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정부의 지자체 공모사업 신뢰성 유감
‘공모는 5개 유형, 선정은 1개 분야 뿐.’ 정부가 지난해부터 진행한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공모 발표 결과다. 전국 지자체들에서 25개 사업을 만들어 도전했고 4개 지자체가 선정됐다. 얼핏 보면 6대 1의 어려운 경쟁률을 뚫었구나 싶다. 하지만 이번 공모가 5개 유형으로 모집했다는 점에서 보면 신뢰성에 의문이 든다.
특이한 것은 모두 신산업활성화형 1개 분야에서만 선정됐다는 점이다. 지자체들이 대거 신청했던 나머지 4개 유형에서는 한곳도 선정되지 않았다. 마치 대학입시 홍보를 해놓고선 신입생을 뽑지 않은 것과 같다.
이번 공모는 출발부터 고무줄이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공모 설명회를 할 때는 △공급자원유치형 △전력수요유치형 △신산업활성화형 등 3개 유형이었다. 그러다 지난 2월 설명회에선 혼합유형 2개를 더 넣어 총 5개 유형으로 공모를 신청하도록 했다.
기업유치를 바라는 지자체들은 너도 나도 공모에 뛰어들었다. 한전을 통하지 않고도 전력을 직거래 할 수 있는 특화지역을 만든다는 점에 더 이끌렸다. 그러나 이후부터 정부는 깜깜이로 일관했다. 지자체가 가장 관심을 기울인 공모 유형별 선정 숫자조차 알려주지 않았다.
지자체 사이에서는 눈치작전이 벌어졌다. “경쟁률이 낮은 곳이 유리하다”며 어느 지자체가 어느 유형에 신청하는지 파악하기 바빴다. 지자체들은 “유형별로 최소 한 곳은 뽑지 않겠냐”며 5개 공모유형에 고루 나눠 신청하는 게 최선이라고 봤다.
그러나 결국 신산업활성화형에서만 지자체들이 선정됐고 나머지 유형은 하나마나한 신청에 그쳤다. 담당 공무원은 그런 정보도 모르고 엉뚱한 곳에 신청했다는 눈총을 받아야 했다.
지자체가 정부를 믿고 추진한 각종 공모사업 기준이 흔들린 건 이번뿐만 아니다. 2024년 바이오 분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의 오가노이드 분야가 대표적이다. 전국 6개 지자체가 1년 가까이 준비했지만 정부는 ‘생태계 초기단계’를 이유로 지정을 보류했다. 헛물만 켠 지자체들은 허탈함을 느껴야 했다.
정부 공모가 이랬다 저랬다 하는 건 어제 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자체로선 불만이 있어도 속앓이에 그칠 뿐이다. 공모를 위해 지자체들은 많은 행정력을 투입해야 한다. 사업 규모가 크고 단체장 관심까지 겹치면 행정력 부담은 배로 늘어난다. 최근에는 관련 기업들과 예산 매칭 등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공모에 나서는 경우들도 많아 부담은 더 크다.
수도권에 멀어져 있는 지자체들은 ‘지방소멸’ 상황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친다. 1개의 기업이라도 더 유치하기 위해, 공모사업이라도 하나 더 받기 위해 애를 태울 수밖에 없다. 정부 공모에 더 많은 신뢰성이 담보돼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