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잘되니 ‘때 아닌 복병’…미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 유력

2025-11-13 13:00:01 게재

반도체 수출 회복으로 대미 무역·경상수지 흑자 모두 기준치 상회

정부 “‘환율 합의’로 한미 신뢰 강화…국내 경제 영향은 제한적”

반도체 수출 회복이 때 아닌 복병을 만났다. 대미 무역흑자와 경상수지 흑자가 모두 늘어나면서, 우리나라가 미국 재무부의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다시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대미 무역흑자가 늘어나면서 미국의 환율보고서 기준을 다시 충족한 데 따른 것이다.

1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이르면 이달 중 환율조작국 및 환율 관찰대상국 지정 등의 내용을 담은 ‘환율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미 재무부는 반기마다 주요 교역국의 환율정책과 외환시장 개입 여부를 평가한다. 지난 6월 보고서에서 한국을 포함해 일본·독일·대만 등 9개국이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됐다. 한국은 지난해 11월에 이어 두 차례 연속 명단에 올랐다.

◆“명단 포함 가능성 높아” = 미 재무부는 △대미 무역흑자 150억달러 초과 △국내총생산(GDP) 대비 3% 초과 경상수지 흑자 △GDP의 2% 이상 규모의 달러 순매수 8개월 이상 지속 등 세 가지 잣대를 기준으로 관찰대상국을 지정한다. 두 가지 이상을 충족하면 관찰대상국으로 분류한다.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하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된다.

구윤철 부총리와 인사하는 트럼프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경북 경주박물관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와 인사하고 있다. 사진 대통령실 제공

이번 환율보고서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지표를 평가한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등 2개 기준을 충족한 만큼, 이번에도 환율 관찰대상국 명단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하반기 우리나라의 대미 무역흑자는 270억달러, 올해 상반기는 262억9000만달러로 이미 대미 무역흑자 기준치를 넘겼다. 경상수지도 지난해 하반기 588억4000만달러, 올해 상반기 493억7000만달러로 총 1082억1000만달러에 달했다.

지난해 명목 GDP(1조8745억달러)의 5.77% 수준으로 기준치(3%)를 크게 웃도는 수치다.

정부 관계자는 “우리나라 수출이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대미 무역수지와 경상수지 모두 기준치를 상회했다”며 “환율 관찰대상국은 정량적인 평가로만 지정되는 만큼 이번에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은 낮아” = 다만 정부는 환율조작국으로까지 분류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는 3가지 기준 중 ‘GDP 2% 이상 규모의 달러 순매수’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외환당국의 지난 3분기 외환 순거래액은 1억9200만달러, 4분기는 -37억5500만달러였다. 올해 1분기에는 -29억6000만달러, 2분기에는 -7억9700만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외환당국이 달러를 매수한 금액보다 매도한 금액이 73억2000만달러 많았다.

미국이 강조해온 ‘정성적 평가’도 이번에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6월 미 재무부는 향후 보고서부터 연기금·국부펀드 등 정부 투자기관의 환율 영향력까지 평가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과 미국은 지난달 1일 ‘환율정책 합의’를 통해 상호 투명성 강화와 시장원칙 준수를 약속했다. 양국은 합의문에서 △거시건전성 조치를 이유로 한 환율 개입 △연기금 등 정부투자기관을 통한 시장 영향 △원화 강세 시에만 개입하는 ‘비대칭적 개입’ 등을 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는 또 분기별로 공개하던 외환시장 개입 내역을 앞으로는 매달 미 재무부에 비공개로 공유하기로 하면서, 신뢰 강화 의지를 보였다.

환율 합의 당시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미국이) ‘한국은 환율조작국이 아니다’라는 판단을 한 것으로 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환율 관찰대상국으로의 지정은 우리나라 수출이 그만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는 뜻인 만큼 경제가 살아나고 있다는 또 다른 신호”라며 “환율조작국으로 분류되지 않는 이상 실제 제재는 없다”고 말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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