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캄보디아발 범죄 확산, 아세안 공조체계 절실하다

2025-11-14 13:00:00 게재

캄보디아에서 우리 대학생의 납치 사망 사건이 보도된 지 한달이 지났다. 그동안 정부는 캄보디아 현지에 합동 수사팀을 파견해 보이스피싱 조직을 검거하고 일부 조직원을 국내로 송환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캄보디아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이 최대 2000명에 달하고 일부는 베트남 라오스 등 제3국으로 이동하며 초국가적 연계 범죄 양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범죄 조직은 국경을 넘나들며 진화하고 있다. 지역 거점 대응체계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캄보디아 취업 사기 재발 방지의 핵심은 사전예방 현지대응 국제공조의 3축 통합관리체계 구축에 있다. 먼저, 사전 예방이다. 정보 제공 확대와 경고 강화가 필요하다. 주캄보디아 대사관과 외교부 홈페이지 SNS 유튜브를 통해 ‘해외 취업 사기 유형’ 및 ‘캄보디아내 위험 사례’를 정기적으로 안내해야 한다. 취업 알선 사이트나 SNS 광고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허위 구인광고에 경고문을 게재해야 한다. SNS나 유튜브 등을 활용한 ‘해외 취업 안전캠페인’도 중요하다. 피해를 당한 뒤 구조하는 것보다 애초에 피해를 막는 것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사전예방부터 현지대응까지, 3축 체계 필요

현지대응체계 강화도 시급하다. 조 현 외교부 장관은 10일 캄보디아를 방문해 훈 마넷 총리를 예방했다. 양국 정상은 ‘대한민국 국민을 위한 한국-캄보디아 공동 전담반’을 통해 한국 국민 보호 및 온라인 사기 등 초국가범죄 대응을 위한 양국 간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공동 전담반은 한국 경찰과 캄보디아 경찰이 함께 근무하는 체제로 운영된다. 우리 국민 관련 사건의 신고 접수부터 구조 수사 피의자 송환까지 전 과정을 담당한다. 현장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영사보호를 대폭 강화해야 한다. ‘취업사기 전담 영사’를 지정하거나 신속대응팀을 구성(경찰 노무 법률 자문 포함)해야 한다. 캄보디아 경찰 노동부와 공조체계를 구축하고 피해 신고 시 즉시 공동조사에 착수해야 한다.

긴급 보호 핫라인 운영도 필수다. 특히 피해자 보호 지원을 위해 임시보호소 및 안전귀국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피해금 회수와 가해자 처벌을 지원하고 피해사례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유사 사기 수법을 조기에 차단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공조다. 온라인 사기는 국경을 초월하는 범죄다.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6일 방콕에서 열린 제43차 아세아나폴(아세안지역경찰협력체) 총회에서 우리가 제안한 ‘초국가 사기 인신매매 대응을 위한 글로벌 공조 작전 결의안’이 아세안 10개 회원국의 만장일치로 채택된 것은 고무적이다. 이어 11일부터 12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글로벌 공조 작전회의’에서는 인터폴 아세아나폴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 등 3개 국제기구와 16개국이 참여해 사이버사기 전화사기 가상자산 범죄 등 신종 초국가범죄 확산에 대응할 정보 공유 및 수사 공조체계를 강화하기로 합의했다.

여기에 기술의 힘을 더해야 한다. 보이스피싱과 같은 신종범죄에 공동 대응하는 데 인공지능(AI) 활용이 효과적이다. AI를 활용하면 의심스러운 거래나 행동 패턴을 실시간으로 감지할 수 있다.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범죄의 발생 빈도와 패턴을 파악해 예방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앞으로 아세안 국가들이 디지털 인프라를 강화해 사이버 보안 수준을 높여야 한다. 아세안 국가들과 AI를 통한 정보 공유와 협력으로 범죄의 경계를 넘나드는 협력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특히 캄보디아 라오스 미얀마 베트남에 대한 치안 분야 ODA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아세안 공조와 AI 활용, 신종범죄 대응 핵심

다만 대책 수립에 있어 유의할 점이 있다. 캄보디아를 범죄 국가로 단정하거나 군사작전을 언급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군사적 대응보다는 캄보디아정부와의 외교적 공조를 통해 범죄 단지를 소탕하는 것이 현실적인 해결책이다.

일부에서는 우리 경찰이 캄보디아에 가서 직접 범죄자들을 응징하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캄보디아 공권력이 충분하지 않더라도 캄보디아내에서 범죄자를 체포하고 처벌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캄보디아정부의 책무이기 때문이다. 주권 존중 없이는 국제 공조도 없다.

캄보디아 사태 해결과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책이 필요하다. 해외취업 정보의 공신력 인증제 도입, 불법 취업설명회 및 모집망에 대한 상시 단속 체계, 재외공관의 긴급 대응팀 상시 배치, 청년 대상 해외 안전 교육의 실효성 강화가 시급하다.

한동만 연세대학교 초빙교수 전 필리핀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