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유상 할당 단계적 상향조정 수입금, 재생에너지 등 탈탄소에 재투자”

2025-11-13 13:00:17 게재

3차, 느슨한 총량·낮은 유상할당으로 공급과잉

24일부터 위탁매매 도입 … 시장참여자 확대

정부가 발전부문 배출권 유상할당 비중을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높이고, 증가한 유상할당 수입금을 다시 발전부문 연료전환과 재생에너지 인프라 구축 지원에 투입하기로 했다.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가 ‘2035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와 ‘제4차 계획기간 국가 배출권 할당계획안’을 심의·의결한 가운데 배출권시장협의회는 12일 오후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제4차 배출권거래제 할당계획 및 산업계 대응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새로운 정책 환경에서 산업계의 이행 전략을 점검하고 정부·학계·산업계가 함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사진 한국거래소 제공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내용을 보면 정부는 낮은 배출권 가격으로 인해 온실가스 감축 유인을 상실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배출권거래제를 ‘제4차 기본계획’을 통해 전면 손질했다. 먼저 4차 계획기간 배출허용 총량을 25억3730만톤으로 설정했다. 3차 계획기간 대비 16.8% 줄었다. 현재 10%인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2026년 15%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상향되어 2030년에는 50%까지 높일 예정이다. 이렇게 늘어난 수입금은 전액 기업의 탈탄소 전환 투자에 재투입해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발전 외 부문에 대해서는 내년부터 15%의 유상할당 비율이 적용되며, 탄소누출 업종에 대해서는 무상할당이 유지된다.

이날 세미나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김마루 기후경제과장은 3차 계획기간 현황 및 문제점을 살펴보고 배출권거래제 4기 할당 계획의 주요 내용과 향후 과제를 발표했다.

김 과장은 “배출권 대부분(96%)이 무상으로 할당되는 등 느슨한 총량 설정과 낮은 유상 할당으로 공급과잉이 지속되며 배출권 가격은 약 1만원 수준으로 감축 투자 유인이 저하됐다”며 “혁신산업(기후테크) 성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4기에는 3기 배출권의 구조적 공급과잉 문제 해소, 감축 투자 촉진을 위해 선형의 감축 경로 설정할 예정이다.

김 과장은 “현재 10%인 발전 부문의 유상할당 비율은 2026년 15%를 시작으로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 2030년에는 50%까지 확대할 예정”이라며 “효율이 우수한 기업에게는 배출권 할당량을 늘리는 등 인센티브를 주고, 할당 대상을 62%에서 77%까지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총 할당량은 유지하면서 업종별 효율 차이에 따라 재분배할 계획을 검토 중이다.

김 과장은 유럽과 미국 캘리포니아 탄소배출권 시장 사례를 설명하며 한국에서도 4기 배출권 거래가 시작되기 전(2026년 6월)까지 세부 운영계획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달부터는 위탁매매를 도입해 업체의 거래 편의성 강화 및 시장참여자 확대를 통한 배출권 시장 활성화도 꾀하고 있다. 오는 24일 할당대상업체와 자산운용사, 은행 및 보험회사, 연기금 등 제3자가 참여하는 위탁거래 시스템도 오픈 예정이다. 김 과장은 “위탁매매 이후 선물시장 및 금융상품 도입을 통해 시장활성화 지속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정부가 유상할당 비율을 강화한 ‘제4차 배출권 할당계획’을 확정한 후 첫 배출권 경매를 진행했지만, 결과는 ‘미달’이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2일 KAU25 경매 응찰률은 90.28%로 집계됐다. 정부가 내놓은 400만톤 물량 중 361만톤만 응찰되며 미달된 것이다. 기업들이 당분간 보유 잉여분으로 버티거나 시장을 관망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정연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3차 계획기간 중 누적된 배출권 이월 물량이 여전히 공급 과잉을 유발하고 있어 4차 계획기간 초기에도 배출권 가격 약세 흐름은 불가피하다”며 “현재 약 1억4000톤에 달하는 배출권이 3차 계획기간에서 4차 계획기간으로 이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배출허용총량 감소 및 유상할당 비율 상향 효과로 배출권 수요가 증가하며 배출권 가격의 점진적인 상승으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영숙 기자 ky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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