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 처벌 강화 대신 ‘예방 입법’ 필요

2025-11-12 13:00:12 게재

‘강력 처벌’ 중처법 시행에도 개선 미미

독일선 노사 참여, 매뉴얼 상세화 등 구축

국회도서관 ‘독일 안전 관련 입법례’ 보고서

2022년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처법)이 시행되고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울산화력발전소 보일러 타워 붕괴 사고에서 보듯 산업 현장의 사망 사고는 끊이지 않고 있다. 이에 ‘처벌 강화’ 중심의 접근 방식만으로는 사고 예방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11일 국회도서관이 발간한 ‘독일의 건설현장 안전 관련 입법례’ 보고서는 한국의 중처법이 독일 관련법과 비교해 매우 높은 수준의 처벌 규정을 두고 있는데도, 현장에서 사망자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독일은 규제보다는 예방 중심의 법·제도를 통해 노동자의 안전을 지키고 있으며, 특히 1996년 제정된 산업안전보건법(ArbSchG)과 건설현장안전보건시행령(BaustellV) 시행 이후 사망사고가 급격히 감소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소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독일의 산업 안전 법제는 △노사 참여 △구체적인 매뉴얼 △설계 단계부터 안전 의무화 △다중의 법적 책임을 핵심으로 한다.

독일은 정부 주도의 규제만이 아니라 시민사회가 참여하는 안전 확보에 중점을 두고 있다. 노사가 절반씩 참여하는 사회보험공단(DGUV)에서 직접 안전규정을 제정해 노사 간의 협력을 통해 건설현장에서의 사고 발생을 줄이도록 하고 있는 것.

또한 법령뿐만 아니라 다양한 관련 규정과 규칙들에서 사고예방과 노동보호조치를 위한 상세하고 구체적 매뉴얼을 작성해 건설현장 안전에 대한 규율의 밀도를 높였다. 예를 들면 추락 위험 지역에서는 난간 최소 높이 1m를 의무화하고 평평한 지붕의 경우는 높이 3m 이상부터 추가 안전 조치를 규정하는 등 세부 사항을 명시하는 식이다.

이밖에도 독일은 건설 현장의 설계 및 계획 단계부터 안전보건을 고려하도록 의무화하며, 건축주가 임명한 안전보건코디네이터가 건축물의 전 생애주기에 걸친 위험을 설계 단계에서부터 조정·통합하는 역할을 맡는다.

건설 현장 사고에 대해 건설자, 소유주, 안전보건코디네이터까지 법적 책임을 지도록 해 관계인 모두가 사고 예방에 총력을 기울이도록 하고 있다.

한편 중처법 도입으로 처벌 강화에 무게가 쏠렸던 국내에서도 사망사고 반복에 대한 자성과 함께 실질적인 예방 및 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한 입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박해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현행 정부 주도인 산업재해 예방 기본계획 수립을 노·사·정이 함께 하도록 하고 이행 상황을 점검하도록 하는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지난 4일 발의했다. 독일 모델과 유사하게 노사 참여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취지다.

강득구 민주당 의원은 위험성 평가의 이행력을 높이기 위해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사업주에게 과태료를 부과하고, 노동자들의 의견을 보다 잘 대변할 수 있는 노동자대표의 참여를 보장하며, 위험성 평가의 결과를 노동자들에게 반드시 공유하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11일 냈다.

김소희 국민의힘 의원은 중재대해 발생 사업장에서 사망사고가 반복되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 대해 사업장의 위험성 평가 및 위험설비 등 자율안전검사와 근로자에 대한 안전보건교육도 집체교육 및 현장교육을 의무화하도록 하는 법안을 지난달 제출했다.

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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