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 칼럼
‘국민의힘’ 왜 국민의 힘을 못 얻나
지난주 국민의힘 정당 지지도가 24%다. 8월 중순 이후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25% 부근에서 요지부동이다(한국갤럽 정기조사). 10.15 부동산 정책, 국감장에서 조희대 대법원장 망신주기, 김현지 대통령실 부속실장 국감출석 거부, 최민희 과학기술정보방송신위원회 위원장 사태 등 민주당에 수많은 악재가 터졌지만 국민의힘에 반사이익이 되지 않고 있다.
국민이 국민의힘을 대안적 야당으로 여기고 있지 않다는 점에 심각성이 있다. 국민의힘은 2022년 시도지사 선거 17개 지역 중 12곳에서 승리했지만 현재 여론조사를 보면 대구경북과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민주당이 압도적으로 앞서 있다. 마치 2018년 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단지 대구와 경북 두 지역만을 차지했던 상황과 데자뷰인 셈이다.
민주당이 퇴임 후 이재명 대통령 구하기에 전념하고 있다는 세평이다.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증원하는 사법개혁, 배임죄 폐지와 재판중지법 시도 그리고 최근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배후 등이 이 대통령의 향후 재판과 관련이 있다는 주장이 나름대로 설득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도 국민의힘의 지지도는 상승하지 않고 있다.
국민의힘 여당 악재에도 반사이익 못누려
국민의힘은 불법 비상계엄의 늪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비상계엄이 불법이며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을 수용한다고 했지만 극우적 발언을 일삼는 전한길씨나 전광훈 목사에 동조하는 태도를 보여왔다. 아직도 당내에서는 극우성향의 당원들을 중심으로 계엄의 필요성과 탄핵의 불법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여전하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가 체포되자 항의 집회에서 장동혁 당대표는 “우리가 황교안이다”라고 외쳤다. 부정선거를 확신하고 계엄을 옹호하는 황 전 총리에 동조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나라를 민주주의 위기에 빠뜨렸던 것에 대한 통렬한 반성의 태도가 아니다. 국민의힘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몇 번이고 반성의 자세를 보이는 것이 내란정당이라는 족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을텐데 말이다.
현재 국민의힘이 오합지졸의 상황이라는 것이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다. 국정감사는 국회가 행정부를 감시하는 제도이기 때문에 야당에 유리한 기회다. 그런데도 한국갤럽조사에 따르면 국민의힘 지지자들 가운데서도 ‘국정감사에 성과가 있었다’는 긍정평가는 10%, ‘성과가 없었다’는 부정평가 는 63%에 달한다.
이보다 심각한 문제는 당차원에서 팀플레이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이다. 행정부의 문제를 파고드는 전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민주당의 일방적인 국감운영에 대해 국민의힘 의원들의 탄식과 고성만이 난무했을 뿐이다. 무력감을 토로하는 것으로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국민의힘은 아직도 내분의 여지가 농후하다. 최근 대장동 항소 포기를 두고 한동훈 전 대표가 언론에 자주 등장하고 강하게 민주당을 비판하고 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한 전 대표의 행보에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다. 당 차원에서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TF를 구성해도 시원치 않은 마당에 한 전 대표가 언론에 주목을 받는 것을 탐탁해하지 않은 당내 분위기가 감지된다.
내년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존폐를 가를 중요한 모멘텀이 된다. 만일 국민의힘이 격전이 예상되는 서울·부산·경남에서 모두 패한다면 존속하기 힘들 것이다. 지방선거에서마저 민주당이 승리한다면 중앙·지방 권력을 모두 차지한 민주당은 자신들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동의라고 곡해하고 일방적 독주가 더욱 기승을 부리게 될 것이다.
이미 대통령과 국회를 차지한 민주당의 일방적 정치를 경험하고 있는 중도성향의 국민은 더 많은 권력을 민주당에 주기를 꺼린다. 당연히 국민의힘은 여당 견제라는 큰 틀에서 선거전략을 마련할 것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은 권력견제를 위해서 무조건 국민의힘을 택하지는 않는다. 국민의힘이 여당 독주를 막을 수 있는 능력과 의지가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이 전제되어야 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마지막 기회로 여겨야
국민의힘에 남아있는 시간은 많지 않다. 가장 먼저 비상계엄과 탄핵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을 명확히 해야 한다. 그래야만 민주당의 내란청산의 프레임에 끌려다니는 상황을 막을 수 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파편화된 기득권을 버리고 당의 근본적 변화를 위해 대규모 당원 여론조사, 지도부 총사퇴, 정당미래 백서 발간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하는 절박함을 보여주어야 한다.
국민의힘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영남권 의원들은 자신의 안위를 유지하는데 머물러 있었음을 반성해야 한다. 당이 존폐의 위기에 처해 있음에도 영남권 의원들은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섣불리 나섰다가 정치적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얕은 기회주의적 태도에 불과하다. 이들이 나서지 않는다면 당 쇄신을 아무리 외쳐도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지방선거가 국민의힘의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