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정권에서만 결기 세우는 검찰
보수정권과 이중적 태도
민주 “정치검찰 도려낸다”
“민주당(정권)이 들어오면 검찰이 좀 (우리가) 만만해 보이나. 이번에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대장동 개발 비리사건 관련 항소포기 외압 의혹에 대해 검찰의 조직적 반발을 보는 민주당의 시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다. 김병기 원내대표는 “한 줌도 되지 않는 친윤(친윤석열) 정치 검찰의 망동”이라며 “정치 검찰을 깡그리 다 도려내지 않으면 우리나라의 미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무현정부 이후 민주당정권은 ‘검찰개혁안’이 단초가 돼 극단적 갈등을 연출했다. 행정부 외청에 불과한 조직이 정권과 정면으로 맞선다는 것 자체가 이례적이지만 현실이 그랬다. 보수성향 정권에선 잠잠하던 이들이 민주당정권 아래선 인사·수사 등을 놓고 여권 수뇌부는 물론 대통령과 대결을 서슴지 않는다. 민주당 안에선 이번 항소포기 사건과 관련한 검찰의 집단 행동을 ‘최후의 반발’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집단행동 참여를 권유 받았다는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항소해야 한다고 판단했다면 검사장을 포함해 서울중앙지검 소속 누구든 징계취소소송을 각오하고 항소장에 서명해 제출했으면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임 지검장은 또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 취소 결정 관련 심우정 전 총장의 즉시항고 포기에 저런 반응이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싶어 너무 아쉽고 안타깝다”고도 했다. 검찰의 반발이 ‘일부 검사들의 선택적 항명’이라고 보는 민주당의 시각과 닿아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는 지난 9일 기자간담회에서 “김건희 (수사) 때는 왜 가만있었나. 김건희가 억울한 피해자라 생각해서 기소조차 안 한 거냐”고 되물었다.
정권에 대한 검찰의 태도는 대조적이다. 검찰 개혁을 추진한 민주당정권에 검찰은 끈질기게 저항했다. 노무현정부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을 임명해 기수와 서열 중심의 질서를 깼다. 합리적 해결방법을 찾아보자며 연 ‘검사와의 대화’는 대통령 입에서 “이쯤 가면 막 하자는 거”라는 표현으로 희화화 됐다. 노 대통령 최측근이 잇따라 구속됐고, 노 전 대통령 자신도 박연차 게이트 등으로 몰려 결국 비극적 결말을 맞았다. 이후 등장한 이명박정권에 대해 검찰은 노골적일 만큼 관대했다. 이명박 후보에 대해 도곡동 땅, 다스 차명재산, BBK 주가조작 의혹 등이 제기됐으나 검찰은 “무관하다. 제3자의 것으로 보인다”며 면죄부를 줬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은 퇴임 후 상당한 혐의가 모두 유죄로 인정돼 구속됐다.
탄핵 대선을 통해 집권한 문재인정부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검경 수사권 조정을 통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추진했다. 초대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 국 법무부 장관이 사실상 총대를 맸고, 검찰은 자녀 입시비리 의혹 등으로 흔들어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문재인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딸·전 사위 관련한 비위 의혹으로 수사선상에 올렸다. 문재인정부 법무부와 검찰의 대치는 검찰이 행정부 소속을 거부한 대표 사례로 꼽힌다.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과 대립했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검찰을 나와 보수정당 후보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윤석열정권에서 검찰은 권력에 대한 수사를 외면하면서 야당, 특히 민주당 인사에 대한 공세는 늦추지 않았다. 2022년 대선에서 패배한 이재명 당시 후보는 검찰발 ‘사법리스크’에 빠졌고, 5개 재판을 동시에 받는 초유의 상황을 맞기도 했다. 총선에서 대승을 거둔 민주당이 두번째 탄핵대선을 통해 집권하면서 검찰개혁의 최종판 격인 ‘검찰청 해체’ 방안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재명정부는 지난 9월 7일 내년 9월 검찰청을 폐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 개편안을 확정했다.
이번 항소포기를 놓고 부당한 외압이라는 지적과 동시에 ‘보수정권 시절 잘못에 대한 검찰의 반성’을 촉구하는 주장이 함께 제기된다. 역대 민주당정권에서 통했던 조직적 반발이 이번에도 통할지는 미지수다.
이명환 기자 mhan@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