30분 근거리 작업 후 10분 원거리보기를 권장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근시 위험성에 대한 인식 개선 및 근시 발생을 줄이기 위한 교육적 환경적 조건을 마련하기 위한 국가 정책을 수립하려는 노력이 시급하다.
안과학회는 ‘하루 2시간 이상 야외활동’ ‘스마트기기 사용시간 줄이기’ ‘최대 45분 이상 근거리 작업하지 말기’등을 제시했다. 나아가 근시가 더 심각한 안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으로 막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기검진’으로 강조된다.
6세 이후의 소아청소년은 매년 안과검진을, 40세 이상의 성인은 1년에 한번 이상 안저검사를 받을 것을 권장한다. 안저검사는 사진을 찍듯 눈 내부를 촬영하는 검사다. 망막이나 망막혈관, 시신경 등의 상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 검사 결과 근시 환자에게 비문증(날파리증) 광시증(빛 번쩍임) 등 증상이 나타나면 이는 망막박리의 전조 증상으로 전문의 검진이 필요하다.
◆근시 진행 억제 치료 장단점 고려 선택 = 최근 근시 진행을 억제하는 치료방법들이 제안되고 긍정적인 효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근시 진행을 완전히 멈출 수는 없지만 진행속도를 더디게 할 수 있고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시작하면 고도근시로까지 진행하는 것을 막는 것은 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근시가 있는 모든 아이들이 치료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경험이 충분한 안과의사를 만나 우리 아이가 근시 억제 치료를 필요로 하는지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옳다.
아이들에서는 조절마비굴절검사와 안축장길이를 측정해 그 연간변화량을 확인한다. 특히 6세 이전 어린 나이에 일찍 근시가 시작했거나 부모 중 한명 이상 모두 고도근시가 있다면 적극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며 치료 여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현재 임상에서 적용되는 방법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은 저농도아트로핀 안약을 점안하는 것으로 현재까지 가장 많은 연구에서 근시억제효과가 일관되게 보고되었다. 근시가 진행하는 청소년기까지 짧지 않은 기간 동안 매일 점안해야 하는 어려움과 눈부심, 근거리시력저하 등의 불편함을 겪는 경우도 종종 있다.
광학적인 원리를 접목해 주변부 망막에 맺히는 상을 앞쪽으로 당겨와 근시성디포커스를 유도해 진행을 억제하고자 하는 안경이나 렌즈도 다양하게 소개되고 있다. 콘택트렌즈로는 드림렌즈로 많이 알려진 밤에 착용하는 렌즈와 낮에 착용하는 근시억제용 소프트렌즈가 있다. 이 경우 각막에 감염이 생기지 않도록 철저한 위생이 강조되어야 한다.
개개인마다 치료에 대한 반응이 다양할 수 있으나 현재까지 소개된 여러 치료옵션들은 단순안경착용과 비교해 약 40~60% 정도로 근시의 진행을 억제한다. 아이의 눈 상태와 활동성, 각각 치료법의 장단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치료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박 교수는 “근시의 진행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오직 성장기인 소아청소년 시기에만 가능하다”며 “시력이 점차 나빠지는 아이에게 적극적인 근시 관리 및 치료가 평생의 눈 건강을 좌우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한다”고 밝혔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