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회복에 반도체수출 호조…정부 “경기 회복 흐름” 판단

2025-11-14 13:00:14 게재

11월 최근경제동향 … “경기,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

취약부문 중심 고용애로·건설투자 부진·관세 영향이 남은 변수

KDI “시장금리 하락세, 소비부양책으로 소비 회복” 긍정판단

정부가 ‘11월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보고서에서 “경기가 회복 흐름을 보이며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취약부문을 중심의 고용애로와 늦은 건설투자 회복 속도, 미국 관세 부과 영향 등이 변수라고 판단했다. 월별 소비 지표에서 일부 등락은 있지만 경기 개선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낙관적인 진단을 이어간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국책연구기관인 KDI(한국개발연구원)도 정부보다는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경기 개선’ 흐름에 가세했다. 최근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건설투자 위축과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3분기 회복흐름이 강해진 소비판매에 이어 최근에는 반도체 수출까지 호조세를 보이면서 경기 전반에 활력이 돌고 있다는 진단이다.

내수 이어 수출까지 회복 흐름 긴 추석 연휴로 인한 조업일수 감소 탓에 수출 둔화 우려가 있었지만 한국의 10월 수출이 작년보다 3.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사진은 경기도 평택항에 컨테이너가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소비개선 이어 반도체까지 호조 = 14일 기획재정부는 “최근 우리 경제는 소비 등 내수 개선, 반도체 호조 등으로 경기가 회복 흐름을 보이며 상반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전반적 개선 흐름’이라고 했다가 ‘경기회복’으로 표현을 바꿨다. 소극적 표현에서 좀 더 단정적 판단으로 바뀐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최근 3개월간 경기판단을 하면서 단계적으로 개선흐름이 강화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9월에는 ‘소비가 증가하는 모습’이라고 조심스럽게 표현했다가 10월 ‘전반적 개선흐름을 보이며 부진에서 벗어나는 모습’이라며 한 발 나갔다. 이어 11월에는 ‘경기가 회복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단언적 표현을 썼다.

다만 정부는 ‘경기 회복 흐름’을 강조하면서도 대내외 경기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며 여지를 남겨두고 있다. 경기 변수는 크게 3가지다. 기재부는 △취약부문 중심의 고용애로 △건설투자 회복 속도가 더딘 점 △미국 관세 부과 여파 등을 경기 불확실 요인으로 손꼽았다.

기재부는 “4개월째 경기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들이 이어지고 있다”며 “특히 내수는 3분기 전체를 봤을 때 개선세가 보였고 4분기 첫달인 10월에도 같은 흐름”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 카드승인액 증가율은 8월(5.0%)에 이어 9월(8.5%) 10월(2.1%)까지 꾸준하게 개선되는 흐름이다.

4개월 연속 개선세인 내수에 이어 최근 수출까지 호조를 보인 점도 정부의 ‘경기회복’ 판단에 힘을 싣고 있다. 10월 수출은 반도체 호조 등으로 3.6%가 늘었다. 하루 평균 수출액은 29억8000달러로 전년동월비 14.0%가 급증했다. 15대 주력 수출품목 중 반도체(25%↑)·선박(131%)이 호실적을 이끌었다.

◆KDI도 “경기개선” 진단 = 상대적으로 보수적으로 경기흐름을 판단하는 KDI(한국개발연구원)도 발을 맞췄다. 국책연구기관인 KDI는 ‘경제동향 11월호’에서 “건설투자 위축과 수출 증가세 둔화에도 불구하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가 다소 개선”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반도체경기 호조세는 유지되었으나, 미국 관세인상의 부정적 영향이 파급되며 수출 증가세가 점차 둔화되는 가운데, 건설투자의 부진도 지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소비는 시장금리 하락세, 소비부양책 등으로 완만한 회복세”를 보인다며 “서비스업생산도 도소매업 등 내수와 밀접한 부문을 중심으로 회복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올해 내내 ‘경기 하방’을 강조했던 KDI는 지난 5월부터는 ‘경기 둔화 시사’, ‘경기 전반 미약’, ‘전월과 비슷한 정도의 낮은 수준’ 등 경기 상황이 점차 악화된다고 봤다. 이어 지난 8월부터 “소비 여건은 부분적으로 개선”, “소비를 중심으로 경기 부진이 다소 완화”, “소비 부진은 완화”라며 내수 상황이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이번에 처음으로 ‘경기 개선’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하지만 KDI는 대외 상황에 대해서는 “한-미 무역협정 진전, 미-중 무역 긴장 완화 등 통상여건이 일부 개선되었으나 불확실성은 상존”한다고 우려했다.

부진한 건설경기 역시 변수다. 건설업생산은 비록 전월(-17.4%)보다 감소폭은 줄었지만, 여전히 4.3%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향후 건설 경기를 예고하는 건설 투자 역시 3분기 국민계정상 전기대비로도 감소해 여전히 부진한 상태다.

KDI는 “건축수주의 개선 흐름에도 불구하고 건설투자의 부진이 장기화”되고 있다며 “부동산 PF 대출 강화와 지방 부동산경기 둔화 등으로 수주가 착공으로 원활하게 연결되지 못하고, 공사 기간도 확대되면서 건설투자의 부진이 지속”된다고 지적했다.

◆경기회복 견인하는 소비 = 이처럼 최근 한국의 경제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뀐 가장 큰 요인은 소비다. 효용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민생회복 소비쿠폰 등 새정부 출범 이후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로 소비 개선 흐름이 명확해졌다. 여기에 ‘반도체 사이클’에 따른 수출실적 선방이 맞물렸다. 다만 지속성 여부는 두고 봐야 할 변수다.

실제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2일 ‘코리아 그랜드 페스티벌’ 행사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새정부 출범 이후 성장세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8월까지만 해도 올해 성장률을 0.9%로 전망했다. 한국은행 역시 마찬가지다. 연간 성장률이 1%대 이하로 내려간 건 2009년(0.8%) 글로벌 금융위기와 2020년(-0.7%) 팬데믹 때밖에 없었다. 그만큼 올해 전망은 어두웠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한국은행이 올해 3분기 국내총생산(GDP)을 발표하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3분기 GDP는 전분기 대비 1.2% 성장했다. 한은 전망치(1.1%)를 소폭 웃도는 수준이었지만, 전반적인 지표 자체가 고무적이었다. 기재부는 ‘새정부의 온전한 첫 경제성적표’라며 3분기 성장률에 의미를 부여했다. 3분기 GDP 성장세를 주도한 것도 소비 등 내수였다. 민간소비는 3년 만에 최대치인 1.3% 증가했다. 건설투자(-0.1%)는 여전히 ‘마이너스’를 기록했지만 성장 기여도가 0.0%p로, 그동안의 성장률을 갉아먹던 역할에서 벗어났다.

이에 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상향 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기재부는 3분기 성장률이 공개된 후 “여러 불확실성이 있지만 1% 달성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미국과의 관세협상도 사실상 마무리되면서 불확실성을 줄이고 있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한국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올려잡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8개 해외 IB가 전망한 내년 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1.9%다. 이는 지난달부터 0.1%p 상향된 수치다.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는다. 최근 경기 개선세가 재정 투입에 따른 소비 개선, 반도체 호황에 따른 효과 등에 기인하고 있어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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